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opclass 2022.03-ISSUE NO.202(2022.3.10.)
끊어진 마음의 시대_김지윤 김현수 김윤아 김유신 하유진 김중혁 이서진 조이현 이동훈
코로나 시대의 마음
먼저 고백부터 해야겠습니다. 사람은 가슴으로 깨닫기 전에는 알아도 아는 게 아니라고 하지
요. 저도 그랬습니다. 고독이, 외로움이 이렇게 무서운 마음의 병인 줄 몰랐습니다. 숱한 방송
과 책을 통해 고독과 외로움으로 인한 우울증을 접해왔지만 모르고 있었습니다. 머리로는 이
해했지만 가슴으로는 깨닫지 못했더군요.
한국인들은 마음의 병에 대한 인식이 낮은 편이라고 합니다. 마음의 상처가 몸의 상처만큼 아
프거나 더 깊을 수 있다는 걸 받아들이는 문화가 아직 자리잡지 못했습니다. 또 정서적 감정
적 문제를 개인 차원의 문제로 치부하는 경향이 여전합니다. 그렇다 보니 마음의 병을 앓는
사람들은 이해받지 모해서 두 번 상처받습니다. 안 그래도 충분히 아픈데, 공감은커녕 네 의
지 문제야 마음이 그렇게 약해서 어떡하니 식으로 말하는 주변인들 때문에 더 아픕니다.
다행인 건 코로나19가 초래한 집단 우울증으로 인해 마음의 병을 바라보는 시각이 조금씩 바
뀌고 있다는 겁니다. 다시 말해 우울증은 특수한 환경에 놓인 일부 개인의 문제가 아니었습니
다. 감기처럼 누구나 겪을 수 있는 마음의 질병이라는 사회적 공감대가 형성되기 시작했습니
다. 지자체별로 일반인들을 대상으로 한 심리지원단을 꾸린 것은 환영할 일입니다. 다소 늦은
감이 있지만 더 늦지 않아 다행입니다. 늦으면 늦을수록 막대한 사회적 비용이 발생하는 만큼
코로나가 초래하는 집단 우울증을 심각한 사회문제로 바라보고 더 과감하게 지원할 필요가 있
습니다.
이런 면에서 영국정부가 2018년 세계 최초로 고독부를 신설해 고립문제를 국가 차원에서 대
응하고 나선 것은 선제적이라 할 만합니다. 선진국일수록 마음의 문제에 더 예민하고 취약하
다는 점에 비춰볼 때, 우리나라도 이제 마음의 문제를 보다 막중하게 다룰 시기가 왔다고 봅
니다.
여기에서 덜컥, 장애물이 보이는데요. 바로 압축 성장으로 인한 세대차입니다. 우리나라는 지
금 말로만 단일 민족이지 사고방식 차이로 보자면 다른 인종이나 다름없습니다. 2030세대는
선진국 환경에서 자란 선진국 시민이지만, 윗세대의 인식은 중진국에 가깝습니다. 세대론 시
각으로 보자면 한 인간의 인생에 가장 큰 영향을 끼치는 것은 20대라고 합니다. 그즈음의 사
고방식이 평생을 좌우할 가능성이 크다는 얘기죠. 먹고살기 힘든 시대에 나고 자란 세대는 아
무리 물적토대가 탄탄해져도 여전히 그 시절의 인식에 머무르기 쉽습니다. 그렇다 보니 마음
의 병을 심각한 문제로 바라보는 시선이 약할 수밖에 없습니다.
이번 달 인터뷰에서 김현수 정신과 전문의가 지적한 대로 온라인 수업에 힘들어하는 아이들을
보면서 어른들은 쉽게 이렇게 말하곤 합니다. 우리 때는 전쟁중에도 천막 치고 공부했어. 영
상만 보는 게 뭐가 어렵다고. 그리고 개인의 노력과 의지 부족을 탓하곤 하죠. 이런 시선을
과감하게 거두고 열린 마음으로 마음의 병을 사회문제로 인식하려는 노력이 절실히 필요합니
다.
《topclass》3월호 스페셜 이슈는 끊어진 마음의 시대입니다. 어른의 마음은 우리 팀에서 오래
전부터 만지작 거려운 주제입니다. 촉수를 곤두세우고 트렌드와 대중의 관심사를 들여다보니
계속 마음의 안녕 문제를 만나게 되더군요. 한동안 시들했던 심리학 서적 열풍이 다시 일고,
심리상담사를 주변에서 쉽게 만날 수 있게 됐습니다. 직접 만나지 않아도 내 마음을 솔직하게
내보이고 상담할 수 있는 심리상담 앱이 우후죽순으로 생기고 있고요. 이 연장선상에서 명상
과 마음 챙김열풍도 감지됩니다.
