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이되면 우리집엔 가족행사가 많은 달이다
일전에 아이들이 1일날 오래전에 교통사고로 세상을 떠난 저희 4촌동생의
기일이고 3일날 큰아들 생일이라 우리식구들과 작은 아버지 내외분을 모시고
식사도 하고 하루를 함께 보내자는 전화를 받았다
하나밖에 없는 아들 어느날 갑자기 먼저 떠나보낸 우리동서 10년이 가까워도
가슴에 묻은 자식 평소에도 물론이려니와 생일이나 기일이 돌아오면
남모르게 가슴 앓이를 하느라 입원까지하는 그 심정 오죽할까 짐작만 할뿐
별 도리가 없는게 너무 안타깝다.
잊지않고 찾아주는 아들 친구들 고맙기도 하지만 소홀할수없는 대접하다보면 무슨 잔치날도 아닌데
마음쓰는것도 그렇다며 몇 해전부터는 아예 두 내외 집을 떠나 버리는줄 알지만
아이들이 미리 전화를 드렸더니 집에 없다 못오게 하신다며 할머니모시고 두 아들네랑 우리 부부가
함께 식사를했다.
음력으로 유월, 열이레 푹푹 찌는 더위에 첫아이를 시집살이 하던 시골집에서 밤새 혼자 진통을 겪으면서
어른들 그런줄도 모르시고 새벽 들 일을 나가시고 안계시니 아픈배를 움켜쥐고 보리쌀 갈아서
불때서 밥 해놓고 겨우 방에 들어가 온방을 헤매며 아파서 어쩔줄 모르는데
밥상 놓고 기다릴 며느리가 안보여 방문 열어보는 어머니께 저 배 아파 죽겠다고 소리를 쳤던것같다.
그제사 눈치채고 마음이 바빠지신 우리 어머니 부랴부랴 머리를 감으시고 정한수 받쳐들고 들어와
윗목에 삼신상 차려놓고 절을 하고 무릎꿀고 앉아 중얼 중얼 두손을 비시는동안 문밖에서 서성이시던 우리아버님 .
아침 8시30분에 태어난 첫 손주 울음 소리에 싱글 벙글 좋아하시며
주렁주렁 고추 메달아 대문앞에 금줄을 걸어 놓으시던 그때 이야기를했다
이 복 더위에 병원도 안가고 집에서 첫아이를 낳았다고 했더니 우리애들 놀란다
그뿐인가 얼마나 더웠어면 산모가 찬물로 물 끼얹으며 샤워도하고
손바닥까지 땀띠가 나고 가마솥 부뚜막에 엎드려 밥을펄때
칼질하는 도마위에 이마에서 땀이 비오듯 줄줄 흘러내려 땀방울이 음식물에 들어가 당황스럽던
그 여름의 기억이 아직도 생생하다.
동네 전체에도 전화한대 없던 시절 까맣게 모르고 이틀 후엔가 집에 돌아온 우리집 양반 문앞에 걸려있는
금줄보고 뛰어 들어와 애썼다며 손을 잡아주던 .....
그시절 시골에서 독한 양잿물에 보리겨를 넣어 세탁 비누를 만들어 쓰던때라
아기용 모기장과 기저귀를 빨 하얀 세탁비누 몇장을 사들고 왔던것같다.
생각하면 스물다섯 스물 둘 멋모르고 아기아빠 엄마가 되어버린 철부지적 48년전 옛날이야기가
어제 일처럼 생생하게 떠오른다
큰 아들 생일날 두 아들 덕택에 할머니 모시고 밴드가 연주하는 식당에서 축가 들으며
비싼 점심 잘 먹고 어머니 모시다 드리고 나선김에 모처럼 안개 자욱한 지리산 노고단이라도 한바퀴 돌아오자며 가다가
날씨가 안될것같아 구례 토지면에 있는 운조루앞을 지나치며 언제 한번 들려 보고싶었다는
내 제의에 아이들이 동의를해 주어 고가에 들렸다.
운조루라는 택호는 "구름속에 새처럼 숨어사는 집" 이란 뜻과
"구름위를 나르는 새가 사는 빼어난집"이란 뜻을 지니고 있다고한다.
보기만 해도 옛선비 양반가의 품격이 묻어나는 소슬대문을 들어서는 행랑채 입구 작은 방에
고택의 종부인듯한 할머니가 계시는 방앞을 지나 줄기차게 내리는 빗속을 가르며 사랑채 마당을 뛰어 들어가 구경을 하는 동안
진짜 양반가의 한옥의 진수를 보는듯했고 지붕이 연결된 팔작지붕에 이층 까지 구비한 오목 조목하고 아기자기한 건물구조와
안채(운조루)를 감싸고있는 아늑한 건물안 분위기와 장독대가 마치 내가 안주인이라도 된듯 내 마음을 사로 잡았다 .
"타인능해"라 붙여진 큰 목독(나무로 만들어진 항아리)은 가난한 이웃들이 와서 쌀을 가져다
밥을 지어먹도록 배려를 한 두가마니 쌀을 넣어 언제나 문밖에 두었다는 나눔의 귀감이 되는 귀한 독이란다
비 때문에 제대로 둘러 보지도 못하고 제대로 사진에 담지 못한게 못내 아쉽다.
비가 오는데도 다른이들도 찾아온걸보며 오랜세월 고택 관리하기가 여간 쉽지는 않았겠지만
좀 더 관리를 잘해서 이곳을 찾는 많은 탐방객들에게 더 좋은 인상을 주었으면 싶고
그시절 감히 발드려 놓기도 어려웠을 신분일지도 모른다며 대청마루에 올라 앉아 차를 마시는 멋도 부리며
처마끝에 대롱거리는 풍경을 바라보며 세월의 무상함에 젖어 우리가 아끼고 보존해야할 중요 문화재이기에
민박을 할수있다니 언제 기회가 되면 민박하며 체험을 해보는것도 뜻 있을것 같다는 생각을 하며
우리 아이들도 잘 왔다 좋아해서 여간 다행이었다.
