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5.08.12
#.go 스위스. in 쿠셋.
시험으로 치자면
예체능을 끝내고 국영수만 남겨두고 있는 기분이다.
남은 일정,스위스-로마-파리
그리고 귀국.

벌써 부터 일상으로의 복귀를 생각한다는 것이 엄하다.
이 무슨 망칙한 궁상인가.
그 복귀에 미리 달달 떨고 있는 지금의 꼬락서니가 씁쓸하다.
여행 전 부터부딪히던 입술은
열에 불이 나도록 떠나는, 떠나온 자유를 부르짖었건만
지금 이 작태로 보아하니 떠나는 것에 대한 자유를 제대로 즐기고 있지 못하고 있다는 뜻인가.
오 이런 죽은 주둥이같으니.
나는 지금
달리는 새벽 열차 안,
제대로 허리를 펴고 앉을 수도 없는 공간에
여섯 명의 여자가 죽어가는 벌레처럼 움크리고 누워있는 or 엎드려 있는 독방에-
침대 받이 여섯개를 억지로 달아놓은 대단한 공간에
요염하게 엎드려 있다.
나는 오른 쪽 둘째 칸이며 열차는 왼쪽으로 이동한다.
이렇게 어렵고 열악한 이동 중에
간략한 현실묘사가 아닌 정신묘사 따위를 하기 위해서는
고난도의 테크닉이 필요하다는 것을 앞으로 달리는 옆구리가 떨릴 정도로 실감하고 있다.
그리고 여행 중의 기록은
생각만큼 멋지구리 하다거나 낭만적이지 않다는 것을.
쉴 새 없이 흔들리는 쿠셋에서는 정신과 가슴과 그 표현력의 세 박자가 완벽한 일치를 이루기란 결코 쉬운 것이 아니라는 것 까지.

세상의 모든 원근감과 입체감이 뭉개어져 대단히 자연스럽지 않은 정체불명의 ↑위의 사진은
정말 대단한 공간 활용을 하여 사람이 누울 수 있게는 총 6개의 침대 받이가 양 쪽 벽에 각 각 1,2,3층으로 달라붙어 있어 토할 것 같은 쿠셋의 모습을, 3층에 위치한 내가 카메라를 아래로 들이댄 엄한 사진이다.
좀 더 자세한 세부 설명으로 들어가자면
사진 맨 위에 있는 아마도 사람의 다리가 분명한 저것은
맞은 편 3층에 자리한 그녀의 맨드라미 근육 장딴지가 따뜻한 색감을 자아내고 있는 상황이며
2층 침대칸은 사람이 앉기 위해 아래로 접혀져 있는 상황이고
사진 맨 아래는 ,막 열차에서 제공한 아침 빵을 받아든 세 사람이 앉아서 흥분하고 있는 모습이다.
창으로 들어온 아침 햇살을 받은 1층의 그들의 움직임은 더욱 산만하게 광채를 내뿜고 있는 중이다.
3층에 있는 사람은
왠만하면 사다리를 타고 오르내려야하는 미친 짓을 피하기 위해 가능하면 3층에서 모든 것을 해결할 수 있어야하는 내공이 필요하다.
그래서 맨드라미 장딴지의 그녀와 나는 3층에서 요염하게 아침 식사를 받아든다.

아침 식사를 제공해 준 이 열차는
22일의 여행 동안 총 6번을 탄 야간 열차 중 유일하게 식사를 제공해 준 친절한 쿠셋이며
자상하게 여권 검사를하는 머리칼이 긴 아저씨를 고용한 쿠셋이었다.
커피와 알 수 없는 tea도 머리 수 대로 제공되었으나
사진에는 생략되어있어 글을 읽는 사람으로 하여금 더욱 그 친절의 강도 및 세기를 가늠할 수 없게 한다.
어째뜬. 뜨거운 감동의 쿠셋이었다.

우리 여섯 명은 아침의 감동을 기꺼이 아작내고 있는 중이다.
장딴지의 근육도 이제 이완하여 거침없이 쭉 뻗어있다.
과연 인간의 모습이다.

이들은 이전 까지만 해도 3층에 있었던 내공이 쌓인 자들로
2층으로 자리를 옮겼을때 서로의 야식 및 간단한 간식을 아작내고 있는 중이었다.

배가 처불렀으니 몸은 뉘여줘야만 하는 습성을 가진 것으로 화장실 조명 보다 멋지구리한 쿠셋의 따뜻한 노란 조명아래 몸을 곧 뉘이지 않을 수 없었다.
그렇게 노란 밤을 달리는 열차는 내 떨리는 옆구리를 앞세워
스위스로 스위스로 가고 있다.
드디어 스위스다.

첫댓글 글씨가 너무 조그만해서 읽기가 힘들어요....ㅠㅁ ㅠ
글씨 크기를 사랑해주세여~~~~~~```
이제 막 사랑해 드렸어요.. 저는 진작 몰랐군요. 제 컴으로는 글씨가 크게 보이길래 이런 오류를..-_ㅠ이제 수월 하신가요 ㅠㅇ ㅜ
저도 쿠셋과 주간열차를 타보았는데..., 오히려 그 열차들보다 환경과 서비스가 좋은 듯...., 그래도 저는 재미있었고 즐거운 시간으로 기억되는데.....
좋은 게시물이네요. 스크랩 해갈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