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저녁 또 연락이 왔데.
엊그제 일요일날 너무 재밌었다고.
이번에는 흑염소를 잡아먹자나.
이러다 나 천당 못가지 싶다.
새해부터 살생을 서슴없이 하고
여러친구들 열받게 해서...
--------------------- [원본 메세지] ---------------------
금숙이가 요즘 잠잠하니까 니가 나를 열받게 해?
나는 부부 동반으로 어딜 가본 적이 없는디,
부부 동반으로 어딜 가서 돼지를 잡았다고?
돈육을 그렇게 배터지게 먹었으면 배탈이 나야지
왜 고뿔이 걸렸다냐?
네 배가 안아프니까 시방 내 배가 아프다.
저번에 니 남편이랑 단 둘이서 지리산 갔을 때만 해도
비 쫄딱 맞고 왔다고 해서 아무 소리 안했는디,
니만 알콩달콩 재밌게 사는 거 같아서 나 배아퍼 살겄다.
추운 날씨에 열받게 해줘서 고맙다.
보일러 안틀어도 되니 이게 다 니 덕분인가 하노라.
죽은 돼지의 명복을 빌며 "건배"
아영이 엄마 파마가 기똥차게 잘나왔다고 "건배"
결혼 30주년을 맞이한 부부의 백년회로를 위해 "건배"
수시로 핑계를 잘도 둘러가며 "건배" "건배"
이건 비밀인데..
내가 평소 멀쩡한 정신에는 쪼게 말이 없지만서도
술이 한잔 들어가면 곧잘 남들을 웃기는 재주가 있거든.
이런말 저런얘기들로 한마디하니 나보다 서너살은 족히
많은 형님들이 나온 똥뱃살을 잡고 웃어데더군.
문제는 재밌게 놀고 난 다음날인 오늘이 문제랑게.
콧물이 훌쩍 훌쩍. 자고나니 편도선이 부어서 따끔따끔.
속모르는 남편친구나 동네 형님들은
어제 너무재미있었다고 다음에 또 한번가자나 어째자나.
아이구~
이래 저래 총무는 어렵다니께.
세상 모든 모임에 총무님을 위하여 "건배"
(아이구~ 어제 먹은 술이 덜깼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