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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위기 참 꿀꿀하다. 오피스텔을 나와 가게로 오는 동안에도 시연은 입을 꾹 닫은 채 말을 아끼고 있었고 운전을 하는 윤호 역시 백 밀러를 통해 힐끔힐끔 눈치만 살피고 있다. 희진은 무겁게 내려앉은 분위기에 숨이 콱콱 막혀버릴것만 같다. 차를 태워준 윤호에게 형식적으로나마 고맙단 말 정도는 할 법도 한데, 멍하니 정신을 놓은 거처럼 인사도 없이 그냥 내려버리는 시연을 보며 희진은 마음이 무겁기만 하다. 끝나는 시간에 맞춰 데리려 오겠다는 말을 남긴채 돌아가는 윤호를 보는 것 역시 마음이 편치않았다.
"어쩔 생각이니?"
"..........."
"큰 아저씨 일 도와 줄 거야?"
"불법이야."
"당연히 불법이지. 전에 내가 말할때는 어디 안드로메다에 가 있었냐!!"
"불법....이야."
"그러니깐 어쩔거냐구? 너 그 아저씨 좋아하잖아."
"좋아해. 좋아하는데....... 아무리 좋아하는 사람이라도 살인을 묵인 할 수는 없어. 아니, 정말 좋아한다면 말려야 할 일이잖아."
"말 안 듣잖아. 우리 말을 듣냐구?"
"벌써 두명이야. 아니 어쩌면 더 많을지도 몰라. 그런데 지금 내가 현민이를 찾아가면 김 기만이라는 그 사람을 또 죽일거라구."
"그렇겠지. 근데 큰 아저씨 포기 안한다잖아."
"아저씨가 계속 살인을 하게 놔 둘 수는 없어."
"니가 그 고삐리 자식을 만나려가든 가지 않든 큰 아저씨는 포기 안 해."
"알아! 그래서 고민이야. 어떻게 해야 할 지 고민이라고. 차라리........."
"차라리 뭐?"
"아냐!"
탈의실에서 유니폼을 갈아입으며 희진은 시연의 마음을 떠보았다. 윤호가 부탁한 것도 있었지만 그보단 시연의 생각이 궁금했다. 큰 아저씨를 좋아한다는 시연의 마음을 확인하고 부터 희진은 불안하기만 했다. 금방이라도 터져버릴 것 같은 시한폭탄을 안고 있는 기분이 이런 걸까? 평소 서로에게 숨기는 일따위는 없었는데 요즘은 종종 시연이 혼자 생각에 잠겨있는 모습을 보곤 한다. 습관처럼 유니폼을 갈아입으며 혼자만의 생각에 잠겨있는 시연을 지켜보던 희진은 시연의 입에서 새어나오는 한숨소리에 퍼득 놀란 얼굴이 된다.
"너........설마?"
"응?"
"너 안돼!"
"뭐가?"
"혼자선.......절대 안되는 거 알지?"
"뭐?"
"이년이!! 내가 너 20년 친구야. 입맛만 다셔도 뭐가 먹고 싶은지 알고, 한숨만 쉬어도 뭐가 고민인지 다 알아. 내가 너 머리 꼭대기에 앉아 있다구. 니가 아무리 머리가 좋아서 법대를 갔어도 잔 대가리 돌리는 건 내가 한수 위라고."
"그런 거 아니야."
"아니긴 개뿔!! 너, 공부 잘하는 거 하나 빼고 뭐든지 나한테 안되는 거 알지? 니 머릿속 생각 벌써 다 들켰거든."
"희진아."
"큰 아저씨 친 어머니를 무참하게 살해한 사람이야. 아무리 세월이 지났다고는 하지만 사람의 본성은 바뀌지 않아. 너무 위험해. 그러니깐..........갈려면 같이 가!"
"희진아! 그냥 현민이가 사는 집이 어딘지만 확인하고 올꺼야. 그러니깐 너까지 갈 필요 없어."
"그 고삐리 자식 사는데 알아서 뭐할건데. 큰 아저씨한테 가르쳐 줄 것도 아니면서 사는 곳 알아서 뭐하게!!!"
