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필 2020-10-25)
< 이덕무의 구서(九書) >
문하 정영인
조선시대 이덕무는 열여덟 살 때 자기가 사는 집을 ‘구서재(九書齋)’란 이름을 붙였다. 평소에 이덕무는 책벌레이고 자기 스스로 간서치(看書痴)라 부를 정도였다. 그의 저서 『이목구심서(耳目口心書)』에 글을 귀로 듣고, 눈으로 보고, 입으로 마음으로 느낀 것을 글로 썼다고 한다.
이덕무가 말하는 책을 읽는 방법을 ‘구서(九書)’라 했다. 구서는 ‘독서(讀書), 간서(看書), 초서(鈔書), 교서(校書), 평서(評書), 저서(著書), 장서(藏書), 차서(借書), 포서(曝書)이다.
첫째, 독서(讀書)는 책을 읽는 것이다.
둘째, 간서(看書)는 눈으로 읽는 것이다.
셋째, 초서(鈔書)는 베끼면서 읽는 것이다.
넷째, 교서(校書)는 잘못된 부분을 교정하며 읽는 것이다,
다섯째, 평서(評書)는 평하면서 읽는 것으로 교서보다 더 적극적인 독서활동이다.
여섯째, 저서(著書)는 글짓기를 하는 것이다.
일곱째, 장서(藏書)는 책을 보관하는 일이다.
여덟째, 차서(借書)는 책을 빌리는 일이다.
아홉째, 포서(曝書)는 책을 햇볕에 말라는 일이다.
나는 이덕무의 구서(九書)를 외워야 하겠다고 생각을 했다. 우선 앞글자만 따서 ‘독간초교(讀看鈔校)에서 평저장(評著藏)하니 차포(借曝)가 날라갔다’라고….
독서란 일생동안 해야 할 일상생활이다. 신문을 읽어도 독서고, 전자책을 보아도 독서다. 읽고, 눈으로 읽고, 베끼고, 고치고, 평을 써 보고, 글짓기를 하고, 책을 잘 보관하고, 빌려 읽고, 축축한 책을 햇볕에 말린다.
이덕무는 그의 저서 『간서지전(看書痴傳』에서 자기는 간서치(看書痴)에 독서종자(讀書種字)인 책벌레라 했다.
책을 읽는다는 것은 우리가 몸을 위해 밥을 먹듯 우리 영혼의 양식을 먹는 것일 것이다.
『서재의 등산가』 저자 백세의 김영도는 후배 산악인들에게 책읽기, 글쓰기를 권했다. 그는 사람을 구분할 때, ‘산에 가는 사람과 안 가는 사람, 산에 가는 사람으로 책을 읽는 사람과 책을 안 읽는 사람, 책을 읽는 사람으로서 글을 쓸 수 있는 사람으로 구분한다고 말했다.
책읽기는 우리가 스마트 폰을 보듯 밥 먹듯이 해야 한다. 자투리 시간에 독서하는 사람이 있듯이…. 군것질 독서하듯이.
외국 어느 고급 리조트의 수석 지배인의 말이다. 자기는 한국인과 일본인은 금세 구분할 한다고. 가방에 책이 있으면 일본인, 가방에 책이 없으면 거의 한국인이라는 것이다.
나는 이 말을 가장 좋아한다. ‘독서에는 마침표가 없다’
어찌 보면 독서와 공부는 관 뚜껑 닫힐 때까지 해야 할 일이 아닐른지. 어느 요리명장이 말했다. 자기는 관 뚜껑 닫힐 때까지 요리 공부를 하겠다고…….
하기야, 한국인은 얼마나 스마트 폰 독서 삼매경인지 소변기 앞에 서서도 스마트 폰을 보고 있으니 말이다.
한국인은 갈수록 문해력 수준이 꼴찌 수준이라 한다. 문해력은 ‘글을 읽고 이해하는 능력’이다. 모든 의사소통 및 문제해결의 기본이다. 한국인의 문맹률(文盲率)은 0.2%라 하지만 문해력이 적기 때문에 말짱 도루묵일 수 있다. 점점 한국인은 문해력맹(文解力盲)이 되가고 있는 것이다. 이 원인은 첫째, 책을 읽을 줄 알지만 책을 안 읽어서이다. 둘째, 글보다 영상으로 습득하면서 글을 읽고 이해하는 과정 없이 정보의 결과만 나오다 보니, 문자언어와 음성언어가 함께 발달하지 못한 결과이다.
아무리 인공지능이 중요한 사회지만 결국 그 인공지능을 연구하고 지배하는 것은 인간이다. 그래서 더욱 문해력이 중요하다. 앞으로 세상은 ‘AI에게 지배당하는 사람’과 ‘AI를 지배하는 사람’으로 나뉠 것으로 미래학자들은 예측한다. 인공지능의 약점은 창의적인 문해력이 없다는 것이다.
누군가가 이렇게 이야기했다.
“누군가가 글을 읽는다는 것은 또 하나의 인생을 사는 것입니다. 문학을 접한다는 것은 한 사람의 그의 인생을 만나는 것일테지요. 깊어가는 가을 몸과 맘을 따뜻하게 하고 차 한 잔과 함께 또 하나의 세계와 만나보는 것이 어떨까요?”
첫댓글 억만장서의 위대함과 한 구너의 책을 여러번 읽는 것에 대한 차이가 있죠.
어제는 주님의 " 사랑" 과 "사랑한다" 의 차이에 대해 묵상해 보았기에...
@@@ 세상에서 가장 큰 책 @@@
작년인가 포천에 있는 <나남수목원>에 간 적이 있습니다.
\나남출판사 조상호 회장이 조성한 사립수목원입니다.
나남출판사는 박경리의 <토지>를 출판한 회사입니다.
수목원 안에 큰 도서관이 있습니다.
아마, 나무를 '세상에서 가장 큰 책'ㅣ라고 비유한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