※ 2012 K리그 11라운드 인천 경기 결과, 5일 낮 3시 인천 축구전용경기장
★ 인천 유나이티드 FC 3-3 전북 모터스 [득점 : 문상윤(3분), 박준태(38분), 설기현(80분,도움-문상윤) / 에닝요(15분), 에닝요(89분,도움-이동국), 이동국(90+2분,도움-에닝요)]
◎ 인천 선수들
FW : 설기현
AMF : 문상윤, 김재웅(59분↔이보), 박준태(87분↔박태수)
DMF : 난도, 김남일(79분↔주현재)
DF : 전준형, 정인환, 김태윤, 박태민
GK : 권정혁
◎ 전북 선수들
FW : 정성훈(46분↔이동국)
MF : 에닝요, 루이스(71분↔김동찬), 김정우, 김상식, 드로겟
DF : 박원재, 심우연(52분↔서상민), 임유환, 최철순
GK : 최은성
윤기원 선수의 1주기...마음 한 구석이 아려옵니다. 미소가 너무 맑았던 선수...그 이름과 열정, 인천 유나이티드 FC의 역사와 함께 잊지 않겠습니다.
전반전 시작 후 3분이 넘지도 않았는데 문상윤의 왼발 프리킥이 터집니다. 최은성 선수가 몸을 날렸지만 오른쪽 톱 코너에 제대로 들어가 꽂혔습니다. 설마 했지만 정말로 들어가더군요. 그리고는 선수들과 엉켜 기쁨을 나누더니 뭔가 번쩍 떠오른 듯 벤치로 달려갑니다. 김봉길 감독대행의 품에 안깁니다. 그동안 마음 고생 좀 했던 두 사람의 진정성이 느껴지는 포옹...저는 그 뒤를 따라 뛰는 동료 선수들이 더 마음에 듭니다. 기쁨을 나눈다는 것은 바로 저런 것...
전임 허정무 감독은 왼발을 잘 쓰는 문상윤을 주로 오른쪽에 세웠는데 김봉길 대행께서는 왼쪽에 세웁니다. 우연의 일치인지는 모르겠지만 바로 그것이 빛나는 날이었습니다.
이른 선취골 덕분에 인천 축구전용경기장은 그야말로 펄펄 끓어오르는 도가니가 됩니다. 김재웅이 왼쪽 끝줄에서 날카롭게 찔러준 공을 향해 박준태가 몸을 내던지고 설기현이 그 뒤에서 기다립니다. 아쉽게도 골이 되지는 않았지만 정말 괜찮은 공격 장면이었습니다. 세 명의 공격형 미드필더가 유기적으로 어우러지는 장면...바로 제가 원했던 인천의 공격 흐름입니다.
드디어 박준태 선수에게 넉넉한 기회가 찾아온 경기입니다. 얼마만에 선발 출장인지...덕분에 자신의 참모습을 맘껏 자랑합니다. 일단 박준태 선수는 감각이 매우 뛰어납니다. 공의 흐름을 제대로 읽을 줄 안다고 할까요? 상대 수비수들을 위협하는 자리에 항상 나타납니다. 야구 경기를 비유하기는 좀 그렇지만 묵직한 공을 던지는 투수가 종속까지 훌륭하듯 박준태의 스피드와 집중력은 마지막 순간에 더 불을 뿜습니다. 그러니 수비수들이 그를 막아내기 힘들어합니다.
위 사진을 봐도 알 수 있지만 한 번 몸을 내던졌던 공격수 또는 공격형 미드필더가 다시 중심을 잡고 루즈 볼을 따내는 것 쉽지 않은 일입니다. 설기현과 박준태가 이런 면이 훌륭한 선수입니다. 전북 수비수 임유환이 따라붙지만 매우 침착하게 공을 소유합니다. 그리고 좀 더 여유 있는 공간에 빠져 있는 김재웅에게 패스까지 성공시킵니다.
덕분에 드로겟을 따돌린 김재웅이 오른발 킥을 반대쪽으로 보냅니다. 이 마무리가 아쉽기는 했지만 김재웅-박준태-설기현이 짝을 이룬 왼쪽 측면 공격...맘에 듭니다.
15분, 에닝요의 오른발 직접 프리킥이 인천 골문 왼쪽으로 빨려들어가는 순간입니다. 저와 나란히 앉은 우리 축구 팀 주장도 지적했듯이 인천 선수들의 스크럼은 잘못되었습니다. 그리고 믿었던 권정혁 골키퍼도 위치 선정이 나빴습니다. 킥 하는 에닝요의 중심이 상대적으로 이 사진처럼 높으면 왼쪽 구석(이 골처럼)을 노립니다. 상대적으로 에닝요의 중심이 낮으면 오른쪽 구석을 조금 낮게 노립니다. 전북 경기를 꾸준히 봐 온 사람들이라면 어느 정도 감을 잡을 수 있는 것인데, 정작 상대하는 인천 선수들은 엉뚱한 곳을 막고 있었던 것입니다.
38분, 박준태의 진가가 확인되는 추가골이 나왔습니다. 지난 화요일 저녁 광저우 에버그란데와의 챔피언스리그 방문 경기를 치르고 돌아온 전북 선수들의 지친 기색이 노골적으로 드러났을 때 인천 미드필더들은 라인을 끌어올리며 한 방을 노립니다. 그 때 뜻밖에도 김남일의 왼발 중거리슛이 나옵니다. 믿기 어려웠지만 방향이 괜찮았습니다. 그 덕분에 최은성이 공을 쳐냈고 박준태의 오른발 끝이 빛납니다.