"그냥..........그냥 사정해 볼려고."
"사정? 그런 사람한테 뭘 사정한다는 거야?"
"잘못했다고 먼저 빌면...........그래도 20년이라는 세월이 지났는데 미안하다, 잘못했다 진심으로 빌면 큰 아저씨도 마음이 누그러지지 않을까? 그래서 용서해주지 않을까?"
"미친년!! 20년을 이를 갈았어. 말 한마디로 용서가 될 것 같아? 20년이라는 세월을 저러고 살았으면 원한이 뼛속에 파묻혔다는 거야. 그런데 용서? 말 같지 않은 소리 하지도 마."
"하지만........."
"정신차려 이것아!! 간도 크게시리 그런 곳에 혼자 갔다가 무슨 일이라도 당하면 어쩌려고 그래?"
"그 아저씨 봤잖아. 도저히 그럴 사람으로 보이지 않았어. 더구나 아들을 생각하는 마음도 지극해 보였어. 너도 그랬잖아. 정말 점잖고 중후해 보이는 아저씨라구."
"그거야..........사람은 겉 모습만 보고 판단하면 안된다는 거 확실히 깨달았어. 윤호씨가 그러는데, 그 사람 예전에 다른 사람 목숨은 파리 목숨보다도 더 하찮게 여겼대."
"20년이라는 세월이 흘렀어. 그 동안 변했을 수도 있는거야. 그러니깐 아들이 누워있는 걸 보다 못해 날 찾아온거지."
"니 말대로 개과천선해서 착하게 살고 있다고 쳐!! 근데, 아무리 사람이 변했다해도 혼자 가는 건 절대 안돼!!! 그러다 무슨 일이라도 생기면......."
"그땐 니가 있잖아. 내가 안 돌아오면 그 땐 니가 경찰에 신고해줘."
"절대 안 돼!!! 같이 간다구!!"
"원장님한테 무슨 원망을 들으라구?"
"그러니깐 둘이 같이 가자구. 둘이 같이 가는데 설마 딴짓이야 하겠어."
"희진아...."
"나쁜 년, 친구라고 하나 있는게 끝까지 속을 썩여요."
거칠게 사물함 문을 닫고는 홱하니 매장으로 나가는 희진의 뒷모습을 보며 시연은 고마움과 함께 미안함을 느낀다. 오랜 친구라는 명목으로 매번 쓸데없는 일에 끼어들게 만들어 미안하고, 영양가 없는 친구를 위해 나서주니 고맙기도 하다. 하지만 위험까지 나눠 가질 수는 없는 일이다. 만의 하나라도 일이 잘못 됐을 때 그동안 보살펴주신 아주머니, 아저씨 뵐 면목이 없어진다. 희진은 그분들에게 하나뿐인 자식이니깐.
유니폼을 갈아입고 매장으로 나오던 희진은 잠깐 어리둥절했다. 일하는 직원들과 아르바이트생은 물론 가게에 온 손님들의 시선이 한 곳으로 모여져 있었다. 사람들의 시선이 모인 그 곳으로 시선을 옮기던 희진은 눈으로 보고도 믿기 힘들만큼 예쁜 인형이 서 있는 걸 보았다. 그때까지 누군가 여신 미모니, 레전드급 미모니 하는 말들을 늘어 놓는다면 그건 분명 시연에게 하는 말이거라 생각했던 희진이었는데, 눈 앞에 서 있는 인형을 보고선 입이 다물어 지질 않았다. 말 그대도 인형이었다. 쌍꺼플진 커다란 눈에 길고 짙은 속 눈썹이 깜박거리고 있었고, 오똑하게 날이 선 코날은 웬만한 종이도 베어버릴것만 같다. 강남 한가운데 웬만한 연예인을 봐도 그저 그렇게 봐 넘기던 희진이었는데 같은 여자가 봐도 휘바람이 절로 나오는 미모의 여자다.
"박 시연씨?"
'어라? 인형이 말을 하네?'
