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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클래식 음악을 보다 쉽게 재미있게 느낄 수 있도록 도와주는 <클래식으로 읽는 인생>. 36곡의 음악을 이야기하면서 인간이 겪는 희로애락의 드라마를 보여주는 책이다. 한 곡의 음악을 듣는 다는 것은 한 편의 소설을 읽는 것과 근복적으로 다르지 않다는 전제 하에 신화와 철학과 문학, 삶과 죽음, 사랑과 복수 등 인간의 근원적 테마들을 이야기하고 있다.
특히 이 책은 대중을 클래식으로부터 멀어지게 만드는 몇 가지 요소들과 거리를 유지한다. 대중들이 이해하기 어려운 단어들을 늘어놓으면서, 또는 고전음악은 딱딱한 것이라는 선입견을 심어주는 무미 건조한 서술 등을 배제하고 애틋한 부부애, 금지된 사랑, 술에 얽힌 사연 등 누구나 공감할 만한 이야기를 클래식 음악과 들려준다.
저자소개
1972년 서울 출생. 서울대학교 약학대학 제약학과를 졸업하고 동 대학원에서 석사, 박사 학위 취득. 월간 CODA에 기고하는 등 현재 심포니 해설가 및 음악 칼럼니스트로 활동 중.
저서 <구스타프 말러 I: 방랑과 뿔피리> <구스타프 말러 II: 황금시대>
목차
1. 오르페우스 열전
오페라의 창세기몬테베르디 <오르페오>
가수들이 나대는 오페라? 바꿔!글룩 <오르페오와 유리디체>
요절복통 개그 오페라오펜바흐 <지옥의 오르페>
신화 속 주인공인 오르페우스의 아내에 대한 애절한 사랑의 이야기를 몬테베르디, 글룩, 오펜바흐 등 3인3색의 오페라로 압축, 해설했다. 바탕을 이루는 줄거리는 신혼 초에 아내를 잃은 오르페우스가 저승으로 건너가 뛰어난 악기연주 솜씨와 노래 실력으로 지옥의 신을 감복시켜 아내를 되찾아 오는 과정이다. 뒤를 따르는 아내를 절대 돌아보지 말라는 조건을 어기면서 결국은 아내가 다시 저승으로 굴러 떨어진다는 '언해피엔딩UNHAPPY ENDING'의 전형. 몬테베르디는 지금으로부터 약 400년 전인 1607년에 오늘날과 같은 감상용 오페라의 효시인 <오르페오>를 최초로 무대에 올렸다. 한편 오페라의 개혁가로 불리는 글룩은 남편이 뒤를 돌아본 이유를 아내의 성화 때문으로 해석하는가 하면 오르페오가 슬픔의 고통 속에 스스로 목숨을 끊으려는 순간 아내가 다시 일어나도록 하여 원작을 뒤엎어버리기도 한다. 또한 오펜바흐는 <지옥의 오르페>라는 패러디 오페라를 만들어 지고지순한 부부애를 권태에 지친 부부싸움으로 묘사하고 서로 내심 기뻐하면서 영영 헤어지는 개그 오페라를 선보인다.
2. 금지된 사랑
십대들의 겁 없는 사랑베를리오즈 <로미오와 줄리엣>
애들은 가라! 성애의 황홀경바그너 <트리스탄과 이졸데>
세기말을 매혹시킨 황금 머릿결쇤베르크 <펠레아스와 멜리장드>
인간의 본성을 예술의 본령으로 삼았던 19세기 낭만주의 시대의 유행은 '금지된 사랑'. 베를리오즈는 잘 알려진 셰익스피어의 희곡 '로미오와 줄리엣'을 성악이 삽입된 장대한 오케스트라 음악으로 창조해냈다. 한편 바그너는 이룰 수 없는 스스로의 사랑의 고통을 오페라 <트리스탄과 이졸데>에 그대로 투영하여 서양음악사상 가장 유명한 커플을 탄생시킨다. 엄청난 길이에 엄두가 나지 않는 감상자를 위해 '전주곡'과 '사랑의 죽음'만이라도 들어보라는 저자의 권유에 신뢰가 간다. 벨기에의 시인이자 극작가인 마테를링크의 또 다른 불륜이야기 '펠레아스와 멜리장드'를 음악으로 형상화 한 작품 중에서는 쇤베르크의 곡을 수작으로 꼽는다. 왕의 손자, 그의 이복동생, 긴 머리의 소녀가 벌이는 위험한 애정 게임은 결국 연인의 죽음으로 막을 내린다.
