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 26일, 초등학생들과 함게 연천을 다녀 왔습니다.
'선사시대 사람들은 어떻게 살았을까?'라는 말도 안되는 주제를 버스에 붙이고서 말입니다.
다행히 아주 진지하고 내공있는 헌지해설사를 만나서 나름 의미있는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전곡리선사유적지에서
아래가 바로 경순왕릉입니다. 저 또한 마찬가지이겠지만 왜 신라의 마지막 왕이 경주가 아닌 이역만리 연천에 잠들어있는가 하는 의문이 누구나 들겠지요.. 경순왕은 이미 기울어질 대로 기울어진 신라(그또한 후백제의 견흰에 의해 왕에 올랐을 정도니까요)를 평화적으로 고려에 넘기고 고려왕건에게서 태자에 상응하는 정승공의 벼슬을 받았다고 하더군요. 물론 죄없는 백성들로 하여금 피를 보게 하지 않아야겠다는 마음이 한구석에 있었겠지요.
신라의 마지막왕, 경순왕릉에서
현지해설사는 고려왕건에게 투항한 경순왕을 긍정적으로 해석해야 한다고 약간 핏대(?)를 세웠습니다. 고려도 후백제도 같은 민족이니 백성들과 민족이 덜 고통을 입는 평화적인 정권교체를 강조하며 이땅의 위정자들은 새겨 들어야 한다고 하더군요... 특히 한반도 북쪽의 누군가의 이름을 거론하면서 말입니다.
경순왕릉
충분히 의미가 있는 논리여서 한편으로 고개를 끄덕이게 하더군요.... 특히 요즘같이 이집트에서 시작한 북아프리카 지역의 민주화시위와 독재자들의 권력을 향한 항거을 생각하니 그런 생각이 더더욱 들었습니다. 리비아의 카다피정권의 대항이 계속되자 유럽과 미국이 연합하여 공격을 퍼붓고 있다는 소식이 들리는 요즘이니 더욱 그러하지요.
경순왕릉
그런데 여전히 드는 의문..... 만약 2011년의 우리가 암묵적으로 경계삼는 조국과 민족의 범위안에 고려와 고구려를 포함하지 못할 지경이었다면 경순왕의 그러한 평화적인 행동을 우리는 마냥 우호적으로 보아 넘길 수 있었을까요? 오히려 타민족에게 나라를 팔아먹은 매국노로 지탄의 대상이 되지는 않았을까요.... 국가의 위세가 기울어질대로 기울어지기는 고려무신정권 또한 마찬가지 였을테지요.. 고려 고종의 강화천도(어쩌면 무신정권과 고려위정자들 자신들만이 살기위한 자구책?)로 반도의 더욱더 피비린내(사실 알고보년 이시기 고려는 제대로된 대항없이 당했을 뿐, 원나라 또한 고려조정의 함락에는 안중에도 없이 오직 일본정벌만을 위해 고려를 유린)가 이어지고 고려 원종은 무신정권의 영향에서 벗어나 원나라로의 투항, 이 때 무신정권의 호위부대에 불과한 삼별초는 자신들의 안위를 위해 끝까지 항거...... 그러나 이러한 사실은 잊혀지고 삼별초의 항거를 그저 나라를 이민족(이것 또한 지금의 잣대)인 원(몽고족)에게 넘기지 않기 위해 충절을 다했다는 미화된 기록으로만 전해지고 있는 것을 보면..... 현실의 민족개념으로 역사를 왜곡되게 마련이가 봅니다.
경순왕릉
얼마전 읽은 박노자교수의 글이 생각납니다. 우리가 암묵적으로 규정짓는 나라와 민족의 개념은 현실의 역학관계속에서 규정될 뿐.... '그 어떤 피도 눈물도 고정불변된 것은 아니다'라는.....
