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십 년 전, 말죽거리에는 잡탕으로 유명했던 간판 없는 떡볶이집이 있었습니다.
여러 가지 재료를 넣고 튀겨서 잡탕이라 불렸던 튀김을 도맡아 만들던 주인 할아버지가 돌아가신 후 사라졌다가 몇 년이 지나 양재역과 은광여고 사잇길 골목 담벼락에 포장마차식으로 천막을 친 후 주인 할머니와 따님(주인아주머니)이 떡볶이와 잡탕을 다시 만들기 시작했었습니다.
유치찬란인 저도 포장마차 시절인 2006년도에 처음 가봤던 곳입니다. 그 후 가게로 이전, 녹색 간판의 넓은 가게 ‘그린네 은쟁반’ 이었다가 매장 크기가 작아지고 지금의 간판으로 바뀌었습니다. (42년 전통)
한때 이곳을 찾았던 마니아가 많았던 만큼, 이곳 떡볶이와 잡탕을 좋아하는 분들이 상당히 많은 곳입니다만, 의외로 호불호가 많은 곳이기도 합니다.
그 이유는 밀떡 식감 때문. 이곳은 떡을 미리 고춧가루 등이 더해진 양념장에 재운 후 사용하는 특징이 있는 곳입니다.
그런 떡 양념 방식에 삼투압 작용이 일어나고. 떡에 있던 수분이 빠져나가 마른 식감을 가지게 되는 것인데 이 때문에 처음 먹어 본 대부분의 사람들은 (칼칼한 매콤함과 달콤한 맛보다는) 떡이 딱딱하다는 인지를 할 수도 있습니다.
뇌에서 (맛보다) 수분이 빠진 떡 식감이 먼저 인지되기 때문일 텐데요. 떡의 식감이 적응이 될 때 비로소 양념 맛이 제대로 인지될 수 있는 흔치 않은 묘한 매력을 가진 떡볶이입니다. (맛있다. 맛없다의 그런 개념이 아닌, 객관적인 시각으로 봤을 땐 말이죠. )
이곳만의 떡 식감에 대한 이야기가 (처음 먹어본 분들에 의해) 그동안 많았었던 지라 그 식감을 유지하고 있을지. 몇 년이 지나면서 변화를 주었을지 문뜩, 궁금하기도 하네요.
고소함이 강조된 잡탕 튀김과 함께. (잡탕 튀김은 오징어가 포함된 이곳만의 야채튀김.)
은광여고 주변에는 유명한 분식집들이 많이 있습니다.
몸에 미안하지 않을 만큼, 건강하고 맛있는 분식집인 국미당.
고기와 과일이 들어가는 즉석떡볶이집인 작은공간.
그리고 옛날 떡볶이집인 이곳 그린네 은쟁반까지.
선택의 폭이 넓은 은광여고 앞 3대 떡볶이집이었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