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분 살다 가는 일회용 컵 제2의 삶 10%도 안돼
재활용의 세계는 '21세기 연금술' 이 따로 없다.
페트병은 사후에 아웃도어, 수영복으로 환생하고, 맥주 캔은 자동차 부품이나
철근으로 , 과일을 담았던 스티로품 박스는 창틀 심이나 방음재로 제2의 삶을 산다.
커피가 담긴 일회용 종이컵도 마찬가지다. 커피컵으로으로서 소임을 마친 종이컵은
두루마리 화장지로, 플라스틱 아이스잔은 키보드나 극세사섬유로 다시 태어난다.
그러나 컵이 다시 태어나려면 결정적인 관문이 있다. '제대로 버려져야 한다.' 는것
'길거리 쓰레기통에 예쁘게 버렸으니 괜찮겠지' 라고 생각한다면 안타깝지만 그
커피컵은 그저 땅에 묻히거나 태워질 가능성이 크다. 그 많은 일회용 커피컵들은
모두 어디로 가는 걸까.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2016년 한 해 동안 우리나라 성인 1명은 커피 377잔을 마셨다. 2012년 288잔에서 4년 새 31%나 늘었다. 커피전문점은 지난해 1월 현재 전국에 5만2392곳에 이른다.
2016년 17개 프랜차이즈에서 사용된 일회용컵만 7억6000만개다.
이 컵들을 세로로 쭉 이어붙이면 서울~부산을 95번왕복(7만 6000km)할 수 있다.
그런데 테이크아웃 음료를 17개 브랜드에서만 파는 건 아니다. 커피전문점만 놓고
봐도 자발적협약 12개 업체의 점포는 국내 전체 커피전문점의 약 10%에 불과하다.
환경부는 한 해 사용되는 일회용 컵이 200억 개도 넘을 것으로 본다.
일회용 커피컵에게 쓰레기통은 다 같은 쓰레기통이 아니다.
매장 안에 있는 쓰레기통에 버려질 때라야 비로소 재활용 기회를 얻는다.
한 해 쏟아져 나오는 200억 개의 일회용 컵 가운데 재활용되는 건 5~10%로 추정된다. 17개 자발적협약 업체 매장 내에서 사용된 컵이 모두 재활용된다고 가정해도
겨우 이 정도다.
자발적협약 업체를 포함해 총 19개 업체 매장 내에서 버려진 커피컵은 권역별로
전국 3개 지점에 모인다. 서울과 경기 인천 2300개 점포에서 수거된 컵은 경기 하남시가 집결지다. 집하장과 계약한 기사들이 1톤트럭으로 하루 40~50곳씩 돌며 이곳에 부리는 컵의 무게는 하루에 7~8톤에 달한다.
그런데 커피컵은 많고 많은 폐지업체 중에 왜 이 한 곳에만 모이는 걸까.
그 이유는 커피컵은 종이로 만들어졌으되 종이가 아니어서이다.
종이컵 안을 감싼 폴리에틴렐(pe) 코팅 때문에 그렇다. 그래서 종이컵을 재활용하려면 이 코팅을 벗겨내야 하기 때문에 일반 폐지와는 별도로 취급해야 하는 것이다.
12온스짜리 컵 7개면 두 겹짜리 35m 두루마리 화장지 하나가 나온다.
그렇지만 최고급 펄프의 두 번째 인생이라기엔 어쩐지 좀 초라한 느낌이다.
하남 집하장을 운영하는 이만재 대원리사이클링 대표는 "중국이나 미국에서는
종이컵을 고압으로 압축해 바닥재로도 쓰는데 pe코팅이 접착제 역활을 해서 추가로 접착제를 쓰지 않고도 단단하게 만들 수 있다." 면서 "하지만 우리나라는 수거되는 종이컵 양이 너무 적어 바닥재 재활용은 어렵다.고 전했다.
종이컵에 비하면 플라스틱 컵은 활용 범위가 넓다. 플라스틱은 꼭 일회용컵이 아니더라도 재질만 같으면 다른 폐플라스틱과 함께 재활용될 수 있어서다.
대부분 페트인 플라스틱컵으로는 극세사를 만들고 폴리스틸렌이 많은 컵뚜껑은
키보드나 모니터 프레임의 원료가 된다.
앞서 말했듯, 일회용컵 중 재활용되는 것은 10%가 안된다.
10개 중 9개는 말하자면 어디에 묻혔는지, 나뒹구는지 알 수 없는
"행불자" 인 셈이다.
그래서 일회용컵 보증금 제도를 부활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되살림지의 글 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