3. 소설 속에 흐르는 클래식
앙드레 지드 '전원 교향악' 속에 흐르는 베토벤 교향곡 6번 <전원>
톨스토이 '크로이처 소나타' 속에 흐르는 베토벤 <크로이처 소나타>
토마스 만 '키 작은 프리데만 씨' 속에 흐르는 바그너 <로엔그린>
음악과 문학의 교류는 두 예술이 서로를 갈망할 수 밖에 없는 본질적인 속성에서 비롯된 것. 소설을 통해 음미해보는 음악은 음악 그 자체와는 또 다른 매력을 선사하며 문학성의 원천인 철학의 명제까지 제시해준다. 베토벤 교향곡 6번 <전원>이 실린 앙드레 지드의 '전원교향악'은 영혼의 맹인인 목사와 육체적 맹인인 소녀의 잘못된 사랑을 통해 진정한 사랑의 의미, 위선에의 저항, 종교와 현실간의 모순 등 삶의 근원에 대한 깊은 통찰과 본질적인 문제의식을 제기한다. 한편 톨스토이의 '크로이처 소나타'는 불륜의 두 남녀가 베토벤의 바이올린 소나타 9번 <크로이처>를 함께 연주하면서 불같은 사랑으로 타오르게 한다. 로망 롤랑은 톨스토이가 '크로이처 소나타'를 죄악의 씨앗을 심은 타락의 출발점으로 삼게 함으로써 베토벤에 대한 애증을 설파한 것이라고 분석한 바 있다. 토마스 만의 '키 작은 프리데만 씨'는 바그너의 오페라 '로엔그린'을 패러디한 작품으로 줄거리, 주인공 설정, 상황 묘사 등이 매우 흡사하다. 평소 바그너의 예술에 푹 빠져있던 토마스 만은 다른 여러 작품에도 바그너의 음악을 깊숙이 끌어들였다.
4. 팜므 파탈 이야기
누가 내 사랑의 편력을 막으랴?비제 <카르멘>
엽기적 사랑의 원조R.슈트라우스 <살로메>
사랑이 뭐 별건가?베르크 <룰루>
잔혹한 남성상은 별다른 흥미를 유발하지 못함에도 '잔혹한 여인상'이 곧잘 세상의 관심을 끄는 이유는 어디에 있을까? 역사를 움직인 것은 남성이고 그 남성을 움직인 것이 바로 여성이기 때문인가. 비제의 <카르멘>은 초연 당시 냉담한 반응을 면치 못하였으니 담배공장의 집시 여종업원이 남자를 유혹하고 또 차버린다는 줄거리가 너무 파격적이었다는 것. 니체는 이 작품을 20번째 듣는다면서 사랑은 가장 이기적인 감정이므로 상처받게 되면 가장 관대하지 못하다고 갈파하고 있다. <살로메>는 일찍이 변태사랑의 극치를 보여준 이른바 '엽기적인 그녀'의 원조. 100여년 전, 오페라에서 전라의 스트립쇼와 잘린 목에 키스하면서 피맛을 노래하는 장면이 나타났을 때의 관객들의 반응이 몹시 궁금하다. 한편 20세기의 '리틀 말러(LITTLE MAHLER)' 베르크는 오페라 <룰루>를 통해, 4명의 남자와 1명의 레즈비언을 거역할 수 없는 매력 앞에 희생되게 설정하면서 자신의 의식을 뒤흔든 성욕의 실체를 파헤친다.