돌아오는길에 구례에서 TV에 소개됐다는 식당에서 저녁까지 먹고 돌아오며 가족이 자동차(카니발) 한대로 움직일수있어
좋다는걸 작은 아들이 우스개말로 "형이 한것중에 제일 잘 한것 같다" 며 웃었다
시내 도착해서 며느리의 친구가 개업했다는
찻집에 들려 시원한 팥빙수를 먹으며 지형 군대가고 혼자남은 작은 손자랑 티격태격 장난질하며 보낸 하루가
하도 행복해서 속없이 매일이 오늘 같았으면 얼마나 좋을까......
기분좋게 잘 놀고 왔는데도 자동차를 오래 탄 탓인지 몰려오는 피곤에도 자식없는
동서생각에 잠 못들고 뒤척인다.
(2014, 8월2일)
(참고 :집에 와서 운조루를 검색해 설명을 더 하며 지면 제한으로 "운조루 "사이트를 소개합니다)
*주소: 전라남도 구례군 토지면 오미리 103 ,061-781-2644, *방문 문의: 류맹효 (010-9781-2533)연락처(클릭!)
*사이트 관리: 유종안 010-7223-1691 yujongan@daum.net
Copyright (c) 2008 운조루 http://unjor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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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적성숙님 곱게 봐주셔서 감사합니다
사람 살아가는 이야기가 거의 비슷한것 같아요
항상 건강 하시고 멋진 여름 되세요~
아들을 먼저 보내며 생의 마감까지 가슴에 품어야 할 아랫동서의 절절한 심정 공감 합니다.
산자락님 내 일처럼 공감해 주시는 마음 너무 고맙습니다
자식가진 부모 마음이 다 그런가싶어요~
대가족으로 어울리시는 모습이 엿보이네요.
분명 좋은 전통이지요.어려움도 따르는 법이지만요...
운조루는 지리산 빨치산 시절에도 무사했다고 하니 그 의미는 이념을 넘어선
아마도 다른 곳에선 그 예를 찾기 어려운 곳이 아닐까 해요.
석촌님 말씀 듣고보니 그러네요 ~
빨치산하면 연상되는
유명한 피아골이 지척인 곳인데두요.....
감사합니다~
대가족이란 가족력에 부러움을 느끼며
명절만 되면 겪는 외로움을 새삼 느낍니다.
종달새님처럼 부러워 하시는 분들도 있지만
젊어서는 명절이 돌아오면 짓누르는 무게감에 도망치고 싶기도 했답니다
지리산과 섬진강이 가까이 있는
예부터 내려온 99칸의 전통 한옥,
그 사랑채 운조루,
운조루에 담긴 베품의 이야기, 잘 보았습니다.
대가족간의 사랑이 있는,
운조루와 잘 매치가 되는 글입니다.
콩꽃님 반가워요 ~
내 기억이 맞다면 전북방님이신것 같은데 전북방에도 들려 주세요
감사합니다~
@은빛여울 ㅎㅎ 은빛여울님, 전 서울에 삽니다.
그리고 삶의 방에서, 커피한잔의 여유방에서 놀고 있습니다.
은빛여울님 땜시, 시간나면 전북방에도 한번 놀러갈께요.
정성과 세월로 다듬어진 은빛여울님의 행복한 향기가 글 속에서 느껴집니다.
작은 영화 한편 보는 것 같은~~~
동서가족에게도 기쁜소식이 있기를 기원합니다.
송아지님 따뜻한 마음이 전해지는 댓글 너무 감사합니다
우리 동서에게도 전해줬어면 얼마나 좋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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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반자님 인자하고 고운 마음씨와
정이 함뿍담긴 댓글 너무 고마워요
님께서도 항상 멋진 날 되시기를 빕니다~
가족사랑이 넘치는 은빛여울님 글이 너무 좋습니다.
글을 아주 쉽고 편하게 꾸며주시는 은빛여울님의 글은
항상 보아도 인정이 넘치는 사람 냄새가 베어있어
더욱 좋은 것 같습니다.
낭주님 그런가요~
제 삶의 이야기를 꾸밈없이 있는그대로
적었을을 뿐인데 그리 봐주시 고맙네요 언제나 정이 담긴 댓글에 감사합니다~
지금 세대는 생각할 수도 없는
그 배 아프신 중에 복 더위에 보리쌀 갈아
밥 지어 놓으시고,참으로 효부십니다.
그리구 사랑 많으신 시부모님,동서 생각 하시는
지극하신 마음까지 사랑으로 똘똘 뭉쳐진 가족애가
엿보여서 참으로 보기 좋습니다.
은빛여울님의 고운 모습 잘 보고 갑니다.
그러게요 ~그러고보니 제가 촌스럽죠?
생각하면 부끄러운 이야기를 부끄러운줄도 모르고
늙은이 주책을 흉보지않고 칭찬해 주시니요~
미지님 정말 고마워요
아름다운글에 잠시 머물어 있네요.
이렇게살자 저렇게살아라 이런글보담 ㅎㅎ
전 이런 편안한글 내앞에 있는듯한 이런 예기
참 제자신을 진솔하게 만드시네요. ㅎㅎ
감사합니다.
댕기님 저 감동 먹었어요 ~~
촌스럽긴해도 부끄럽게 살지는 않은것 같기도하고
삶이야기방이 아니면 맛볼수없는 .....감사합니다~
좋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