졸업식 풍경
김정자
아침부터 눈발이 날리기 시작한다. 늘 어린아이로만 생각했던 손녀가 오늘 초등학교를 졸업하는 날이다. 왠지 모를 뿌듯함으로 일찌감치 손녀의 학교를 찾았다. 졸업식장에는 내빈들과 재학생과 졸업생 그리고 학부모 교사들로 꽉 차 있었고, 준비된 축하 꽃다발들로 더욱 화려하고 근사했다. 단상 위에는 실내악단 5인조가 준비되어 있고 시상대가 깔끔하게 정돈되어 졸업이 뜻하는 엄숙함도 느껴졌다. 학사보고가 끝나고 시상식이 시작되었다.
새로 지어진 이 학교는 작년 3월에 시업식을 하였고 제1회 졸업생으로 단출하게 45명이었다. 졸업생 한 사람씩 단상 위에 올라가 여자 교장선생님께서 직접 졸업장을 수여하는 동안 해당 어린이의 사진, 장래희망과 아쉬운 말 한마디씩 기록되어 단상 위 스크린으로 소개되었다. 교장선생님께서는 한 사람씩 정성을 다하여 다정하게 어깨 위에 손을 얹고 격려하는 축하의 덕담을 일일이 해주셨다. 이어 재학생의 송사 다음 졸업생의 답사가 진행되는 동안 혹시라도 눈물을 흘리는 아이들은 없을까? 살펴보았으나 맨송맨송하고 덤덤한 졸업생들의 표정을 바라보며 픽 웃음이 나왔다.
내가 초등학교를 졸업할 때는 예쁜 색깔의 사인지를 친구들과 교환하면서 장래의 희망이며 좋아하는 음식이며 만일 백만장자가 된다면 어디에 쓸 것인가도 물으며 웃었고, 이다음 어른이 되어도 다시 만나자며 이별의 아쉬움으로 눈물도 흘렸었는데…….
그렇게 아름다웠던 풍습이 첨단 교통수단으로 사라졌다. 그 시절은 헤어지면 만나기가 쉽지 않았던 때였기에 그나마 촌스럽고 낭만적인 추억이었던 같다. 선생님께 적발되면 혼이 나기도 하여 비밀리에 주고받았던 그 시절만의 우정의 표현이 아니었나 싶다.
답사가 끝나고 마지막으로 들려오는 노래는 내가 54년 전의 초등학교 졸업할 때와 똑같은 졸업식의 노래였다. ‘빛나는 졸업장을 타신 언니께~’재학생의 노래에서 나는 어린 학생처럼 숙연해지기 시작했다. 어린 시절 졸업식장에서 눈물을 흘리던 모습이 떠올랐다. 그래서일까? 졸업생들이 부르는 2절의 가사 ‘잘 있거라 아우들아 정든 교실아~’ 노래가 울려 퍼지자 나도 모르게 눈물이 흘렀다. 노래를 들으며 나와 손녀의 외할머니는 동시에 눈물을 닦으며 서로 바라보고 멋쩍어 웃음이 터지고 말았다. 정작 졸업하는 졸업생들은 말똥말똥한데 두 노인은 눈물을 흘리고 있었으니 말이다.
생각하면 내 초등학교 졸업식 날은 정든 친구들과 헤어지는 것도 아쉬웠지만 어려운 가정사정 때문에 중학교도 진학 못하는 아이들이 너무도 많았다. 사정이 그러하니 자기 설움에 눈이 빨개지도록 울었던 친구들이 많았으니 이 또한 어려웠던 옛 과 풍요한 지금의 풍경의 차이라 할 것이다.
며칠 전 요즘의 학교 졸업식 풍경을 TV로 보고 가슴이 무척 아팠었다. 모 중학교 졸업식 풍경이었는데 도저히 어린 중학생들의 모습이라고는 생각하지 못할 장면이 방영되었다. 옷을 벗어 던지고 심지어 벌거벗은 모습으로 졸업식장을 아수라장으로 만든 아이들의 모습은 차라리 안타깝고 불쌍하게 보였다. 어쩌다 그 아이들에겐 졸업이 방종과 거추장스런 과정처럼 생각되어진 걸까.
졸업은 새로운 희망을 준비하기 위해 거쳐야 하는 과정이다. 마치 부모가 품은 하나의 씨앗이 지구 밖으로 나올 때도 산고의 고통이 있고, 어린 씨앗을 따듯하게 감싸고 애지중지 기르는 것 또한 부모가 되는 과정이다. 먹이고 입히고 재우고 하나의 인격체로 키우기 위해 세상 부모들은 피땀 흘려 양육하고 깊은 사랑으로 가지를 튼튼히 하고 잎을 넓혀 튼실한 한 그루의 인격체로 자라길 소망하지 않던가.
사람의 일생이 그렇듯 어린이는 청소년이 되고 청년을 거쳐 어른이 되는 인간과정을 거쳐 삶을 영위하여 가는 것이다. 어쩌면 인간은 죽을 때까지 끝없이 입학과 졸업을 하며 살아가는지도 모른다.