경순왕릉 비각
물론 그가 유대계와 러시아계가 썩인 쌍트페테부르크 출신으로 한국국적이며 노르웨이를 근거로 생활하는 조금은 특이한 경력을 가졌음을 인정하지만(그러하기에 그가 국가와 민족의 편견없이 대상을 바라볼 수 있는 듯 합니다) 그가 말하듯이 엄밀히 따지고 보면 일본과 가야, 아니면 백제와 일본의 친밀도가 고구려와 신라, 고구려와 백제의 친밀도보다 떨어진다고 말할수 있을까요?(우리가 암묵적으로 규정하고 있는 나라간의 친밀도는 2011년, 우리의 민족카테고리 안에서 경계나누기에 불과한 것일지도 모릅니다)
고구려성 호로고루에서 임진강 상류쪽을 보다
그렇게 박노자의 글은 어찌할 수 없는 민족주의자인 우리눈에 언제나 도발적으로 보이지만 한편으론 전적으로 타당해 보입니다.
고구려성 호로고루에서 임진강 하류쪽을 보다
아래 보이는 임진강이 가끔은 국경이었다가 다시 허물어지고를 반복하였듯....... 현해탄도 압록강도 두만강도 마찬가지였겠지요. 지금 가장 현실적으로 내세울수 있는 언어와 문자는 아마 그 옛날에 존재하지 않았을지도 모를 일입니다.......
호로고루성에서
또한 우리가 통일운운하면서 한반도 북쪽에 대해서 가장 기대고 있는 '같은 문자와 언어'도 고정불변이 아닐 수도 있다는 것을 늘 잊지말아야 겠지요.. 그또한 민족이란 개념과 같이 현실의 역학관계속에서 변화무쌍한 존재란 것을 말입니다
숭의전지 가는길의 샘물
다시 숭의전지, 태조이성계가 고려의 왕들과 충신들을 제사지내기 위해 만든 사당, 권력은 늘 역성혁명을 일으키고도 전시대를 그냥 두지 않았습니다. 당근과 채찍을 적절히 동원..... 자신의 권력을 유지하기 위해 힘썼겠지요. 어쩌면 권력유지가 먼저였지... 민족은 늘 그 권력유지를 위한 방패막이에 불과했을지도 모릅니다.
숭의전지의 현무암 석축
하여간 복잡한 하루였습니다. 숭의전지를 비롯한 연천의 답사지는 권력과 왕조, 그리고 민족이라는 실마리가 잡히기는커녕 처음도 끝도 알수 없이 자꾸만 뒤엉키는 곳입니다.... 더욱이 여기는 휴전선 바로아래 동네이니 자꾸만 머리가 복잡해집니다. 하긴 세상에 분명한 것은 아무것도 없을테지요....
숭의전지
숭의전지
숭의전지 앞의 임진강
이 아이들이 커면 또 어떤 세상이 되어 있을까요.?
숭의전지앞에서 자신의 희망을 담은 그림을 그리게 하였다.
새로운 세상이 펼쳐지기를 기대하면서.... 오늘의 고민은 여기서 끝.... ㅋㅋㅋ
그 희망이 꼭 이루어지길....
하루를 끝내고 오래된 막걸리집을 찾아서 골목길 계단을 오른다.
또 하나의 불빛을 찾아서....
무엇으로 다시 등불을 매달 것인가?
어두침침한..... 불빛 아래
삶은 고단하게 이어지고
이어지고....
희망도 이어지겠지....
삶이 아무리 힘들어도 쓰레기는 함부로 버리지 맙시다... 제발.... ㅋㅋㅋ
저멀리 반짝이는 것은 순천향대병원의 불빛
오래된 술집의 화장실 입구... 오늘밤에는 무슨 꿈을 꿀까? 혹시.....
한숟가락 간장같은
한장의 연탄같은
그런 삶을 꿈꿀 수 있었으먼 좋겠다...
다음답사는 강화도로 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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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빛의 염탐꾼 원문보기 글쓴이: 감나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