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분히 자연스럽게, ‘가리기’를 시도한다 삼청동 효재에 들른 사람이라면, 결례를 무릅쓰고 주변을 두리번거리게 마련이다. 도대체 사람 사는 공간 안에 꼭 있어야 할 것들이 하나도 눈에 띄지 않으니, 신기하거나 당황스러울 수밖에. 이효재씨의 인테리어 컨셉트는 다름 아닌 ‘가리기’. 벽면에 으레 있어야 할 스위치도 안 보이고, 휴지통도, 전화기도 모두 어딘가에 숨어 있다. 예쁘지도 않은 것들이 겉으로 드러나는 게 눈에 거슬릴 뿐더러 다분히 현대적인 전자, 전기 기기들이 고즈넉한 분위기의 한옥과도 어울리지 않는 것 같아 가리기를 시작했던 것. 그 ‘가리기’ 아이디어들은 하나같이 어찌나 정겹고 또 손쉬운지, 손끝 야물지 못한 이 에디터도 감히 따라 해 보고 싶은 수준이어서 더욱 반갑다.
“처음부터 마무리까지, 우리 집 인테리어 컨셉트는 죄다 가리기” 이렇게 예쁜 한옥, 효재를 만들었던 과정을 얘기로 들으면 스위치 하나, 휴지통 하나 가리는 것은 어쩌면 기초편에 불과하다는 것을 알게 된다. 경복궁 담벼락 맞은편에 있는 한옥이란 말에 보지도 않고 덜컥 이 집을 구입했으나 막상 와서 보니 상태는 그다지 좋지 않았다. 좁은 마당엔 한옥과 어울리지 않는 시멘트가 깔려 있었고 수도관과 각종 배관들이 흉측하게 드러나 있었던 것. 시멘트 위에 부직포를 깔고 흙을 덮어 마당을 만들고 각종 장독대와 기와들을 이용해 배관 가리기를 시작했다. 그렇게 기초 공사를 마친 후엔 부분부분 작은 ‘눈엣가시들’을 가리기 시작했던 것. 그의 가리기 아이디어들을 하나씩 들추어보았다.
콘센트 없는 집을 만드는 아이디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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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_납작한 사각형의 나무 상자를 들추면 여느 집에 다 있는 스위치가 드러난다. 손자수 놓은 광목 천으로 나무 상자를 감싼 후 스위치 위에 걸어놓으면 끝. 스위치 아래의 전기 콘센트도 광목 천으로 덮었고 전기 포트도 자수 놓은 포트 커버를 따로 만들어 덮어두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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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_한복집에 많이 있는 ‘노리개’를 활용하는 것. 단순하게 시침핀을 이용하여 벽지에 꽂아두기만 했는데도 근사한 콘센트 가리개가 되었다. 한옥에도 잘 어울리는 손쉬운 아이디어. |

3_‘삶은 응용’이라고 말하는 이효재씨는 작은 물건 하나 예사로 지나치는 법이 없다. 이 물건을 어디에 쓸까 궁리한 끝에 이렇게 재치 있게 살림에 응용하는 것. 고재로 된 스위치 커버는 원래 문풍지에 쓰이는 용도로 시골 앤티크 가게에서 구입한 제품이다. 스위치 커버로 활용하면 스위치를 켜고 끌 때 덮개를 따로 벗길 필요도 없이 틈 안으로 손가락을 집어넣어 스위치를 누르기만 하면 되는 것.
가리고 나니, 오히려 명품이 되었다
어쩔 수 없이 드러나 있어야 할 물건들, 혹은 집 안의 흠집이 있는 부분들도 정성 들여 가리기를 시도하니 오히려 더 근사해졌다. 못자국을 가리기 위해 만든 갖가지 아이디어들은 집 안 곳곳에 장식적인 재미를 더해주었고 주방 세제 하나, 변기 하나를 가리기 위해 만든 광목 커버들은 보기만 해도 탐나는 ‘작품’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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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기와 휴지통 커버_광목 천에 야생화 손수를 놓은 변기 커버는 효재의 화장실을 특별하게 만들어주는 작품이다. 이곳 욕실에서 드러나 있는 물건이라곤 찾을 수가 없는데, 사진으로 확인하듯 변기 커버뿐 아니라 옹기로 된 휴지통도 광목 천으로 덮어두었고 각종 세제와 칫솔까지도 옹기 안에 슬며시 감추어둔 것이다. 자수 놓인 변기 커버는 워낙 욕심 내는 사람들이 많아 제품화하여 효재에서 판매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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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도 계량기를 기와와 돌로 가리다_작은 마당 한귀퉁이 둥그렇게 자리 잡은 수도 계량기는 골칫거리 중 하나였다. 무얼 덮어도 폼이 안 나 걱정하던 끝에 생각해낸 것이 바로 기와. 기와를 계량기 주변에 세운 다음 그 위엔 주먹만한 크기의 돌들을 이용해 덮어 버렸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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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 자수 놓인 각종 커버들_반달 형태로 된 티포트 커버와 길쭉한 모양의 주방 세제 커버 모두 야생화 꽃 자수가 놓인 광목 제품들. 보기만 해도 근사한 것들이 ‘가리기’의 기능에도 충실하니 더더욱 탐이 난다. 현재 효재에서는 티포트 커버를 판매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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못 자국 가리는 아이디어_오래된 집의 골칫거리 중 하나는 벽이나 문짝 곳곳에 있는 못자국이다. 못 자국 때문에 문짝을 갈아버렸다간 집 안 인테리어 전체를 손봐야 할지도 모를 일. 이 방법 또한 빼기 힘든 못이 많이 박혀 있었기에 활용한 것. 벽면의 못 위에 작은 꽃 수 놓인 무명 천을 덮은 후 가락지를 끼워놓은 것. 한쪽 벽면을 이렇게 장식하니 마치 예술 작품처럼 근사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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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우와~`좋은 아이디어인걸요..
정말.. 깔끔하네요~ ^^
스위치덮게 넘 맘에 드네요^^
좋은 게시물이네요..퍼가요
어느집에 가나 하나쯤은 있을법한 못자국.. 정말 좋은 방법이네요!
못자국 가리기~ 정말 굿 아이디어예용~
제일 눈에 띄는 못자국 가리기...여기저기 추천해주고 싶네요.
넘 쫗아요.. 나도 해봐야징...
불편하실텐데요ㅡ