5. 신화를 동경한 음악
잊혀진 작곡가의 신화 교향곡디터스도르프 교향곡 <변신이야기>
교향곡, 올림포스 신전에 가다모차르트 교향곡 41번 <주피터>
신비와 관능의 백일몽드뷔시 <목신의 오후 전주곡>
선과 악, 사랑과 증오, 평화와 전쟁, 삶과 죽음 등 시대를 초월한 인간심리의 비밀이 가득 담겨 있는 신화. 18세기의 이른바 'B급 작곡가' 디터스도르프의 교향곡 <변신이야기>는 그리스 신화의 집대성인 오비디우스의 라틴어 서사시 '변신이야기'를 토대로 작곡된 곡이다. 저자는 여섯 교향곡 별로 각각의 신화의 줄거리를 생생하게 따라가고 있다. 모차르트의 교향곡 41번 <주피터>는 작곡가가 좀더 오래 살아서 더 많은 교향곡을 남겼다고 하더라도 이를 뛰어넘는 작품을 만들었을 것이라 장담할 수 없을 만큼 완벽한 작품이다. 드뷔시의 <목신의 오후 전주곡>은 몽환적 예술의 결정체로 상반신은 인간의 모습을, 하반신은 염소의 모습을 하고 있는 목신이 님프들을 겁탈하는 에로틱한 백일몽을 그리고 있다.
6. 복수의 아리아
밤의 여왕과 미완의 복수모차르트 <마술피리>
복수는 나의 것베르디 <가면 무도회>
피비린내 진동하는 모녀의 잔혹사R.슈트라우스 <엘렉트라>
'지옥에서 요리된 가장 맛있는 음식'이라는 인간의 복수심을 쇼펜하우어는 자신의 무력감과 열등의식의 반작용으로 풀이했다. 영화 '친절한 금자씨'가 흥행에 성공한 요건은 무엇인가? 흔히 접하고 있는 모차르트의 오페라 <마술 피리>는 대중들에게 복수의 아리아로 더욱 친근하다. 스웨덴 국왕의 시해사건을 다룬 베르디의 <가면무도회>는 아내를 빼앗긴 신하의 칼끝에 죽어가는 국왕의 유언이 이채롭다. 한편 존·비속 간의 복수이야기로 유명한 R. 슈트라우스의 <엘렉트라>는 동성인 어머니를 미워하고 이성인 아버지의 사랑을 구하는 '엘렉트라 콤플렉스'의 상징이다. 10년 동안의 진저리나는 전쟁터에서 살아 돌아온 아버지 아가멤논 왕이 아내와 정부의 손에 살해되자 딸 엘렉트라는 어머니에 대한 피의 복수를 다짐한다. 복수의 엑스터시를 광란의 춤으로 표현하고 끝내 쓰러져버리는 결말 부분은 복수를 성취한 후 행복한 결혼을 이루는 원작의 밋밋한 대목을 복수에의 의지가 충족된 순간 삶의 의미를 상실한 것으로 바꾼 문학성의 산물이다.
7. 파우스트에 매혹되다
사랑의 고통과 번뇌슈베르트 <물레 잣는 그레트헨>
신성神性과 마성魔性은 하나리스트 <파우스트 교향곡>
형이상학의 결정판말러 교향곡 8번
독일의 대大문호 괴테의 작품 '파우스트'는 수많은 작곡가에 의해 음악으로 새롭게 태어났다. 슈베르트의 <물레 잣는 그레트헨>은 17세 소년의 작품이라고 믿을 수 없을 만큼 빼어난 완성도를 보인다. 좋은 시가 있다면 작곡이 수월하다는 슈베르트의 말처럼 음악과 문학의 만남, 그것은 참으로 매혹적인 결합이 아닐 수 없다. 한편 리스트의 <파우스트 교향곡>은 음악성이 풍부한 대작으로 그 창의적인 조합과 다양한 변주가 탁월한 걸작이다. 구노, 보이토, 바그너, 라프 등 파우스트를 그린 숱한 작곡가 중 극한점에 도달한 이는 구스타프 말러! 교향곡 8번 제2부를 통해 천사들이 파우스트의 영혼을 구해 천국으로 옮기는 부분부터 희곡의 끝까지를 부드럽고 은은하게 영롱한 음향으로 수놓고 있다. 하나의 작품을 완벽한 예술로 승화시키자면 예술가가 자신이 지닌 힘의 4분의 3만 표현해야 한다는데 말러는 역량을 과잉으로 쏟아 부은 것이 문제라면 문제다.