어느 개그맨의 유행어였던가? 희진은 자신도 모르게 유행어를 따라하고 있었다. 게다가 또각또각 경쾌한 구두소리를 내며 인형이 희진에게로 다가왔다. 하지만 그렇게 예쁜 인형의 시선이 향한 곳은 희진의 뒤를 따라오고 있던 시연이었다.
"누구세요?"
"내 이름은 김 다인이예요."
"김.....다인?!"
희진은 김 다인이라는 이름을 듣고선 그 자리에서 굳어져버린 시연을 보았다. 못 볼것이라도 본 것처럼 딱딱하게 굳어버린 얼굴이 금방이라도 깨어져 가루가 되버릴 것처럼 창백하기만 하다.
"잠깐 얘기 좀 했으면 하는데 괜찮죠?"
창백하게 굳어있던 시연은 주위 사람들의 시선을 의식하곤 매장 한쪽으로 김 다인을 안내했다. 오지랖 넓은 매니저가 잽싸게 시키지도 않은 커피 두 잔을 만들어 두 사람이 앉아있는 테이블로 들고 갔다. 어색한 웃음을 지어보이며 김 다인에게 커피를 건낸 매니저는 감사의 인사 치고는 너무나 건방지게도 고개를 까닥해 보이는 다인을 보고도 좋아 어쩔줄 몰라하면 카운터로 돌아왔다. 그런 매니저를 보며 희진이 코 웃음을 날렸다.
"입은 뒸다 쪽쪽거리고 뽀뽀 할 때만 쓰는 건지, 감사합니다 말 한마디하면 입 안에 가시가 돋나 보네."
"인사 했잖아. 나한테 인사 하는 거 못 봤냐?"
"대가리 까닥거리는 것도 인사라고........ 아이구~그래도 좋댄다. 속없는 우리 매니저님, 커피 팔아 밥 먹고 살면서 공짜 커피 인심 한 번 후하시네."
"시연이 손님인데 돈을 어떻게 받아. 그냥........그냥 시연일 봐서 써비스로........"
"언제부터 직원 찾아오는 손님한테 써비스를 제공하셨나?"
"야! 저런 사람이 자주 오면 매상도.........그래, 앞으로 자주 애용해달라는 뇌물이다. 뇌물!! 됐냐?!"
"자주 오기는, 딱 봐도 싸가지 없게 생긴게 자주 왔다간 손님 다 떨어지겠구만. 그래서 뭐래요? 둘이 무슨 말 해요?"
"못 들었어. 얼굴 보느라구. 근데 정말 예쁘지 않냐? 완전 인형이 따로 없다. 웃는 것도 너무 예쁘고, 시연이랑 둘이 저러고 앉아있으니깐 조명 없어도 그냥 빛이 난다. 빛이 나. 그 동안 너랑 어울려다니는 거 보고 참 아니다 싶었는데, 이제야 제 짝을 찾은 거 같네. 근데 딱 봐도 공주님인데, 아르바이트 안하겠지? 아르바이트 한다면 자린 언제든지 있는데........"
"정신 차리세요. 딱 봐도 매니저님 보다 한참 어려보이는데 그 연세에 무슨 추태예요?"
"야!!! 추태는 무슨........그냥 예쁘다구. 예뻐서 예쁘다고 하는데 뭐 잘못됐어!!"
"하여튼 수컷들이란, 남녀노소를 불문하고 하나같이 그저 이쁜것만 보면 침을 질질 흘리고 정신을 못차린다니깐. 커피 주문도 안했는데 왜 가져다 줘요? 언제부터 우리 가게가 서빙을 했다고."
"하여튼 말 많네."
얼굴이 붉어진 매니저가 흠흠거리며 가버리자 못마땅한 얼굴의 희진은 시연과 함께 앉아있는 다인을 하얗게 노려보았다.
"내가 누군지 알죠?"
"누군지 내가 알아야 하나요?"
"어머! 정말 뻔뻔하다. 그럼 이 윤성 검사는 알고 있죠?"
"이 윤성 검사? 아는 것도 같은데.......근데 그쪽이랑 무슨 상관이예요?"