순발력 하나만큼은 누구에게도 뒤질 것 없다는 듯 박준태가 해냅니다. 먹이를 찾는 매의 눈을 지녔나봅니다. 올레 군나르 솔샤르를 떠올리게 만드는...
전반전, 전북의 공격을 이끌었던 정성훈은 이 좋은 기회에서 골을 성공시키지 못했습니다. 더 좋은 각도가 나왔을 때 과감하게 결정지었으면 좋았을텐데...
하프 타임 인천 유나이티드의 2군 선수들이 100명의 어린이들과 어울려 이벤트 경기를 펼칩니다. 이를 지켜보는 어린이나 어른들 모두 부럽다는 생각만...^^
후반전, 인천 미드필더 김남일이 설기현을 바라보며 오른발 로빙 패스를 시도합니다. 대전과의 경기에서 만들어낸 이 경기장 첫 골(인천이 넣은) 순간이 떠올랐지만 이미 전북 수비수들이 감을 다 잡은 상태였습니다.
인천의 공격형 미드필더 이보가 부상을 털고 돌아왔습니다. 그런데 겁도 없이 식사마와 김정우 선수 사이를 노리는군요. 쉽지 않다는 것을 금방 깨닫고 공을 돌리더군요.
후반전, 박준태의 미드필드 프리킥 장면입니다.
78분, 이보가 임유환 선수를 앞에 두고 공을 끌다가 뒤로 내준 기회를 박준태가 잡았습니다. 회심의 왼발 슛이 나왔지만 너무 정직하게 최은성 선수의 정면으로 날아갔습니다. 너무나 아쉬운 순간입니다. 토 킥으로 반 박자 빠르게 찔러 찼으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이 머리를 스칩니다.
80분, 설기현 선수의 추가골(3-1) 순간이 세 장 연속으로 잡혔습니다. 문상윤이 왼쪽에서 찔러준 공을 받아 매우 유연하게 몸 중심을 옮기며 임유환 선수를 완벽하게 따돌립니다. 드리블 할 때 발로만 하는 것이 아니라는 사실을 설기현 선수가 어린 꿈나무들에게 가르쳐주는 장면입니다. 광운대학교 시절부터 봐 온 설기현 선수...참 괜찮은 인물입니다.
문상윤-이보-박준태-최종환-김재웅-번즈를 효율적으로 조합하면 그에게 가중되는 부담을 충분히 덜어줄 수 있을 것이라 믿습니다.
90+2분, 이동국 주연의 드라마가 완성되는 순간입니다. 많이도 올라오신 전북 서포터즈...정말 기뻤을 것입니다. 왼쪽에서 날아온 에닝요의 킥이 뻔히 이동국의 머리로 향하는데 인천 수비수들은 그를 박스 아웃시키지 못하더군요. 상대 팀에서 가장 위험한 인물이 저렇게 유유히 솟구치는 것을 그냥 내버려뒀으니 뭐 할 말 없지요...김태윤 선수의 맨 마킹 능력...볼 때마다 아쉽습니다. 이윤표의 경고 누적 결장이 뼈아픈 순간입니다. 물론, 전북도 조성환 선수의 빈 자리가 컸지만 말입니다.
김동진 주심의 종료 휘슬 소리를 듣고 인천 선수들이 허탈하게 쓰러집니다. 아쉽게 승리를 놓쳤지만 인천 팬들은 아낌없이 기립박수를 쳐 주십니다. 오래간만에 느낀 감동의 순간입니다. E석으로 다가온 인천 선수들을 향해 인천 팬들은 더 큰 목소리로 격려해 줍니다. 선수들이 한 번 더 멈춰 서서 목례를 올리는 보기 드문 장면도 경험했습니다. 축구장은 꼭 승리만이 전부가 아니라는 사실을 깨닫게 해 준 순간입니다.
지난 해 4월 30일, 문학경기장에는 비가 내렸습니다. 유병수 선수가 페널티킥을 성공시키지 못했던 그 날, 인천은 전북에게 2-6으로 완패했습니다. 그리고 9월 9일 전주성에서 열린 리턴 매치에서도 인천은 두 골이나 넣었지만 2-4로 졌습니다. 이제 인천과 전북이 만나면 최소한 6골은 터진다는 기대감을 가져도 되나 봅니다.
오는 금요일 저녁, 지하철 타고 오래간만에 성남까지 따라가볼까요? ^^
첫댓글 멋진 리뷰 잘 감상했습니다^^ 인천으로서는 두고두고 아쉬울만한 날이었겠군요. 3골이나 넣었는데 승점은 어디로 간거니.. 하고 되물었을지도..
전북을 상대로 닥공을 펼칠지 아무도 예상 못 했던 경기였습니다. 전북이 물론 체력적 부담이 있었다고 하지만 솔직히 우리 인천이 이정도의 경기력을 보여주다니 놀라울뿐이죠. 아쉽지만 이정도의 경기력을 유지 한다면 강등권은 피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또한, 부상에서 회복한 이보선수...고립되는 설기현 선수를 벗어나게 할 수 있는 옵션이라 생각됩니다. 어제 돌파력이 놀랍더군요. 다만, 패스 해야 할때 돌파하고 연계 플레이가 안되었다는 점이 아쉬웠습니다. 호흡만 맞으면 무서운 옵션임은 분명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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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도 박준태가 맘껏 휘젓고 다니는 것 보고 무척 기뻤습니다. 골 장면에서는 최은성 선수 다치는 것 아닌가 할 정도로 너무 빠르게 달려들어가 놀랐습니다. 김남일의 왼발 중거리슛 속도보다 박준태가 달려들어가는 것이 더 빠르게 느껴졌습니다. 놀라운 선수 분명합니다. / 금요일은 제 일터가 좀 일찍 끝나는 날인데요...고민중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