8. 죽음에 대한 3가지 명상
연인 같은 죽음, 춤추는 죽음슈베르트 <죽음과 소녀>
휴식과 안식의 죽음포레 <레퀴엠>
평생을 괴롭힌 죽음의 트라우마말러 <죽은 아이를 그리는 노래>
"철학을 한다는 것은 죽는 것을 배우는 것이다"라는 몽테뉴의 명언처럼 웰빙(WELL BEING) 못지않게 웰다잉(WELL DYING) 또한 이 시대의 중요한 화두에 속한다. 슈베르트는 매독으로 인해 썩어 들어가는 육신을 추스르며 불안과 좌절의 감성을 <죽음과 소녀> 속에서 부드러운 변주곡과 죽음의 무도로 표현했다. 프랑스의 작곡가 포레는 <레퀴엠>을 통해 죽음을 두려움의 대상이 아닌 휴식과 안식의 패러다임으로 그려냈다. 죽음은 무의미하게 사라지는 것이 아닌, 행복의 구원이자 더 나은 곳으로의 상승이라는 것이다. 안락사의 인정여부가 세계적인 이슈가 되어 있는 이 시대에 과연 죽음은 안락한 축복이 될 수 있을까? 말러는 결혼도 하지 않은 시점에서 <죽은 아이를 그리는 노래>를 작곡했는데 8명의 형제들의 죽음을 총체적으로 묶어 '죽은 아이'로 표현한 것이다. 어린 시절부터 그를 괴롭혔던 죽음의 트라우마는 결국 자식을 잃는 고통으로 이어져 최후의 순간까지 뒤를 쫓는다.
9. 음표로 새겨진 전쟁의 참상
비참한 역사의 목격자쇼스타코비치 교향곡 7번 <레닌그라드>
귀로 듣는 홀로코스트쇤베르크 <바르샤바의 생존자>
성당복을 입은 전쟁 오페라브리튼 <전쟁 레퀴엠>
전쟁이라는 특수 상황은 음악세계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가? 독일군의 포성을 배경으로 작곡된 쇼스타코비치의 교향곡 7번 <레닌그라드>는 이미 하나의 신화이다. 눈앞에 펼쳐진 전쟁의 생생한 참상을 바탕으로 한 이 교향곡은 포화 속에서 소련 민중들에게 가슴 벅찬 감동을 안겨주었으며 스탈린에 의해 막강한 정치적 선전도구로 활용되기도 했다. 유태인이었던 쇤베르크는 대학살에서 기적적으로 살아남은 한 생존자의 증언을 <바르샤바의 생존자>에 담아냈다. 그 어떤 음악도 전쟁의 공포와 홀로코스트의 망령을 이토록 강하게 웅변하지 못할 것이라는 해설이 실감나게 전달된다. 한편 브리튼은 전쟁에 대한 차가운 혐오, 삶에 대한 절박한 간구가 담긴 윌프레드 오웬의 시를 가사로 한 오페라 <전쟁 레퀴엠>을 작곡하여 대성공을 거둔다. 이곡은 제2차 세계대전 당시 각기 입장이 달랐던 3개국(소련, 영국, 독일)의 가수를 한 무대로 모아 세계평화를 기원하는 하나의 상징을 이루기도 했다.
10. 독일음악 속의 영웅들
마음으로 위대했던 영웅, 베토벤베토벤 교향곡 3번 <영웅>
영웅인가, 꼭두각시 인형인가?바그너 <지그프리트>
자아도취에 빠진 공처가 영웅R.슈트라우스 <영웅의 생애>
어느 시대에나 영웅은 기대되었고 또 탄생해 왔다. 진정한 '영웅'은 과연 누구인가? 로망 롤랑이 "진정 마음으로 위대했던 영웅"의 본보기로 삼았던 베토벤의 교향곡 3번 <영웅>은 진정한 영웅성의 대명사격인 곡이다. 한편 바그너의 오페라 <니벨룽의 반지> 중 '마초 오페라'의 전형이라 할 수 있는 <지그프리트> 속의 영웅은 좀 다르다. 두려움을 모르는 용감무쌍한 용사이기는 하나 단순무식한 본성 때문에 훗날 악의 세력에 쉽사리 굴복하게 되는 꼭두각시 영웅이기 때문이다. 톨스토이는 "세상에, 그 비싼 입장료를 내고 날마다 대여섯 시간씩 나흘 동안 꼬박 이 무의미한 속임수를 보고 들으러 다녔다니!"라며 냉소적인 비판을 퍼붓는다. 한편 R.슈트라우스의 <영웅의 생애>는 본인 자신을 영웅으로 치부한, 낯 뜨거운 자화자찬 작품이다. 말러의 부인인 알마의 회상록에 의하면 작곡가는 영웅보다는 완벽한 공처가에 가까웠다.