사실 인생에서 영원한 졸업은 육체적 죽음일 것이다. 우린 살아 있는 동안 과정을 거치고 졸업과 새로운 입학을 하며 살아간다. 그것이 어떤 형태의 입학이든 졸업이든 인간이 꿈꾸는 삶은 언제나 희망이라는 밝은 빛을 향해 도전하며 살아가고 있는 것이 아니겠는가.
나의 손녀 또한 이제 겨우 인생의 걸음마를 마치고 미래라는 바다를 향해 가야하는 준비과정에 서 있다. 무한한 가능성을 지닌 이 땅의 젊은이들은 삶의 경쟁에 뒤지지 않기 위해 아니 희망을 향해 학업에 전념하는 어린것을 볼 때마다 안쓰러울 때가 잦았다. 그 어린 손녀가 오늘 초등학교를 졸업하고 다음 달엔 다시 또 새로운 희망을 찾아 중학교에 입학 할 것이다.
교가를 끝으로 졸업식은 끝이 났다. 손녀딸을 만나 꽃다발을 주면서 “효은아 너 울었니?” “아니요, 왜 울어요?”라고 한다. 세월이 그렇게 냉정한 건지. 감정이 메마른 것인지……. 학업 상, 기능상, 6년 개근상, 장학증서까지 애써 쌓아온 푸짐한 결과물을 내게 안겨주는 손녀가 오늘따라 부쩍 큰 숙녀처럼 보인다.
첫댓글 초등학교 졸업식을 본지가 오래 됐는데 졸업식 광경이 정말 많이 변했군요
경제가 급하게 일어 난것 만큼이나 세태도 많이 변한것 같습니다..졸업식 광경 감상 잘 했습니다
" 졸업생들이 부르는 2절의 가사 ‘잘 있거라 아우들아 정든 교실아~’ 노래가 울려 퍼지자 나도 모르게 눈물이 흘렀다. 노래를 들으며 나와 손녀의 외할머니는 동시에 눈물을 닦으며 서로 바라보고 멋쩍어 웃음이 터지고 말았다. 정작 졸업하는 졸업생들은 말똥말똥한데 두 노인은 눈물을 흘리고 있었으니 말이다. "
우리들 졸업식에는 선생님도 울고 학생들도 울었는데
요즈음은 마냥 즐거워 하던데요.
감사합니다. 선생님
선생님의 사랑스러운 손녀 효은이의 졸업을 축하한다고 전해주십시오.^^ 네. 선생님 졸업식장 풍경이 참 많이 변했겠습니다. 전 우리아이들 졸업식때 풍경을 보고도 그렇게 느꼈는데 하물며 지금은 더 하겠지요. 눈물바다를 이루던 시절은 이제 추억으로 넘어가나 봅니다. 하지만 선생님 '왜 울어요?'하고 말하는 손녀의 말이 자연스럽게 느껴짐은 '졸업은 시작이다'라고 말씀하신 것처럼 시대의 변화에 따른 신세대들의 정서이겠지요. 이번 금메달 리스트들이 밝고 당당한 것을보고 우리의 국력을 실감했습니다. 요즘은 결혼식장의 신부들도 울지 않고 환하게 웃으니 오히려 좋게 느껴집니다선생님. 좋은글 감사히 읽었습니다.
저도 초등학교 졸업식날 울던 생각이 납니다 그 땐 선생님과 친구들의 이별이 정말 슬펐기 때문이었어요 감상 잘 하고 갑니다.
저도 초등학교졸업식때 울었던 기억이납니다. 선생님은 손녀 졸업식장에서 또 한번 눈물을 흘리셨네요. 초등학교 추억을 떠 올리면서 감상 잘했습니다.
졸업식 노래...지금도 흥얼거리지만 가사가 정말 마음에 와 닿습니다...
선생님의 마음에서 아름다움을 느낌니다. 사랑스러운 손녀와의 정다운 모습이 보이는듯 합니다. 싸인지!!! 흥미진진했었죠. 좋은글에 머물다 갑니다. 감사합니다.
지금도 졸업식 노래를 흥얼거리면 가슴이 뭉클해 오고 초등학교 졸업식날 울었던 생각이 납니다. 선생님 예쁜 손녀 졸업을
축하합니다 ^^*
졸업식 노래를 연습하는 소리만 들어도... 아! 벌써 졸업! .... 마음이 찡 했었는데.....
저는요 유치원 졸업식이 있었는데요. 원장님을 필두로 전 교사가 눈물흘리는 바람에 학부형과 원아들까지 통곡하며 울었답니다. 우리아기 학사모 꽃술로 눈물 닦다가 눈병나서 안과에 다니고 있답니다. 기약없이 헤어진다는것은 영원한 이별을 뜻할수도 있기에 슬픔이 따라오는거겠지요. 빛나는 졸업장을..아 눈물나네...
초등시절 졸업식이 엇그제인양 떠오릅니다. 좋은글 잘 감상하고 갑니다.
인간은 죽을때까지 끝없이 입학과 졸업을 하며 살아가는 것이지요 글 잘읽고 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