"나, 이 윤성 검사랑 약혼한 사람이예요. 이 윤성 검사 약혼녀라구요."
"아~ 그런데요?"
"어머! 어머! 진짜 뻔뻔하다. 약혼녀가 있는 남자를 꼬셨으면서 어떻게 그렇게 당당 할 수 있어요?"
"생긴거랑 다르게 표현력이 상당히 떨어지네요."
"뭐라구요?"
"꼬시다뇨? 누가 누굴 꼬셔요? 봤어요? 내가 약혼녀 있는 남자 꼬시는 거 봤어요?"
"어머니한테 다 들었어요. 그쪽이 내 약혼자랑 사흘씩이나........아무튼 같이 있었다고........"
무척 자존심 상한듯한 작은 주먹을 불끈 쥐고는 긴 속눈썹을 깜박거리고 있는 다인을 시연은 물끄러미 쳐다보았다. 탈의실에서 나가는 희진의 뒤를 따라 매장에 들어섰을때 앞에 앉은 인형같은 외모의 다인을 보며 무척이나 의아했다. 하지만 김 다인, 그 이름을 듣는 순간 '쿵!'하고 심장이 내려앉는 것만 같았다.
'김 다인! 그 사람의 약혼녀다!'
시연은 자신을 찾아온 여자가 윤성의 약혼녀라는 걸 알았을 때 밀려오는 상실감으로 순간 바닥이 꺼져버려 숨어 버렸으면 좋겠단 생각이 들었다. 너무도 당당히 자신을 밝히고 당당하게 따지는 여자, 다인은 세상이 인정한 윤성의 여자였고, 그 사실이 시연의 가슴을 아프게 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그녀에게 추궁 당할 이유는 없다. 자신의 감정은 어디까지나 혼자만의 감정일뿐, 추궁 당 할 일은 아니라 생각했다. 더더구나 사흘간의 일에 대해선 절대 미안해 할 이유가 없었다.
"같이 있을 만한 이유가 있어 있었던 거고, 지금은 같이 있지도 않아요. 그쪽이 내가 일하는 곳까지 찾아온 이유가 고작 그런거라면 헛걸음 했네요."
"그러니깐 그 이유가 뭐냐구!!! 사흘씩이나 오빠랑 같이 있었던 이유가 뭔지, 알아야겠어!!"
예쁘기는 하지만 인내심은 그리 많지 않은가 보다. 대뜸 반말이 튀어나오며 발딱 자리에서 일어나는 모습이 꽤나 변덕이 심할듯 싶다. 하지만 또래로 밖에 보이지 않는 여자애에게 이런식의 취급은 시연으로써도 썩 기분이 좋은 일이 아니다. 이 윤성의 약혼녀라는 사실이 내내 신경에 거슬렸던 시연은 금방 흥분에 자리에서 발딱 일어났다 다시 털썩 주저앉는 다인을 보며 괜한 심술이 부리고 싶어졌다.
"그렇게 궁금하면 약혼자에게 직접 물어보면 되잖아. 이렇게 누추한 곳까지 어려운 걸음 하지 말고."
"너, 우리 오빠가 누군지 알고 의도적으로 접근한거지?"
"검사라면서? 검사가 의도적으로 접근하는 사람도 구분 못 할 정도로 멍청하진 않을 거 같은데. 약혼녀라면서 그런것도 모르나?"
"이게........이게 어디서 겁도 없이 까불어. 내가 누군 줄 알고 이렇게 시건방 떠는 거야! 뭘 믿고 이렇게 건방을 떠는건지 모르겠는데, 너 자꾸 오빠한테서 알짱대면 가만 안 놔둘거야."
"가만 안 놔둬? 어쩔건데?"
"내 말 한마디면 니네 아버지, 뭘하는 사람인지 모르지만 하루 아침에 실업자가 될 수도 있어. 그 뿐인줄 알아? 너, 앞으로 어딜 가든 취직은 꿈도 꾸지 못하게 만들어 버릴거야!!!"
"헛!! 진짜 어이가 없네. 너 지금 그거, 협박인거 알고 있지?"