11. 나로 하여금 취하게 하라!
셰익스피어가 경고한 과음의 위험베르디 <오텔로>
풍류의 근원, 현실도피의 해방구말러 <대지의 노래>
환각과 몽상의 세계로베르크 <포도주>
클래식 음악 속에는 다양한 형태의 술 노래가 등장한다. 밝고 명랑한 기운을 지닌 노래가 있는가 하면 베르디의 <오텔로> 중 '건배의 노래'처럼 기괴한 반주에 음습하기 짝이 없는 노래도 있다. 누군가를 함정에 빠뜨리고자 하는 계략이 담긴 노래이기 때문이다. 원작자인 셰익스피어는 일찍이 과음의 위험성을 경고한 바 있다. "과음 상태에서 한 모금 더 마시면 바보가 되고 두 모금 더 마시면 미친놈이 된다. 그리고 세 모금 더 마시면 술독에 빠진다." 말러의 <대지의 노래> 중 '봄에 술에 취한 사내'는 이백의 오언고시인 '춘일취기언지'를 텍스트로 하고 있다. 연이은 시련으로 심신이 극도로 피폐해진 말러에게 동양적 허무주의와 자연친화적인 로맨티시즘 그리고 호쾌한 시상을 지닌 이백의 시는 커다란 위로이자 새로운 대안으로 받아들여졌던 것이다. 베르크의 연주회용 아리아 <포도주>는 보들레르의 시 '악의 꽃'에서 3개 부분을 따로 뽑아 엮은 작품이다. 술이 통 속에서 발효되어 사람의 목으로 넘어가 환각의 세계로 돌진하는 과정을 몽환적인 분위기로 그리고 있다.
12. 백조의 노래
도플갱어의 공포와 충격슈베르트 <백조의 노래>
인생의 통찰이 담긴 장엄한 설교브람스 <4개의 엄숙한 노래>
천상의 칸틸레나R.슈트라우스 <4개의 마지막 노래>
죽을 때 딱 한 번 아름다운 목소리로 운다는 백조. 작곡가의 마지막 작품을 일반적으로 '백조의 노래'라 부른다. 슈베르트는 생애 마지막 해인 1828년, 놀라운 창작열을 발휘하여 현악5중주, 3대 피아노소나타, 가곡집 <백조의 노래> 등을 속속 작곡했는데 하나같이 경이적인 창의력과 모험으로 가득한 역작이다. 특히 가곡 '도플갱어'는 자기의 분신이 돌아다닌다는 뜻으로 불운한 천재의 뒤안길을 예시하는 것 같아 못내 씁쓸하다. 브람스의 <4개의 엄숙한 노래>는 가사를 "헛되고 헛되니 모든 것이 헛되도다"로 시작하는 성경의 전도서에서 취하고 있다. 브람스의 '영원한 여성' 클라라 슈만의 죽음을 예감하면서 써내려간 이 곡은 인생의 덧없음과 죽음에 관한 깊은 명상을 담고 있으나 마지막 대목을 '믿음, 소망, 사랑 중 사랑이 제일'이라는 유명한 고린도전서의 구절을 인용함으로써 감동적으로 종결짓는다. R. 슈트라우스의 '백조의 노래' 격인 <4개의 마지막 노래>는 헤르만 헤세, 아이헨도르프등의 시를 텍스트로 한 곡이다. 마지막 곡 '저녁놀'이 전하는 달콤한 우수가 가을날에 더없이 잘 어울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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