마음의 문제를 오랫동안 들여다보니 수렴되는 지점이 보였습니다. 바로 관계입니다. 마음을
아프게 하는 가장 근원적 문제는 관계에서 옵니다. 친구 관계, 가족관계, 직장 동료나 상사와
의 관계 그리고 내 자신과의 관계, 고독이나 외로움도 결국 관계의 문제입니다. 연결이 끊어
지면서 마음이 고장 나버리게 된 것이죠. 코로나로 인한 사회적 거리두기는 가뜩이나 희미해
지던 연결을 더욱 끊어버렸고, 집단 우울증을 낳고 있습니다.
그래서 이번 호에서는 끊어진 마음의 문제를 관계별로 접근했습니다. 모녀 관계, 남녀 관계,
나와의 관계, 아이들과의 관계, 일과의 관계로 나누고 해당 분야 전문가를 찾아 현상과 원인,
해결법을 물었습니다. 끊어진 마음의 시대에 나는, 어른들은, 사회는 어떻게 해야 하는지 다각
도로 듣고 싶었습니다.
■ 모녀관계_김지윤 관계 전문가
■ 아이들과의 관계_김현수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 나와의 관계_김윤아 식이장애 상담사
■ 남녀관계_김유신 연애 컨설턴트
■ 일과의 관계_하유진 심리학 박사
김지윤 관계 전문가는 코로나로 인해 가족과 함께 있는 시간이 많아지면서 진짜 문제를 인식
하기 시작했다고 봅니다. 각자의 문제에 치여서 외면했던 문제들을 정면으로 인식하기 시작했
다는 것이죠. 문제를 문제로 인식하지 못하는게 가장 큰 문제라는 점에서 의미있는 징후지만,
아직 갈 길이 멉니다. 청소년 마음치유에 천착해온 김현수 전문의는 코로나 상황에서 기초학
력이 떨어지는 이슈를 이렇게 크게 다루는 나라가 없다고 합니다. 미국과 영국 등 심리 방역
선진국은 관계와 커뮤니티를 최우선으로 다룬다고요.
확진자 몇 명, 치사율 몇 프로, 백신 접종자 및 프로, 학력 저하 몇 점... 우리는 그동안 코로
나를 너무 숫자로만 바라본게 아닐까요? 이제 숫자 이면의 마음을 들여다볼 때입니다. 존재와
존재 간, 마음과 마음이 끊어지고 있습니다. 단답형 대답을 구하는 질문 대신, 서술형 답변을
끌어내는 열린 질문이 절실한 시간입니다. 지금, 마음이 어떠세요?
김민희 《topclass》 편집장
■ 일곱 개 키워드로 읽는 끊어진 마음의 시대
-코로나 블루 레드 블랙
-멘탈데믹(mentaldemic)_코로나19로 사회 경제적 손실은 물론, 사람들의 우울감이 확산되면
서 공동체 전체에 정서적 충격이 전염병처럼 번지는 현상을 말한다.
-외로움 경제(loneconomy)_영국은 외로움을 사회적 질병으로 바라보고 2018년 세계 최초로
고독부를 신설, 고독부장관을 임명했다.
-마기꾼, 가면 자아_마기꾼은 마스크와 사기꾼의 합성어로 마스크를 쓴 사기꾼이라는 뜻이다.
마스크를 쓰면 표정을 속이기 한결 쉽다는 점에서 가면자아의 문제가 대두되고 있다.
-잃어버린 세대의 낙인_
-여전한 연애,셀소_최근 호텔 모텔 숙박업소 매출이 폭발적으로 늫어난 것도 청춘의 연애는
여전하다는 것을 보여준다. 셀소(셀프 소개팅)
-코로나케이션, 자아의 발견_
■ 관계전문가 김지윤_당신은 먼저 인간이고, 그다음이 여자이며, 그다음이 엄마다.
■ 김현수 서울시 코비드19 심리지원단장_잃어버린 세대가 되어가는 아이들
■ 식이장애 상담사 김윤아_마음이 고픈 나를 위해
■ 연애 컨설턴트 김유신_지금, 연애 중이세요? 더 배려하고 더 존중해주세요
■ 심리학 박사 하유진_나를 지키며 일한다는 것
■ 코로나 우울증 마음 처방서 best7
■ 유슬기의 이작가야_소설가 김중혁
■ 박연준의 응시/나는 여린 잎을 알아요
■ 김민희의 속 깊은 인터뷰_이동훈 SK부사장
■ 물음표가 느낌표가 되는 순간_배우 조이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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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함께 있어 더욱 빛나는 청춘의 순간들_그해 우리는 이나은 작가
■ EBS딩동댕대학교_이슬예나 박재영 PD
■ 이케다 다이사쿠 message/잊지 못할 여정_태양의 마음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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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화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