"뭐? 협박? 그래, 협박이면 어쩔건데?"
"형법 283조 1항에 의하면 말이지, 지금과 같은 단순 협박죄에는 3년 이하의 징역이나 500만원 이하의 벌금, 구류 또는 과료에 처할 수 있어. 별로 똑똑해보이지는 않지만 약혼자가 검사씩이나 되는데 그 정도는 알고 있겠지?"
"너.......너 지금 뭐하자는 거야!! 내가 누군 줄 알고.......우리 아버지가 대한민국 국회의원이야. 너 같은 건........"
"그래? 아버지가 국회의원이라면 더 잘 알고 있겠네. 사법부는 입법부와 함께 삼권이 분리되어 있다는 거."
"뭐?"
"알고 싶은 게 있으면 쓸데없이 아버지 힘 자랑하지 말고 약혼자한테 직접 물어봐. 참고로 난 실직 당하실 아버지도, 어머니도 안계시니깐."
다인의 조그만 손이 부들부들 떨리고 있었다. 여지껏 자신에게 이런 모욕을 준 사람은 없었다. 더구나 또래로 밖에 보이지 않는 기집얘 입에서 줄줄이 나오는 법률 용어에 당황해 말을 할 수 없다.
처음 남 여사에게 시연의 얘기를 전해 들을 때만 해도 이런 상황은 전혀 생각지 못했다. 그저 얼굴보고 코를 납작하게 해주겠다는 생각으로 공들여 치장하고 나왔다. 여지껏처럼 적당히 아버지 이름대고 겁 좀 주면 알아서 떨어져나갈거라 생각했다. 하지만 유니폼을 입고 나오는 시연을 본 순간 다인은 긴장했다.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예뻤다. 머리도, 입은 옷도 모두 후지고 촌스러웠지만 그래도 예뻐보였다. 근데 똑똑하기까지 하다니, 알지도 못하는 아니, 태어나 처음 들어보는 법률 용어에 완전히 기가 죽어 제대로 속시원한 대꾸 한마디 못한게 분해 바들바들 떨고 있을 뿐이다.
그런 그녀를 가게 앞 유리를 통해 지켜보고 있는 사내가 있었다. 두 사람을 살피고 있던 사내가 가게 문이 열고 빠른 걸음으로 다가왔다. 뒤이어 경호원으로 보이는 검은 양복의 사내가 다급하게 들어오는 모습이 보였다.
"아가씨, 무슨 일이 십니까?"
시연은 다인에게 아가씨라는 호칭을 쓰며 안부를 확인하는 중년의 사내를 쳐다보았다. 아가씨라는 호칭을 썼으니 아버지는 아닐테고, 떡 벌어진 어깨를 검은 양복으로 감싸고 있는 모양새가 딱 봐도 보디가드다. 그들의 등장으로 금새 어깨에 힘이 들어간 다인이 샐쭉한 표정을 지어보였다. 시연이 겁이라도 먹길 바라는 듯 했지만 시연의 반응은 시큰둥했다.
"보디가드인 모양인데 별일 아니예요. 얘기 다 끝났으니깐 정중히 모셔가세요."
"야!!!"
"여기 영업장이야. 계속 그렇게 소란 떨다간 영업방해죄로 경찰에 신고하는 수가 있어."
"내 얘기 다 안 끝났어."
"난 다 끝났어. 일해야 하니깐 그만 공주님이 사시던 성으로 돌아가시지."
홱 돌아서 가버리는 시연을 보며 다인은 약이 올라 어쩔줄 몰라 발을 동동 굴렀다. 사내는 다인을 뒤로 한 채 태연하게 자신이 일하는 카운터로 돌아가는 시연을 노려보았다. 마치 귀중한 보석에 흠집이라도 낸 사람을 힐책하는 듯한 눈빛으로.
"저 기집애, 뭐니?"
"쓸데없는 기집애."
"어라? 어째 양반이라 속으로만 욕하는 년 입에서 기집애란 소리가 다 나오네. 뭐하는 기집애인데 천하의 양반 박 시연 입에서 기집애 소리가 나오게 하는 거야?"
"큰 아저씨 약혼녀."
"뭐!! 큰 아저씨 약혼녀?!!!"
"확성기 갖다줘?"
"아! 미안.......근데 여긴 왜 왔대? 너한테 무슨 볼일있다구?"
"사흘동안 큰 아저씨랑 무슨 일을 했는지 얘기하라고 본처가 첩년 다그치듯이 다그치네."
"뭐 저런 썩을 것이......"
씁씁하게 웃는 시연을 보며 희진은 마음이 좋지가 않다. 좋아하는 사람의 약혼녀를 만난다는 게 그리 유쾌한 경험은 아닐테니깐. 비록 사흘동안 아무일도 없었고, 오히려 죽을 뻔한 사람 살려줬으니 고마워해야 하지 않는냐며 큰소리 치고 싶지만, 시연에게는 약혼녀까지 있는 남자에게 마음을 줬다는 이유만으로 충분히 미안한 마음 일 것이다.
"근데 너, 쟤한테 기집애라고 했다."
"응. 좀 밉상이네."
"하이구~ 저렇게 이쁜 밉상이 어딨냐? 아까 매니저님 입 헤벌레 벌리고 커피까지 갖다 받치는 거 못 봤냐? 니가 너무 주관적으로 평가하는 거 아냐?"
"맞아. 주관적인 거........ 주관적으로 평가해서 쟤 참 밉다."
아무렇지도 않은듯 평소처럼 주문을 받고 커피를 내주고 있지만 시연의 얼굴에 어둡게 가려진 그림자가 그대로 눈에 들어와 마음이 아프다. 그러고보니 처음인거 같다. 시연이 먼저 마음을 준 남자는. 어쩌면 시연에겐 첫 사랑일지도 모르는 남자가 하필이면 약혼녀가 있는 남의 남자일게 뭐람. 게다가 그 약혼녀라는 여자는 인형이라는 착각이 들 만큼 예쁘다.
"이쁜걸로 치면 너도 만만찮은데 말이지. 아까 걔, 조금만 못생겼더라도 해볼만한 싸움인데 그치?"
희진이 아쉽다는 듯 입맛을 다셨다. 그러다 다인과 함께 나가는 중년의 사내의 심상찮은 눈빛이 시연에게로 향해 있는 것을 본 희진은 왠지 등골이 오싹해지는 기분이 들었다.
"근데 저 밉상이랑 같이 나가는 아저씨는 누구니?"
"나도 잘 몰라. 아가씨라고 하는거 보니깐 보디가드쯤 되겠지?"
"보디가드? 근데 눈빛이 너무 살벌하다."
"눈빛?"
"자기 아가씨 건드렸다 이건가? 너 쳐다보는 눈빛이 완전 살벌해."
"그래....."
시연은 조금전 다인과 함께 있던 사내를 떠올려보려 했다. 하지만 이내 커피 주문을 하는 커플을 보며 생각을 털어버렸다. 이젠 볼 일도 없을 텐데 굳이 생각하지 싶지 않았다.
첫댓글 윤성이가 넘~불쌍해요~ㅠ 나쁜놈들이지만 사람을 죽엿으니 윤성이 어떻게 될까요~ㅠ근데 어여 두놈도 처리 햇으면 하는 맘은 왜일까요~ㅎ 다인이 인물값을 못하는 골빈인형이네요~ㅎ 시연일 노려본 보디가드는 뭐임??
제가 연말 연휴를 한3주 길게~다녀왓어요~급한일만 처리해 놓고 정주행 햇습니다~작가님~늦엇지만 새해 복많이 받으셔요~^^올 한해 행복한 한해 되시고 재미난 소설 만이만이 올려주셔요~^*^
미루님! 새해가 밝아오며 저도 이사를 했어요. 정신없어 답글이 늦었네요. 미루님도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저 보디가드 웬지 찜찜하네요....
2초동안님!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찜찜한 보디가드 정체는 다음편에ㅋㅋㅋ
재미있어요~^^
조니님! 반갑습니다. 새해 복 많이 받으시고 계속 즐감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