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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음사찰 33곳, 성지순례코스로 탄생한다
연합뉴스 기사 입력일 : 2009.08.23.
템플스테이에 이은 신개념 불교체험 프로그램
(후쿠오카ㆍ히로시마=연합뉴스) 조채희 기자 = 불교에서 대자대비(大慈大悲)의 마음으로 뭇 중생의 애환을 보살핀다는 관세음보살(관음보살).
석가모니 부처의 현신인 관음보살은 천개의 눈으로 사바세계 인간들을 연민의 눈으로 들여다보고 치유하는 영험이 있다고 믿어져 예부터 관음신앙은 대승불교에서 중요한 위치를 차지해왔다.
33가지 모습으로 변신한다고도 하는 관음보살은 특히 수월(水月)관음보살의 모습으로 여러 불상이나 그림에서도 나타난다. '물에 비친 달' 같은 헛된 욕망에서 벗어나게 하고 구제한다는 상징성 때문에 바다를 낀 사찰에서 관음보살상이나 관음전을 둔 곳이 특히 많다.
한국에서 이런 관음사찰 33곳이 순례코스로 탄생한다.
대한불교조계종 한국불교문화사업단(이하 사업단)이 '33관음성지 순례사업'을 올해부터 본격적으로 시작한다. 이를 위해 사업단은 한국관광공사와 지난달 사업협력을 위한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한국 관음성지 33곳은 '4대 관음사찰'로 불려온 강화도 보문사ㆍ양양 낙산사ㆍ여수 향일암ㆍ남해 보리암을 비롯해 조계사ㆍ용주사ㆍ수덕사ㆍ마곡사ㆍ법주사ㆍ금산사ㆍ내소사ㆍ선운사ㆍ백양사ㆍ대흥사ㆍ송광사ㆍ화엄사ㆍ쌍계사ㆍ동화사ㆍ은해사ㆍ해인사ㆍ직지사ㆍ고운사ㆍ기림사ㆍ불국사ㆍ통도사ㆍ범어사ㆍ신흥사ㆍ월정사ㆍ법흥사ㆍ구룡사ㆍ신륵사ㆍ봉은사ㆍ도선사가 선정됐다.
사업단은 이 사찰들을 서남권, 남부권, 동남권, 동북권의 4개 코스로 묶어 3박4일 또는 4박5일간 5-10개 사찰을 둘러볼 수 있게 하는 순례 상품을 개발했다.
사업단은 국내 관음성지 사찰 33곳의 포교담당 스님들과 함께 지난 21일부터 25일까지 일정으로 첫 실무 연수를 진행하고 있다.
일본 관음성지 사찰 중 한국과 가까운 후쿠오카 주변의 규슈(九州) 서국(西國) 33관음성지, 주고쿠(中國) 33관음성지, 시코쿠(四國) 88관음성지 사찰을 돌아보고 배우는 일정이다.
한국에서는 전국의 사찰을 도는 순례는 일반화하지 않았지만, 일본에서는 1천여년 전부터 관음성지를 도는 불자들의 순례가 이어져 왔다.
일본에서는 지역별로 80가지가 넘는 33관음성지 순례코스가 등장해 연간 700만-800만명이 관음성지를 돌아보며 세상살이의 시름을 덜고, 마음을 닦는다.
사업단은 일차적으로는 성지순례가 활발하게 진행되는 일본 불교계ㆍ관광업계와 협력해 일본의 성지순례객들을 한국으로 유치하기 위한 홍보활동에 들어가며, 국내에서도 순례코스상품을 알리기 위한 노력을 벌일 예정이다.
사업단이 지난해부터 1년간 한국관광공사와 협력해 시범사업을 한 결과, 2008년 한해는 일본인 6천650명이 한국을 찾았고, 올해는 5월 현재까지 5천225명이 내한했다.
연수단을 이끌고 일본을 찾은 한국불교문화사업단 사무국장 진경(眞鏡)스님은 "템플스테이 사업에 이어 한국 불교 포교사업의 새로운 패러다임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며 "한일 불교교류의 효과와 함께 일본 관광객 유치를 통한 관광수지 개선에도 기여하는 효과도 거둘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33이란 숫자는 관음경에서 대자대비 관음신이 33번 모양을 바꾸어 중생의 모습으로 현신해 서민을 도와줬다는 관음변화신의 숫자에서 유래한다.
[일본 불교의 오늘] (上) 순례자의 길을 가다
세계일보 기사 입력일 : 2009-08-26
글·사진 김은진 기자
홍법대사 깨달음의 발자취 따라 하얀 수의 걸치고 88개 사찰 순례
요즘 일본에서는 이승의 업장을 씻어내고 불국토에 태어나기를 빌며 여러 사찰을 순회하는 성지순례가 유행이다. 21∼25일 일본 규슈·혼슈·시코쿠 지방의 주요 사찰 성지순례 연수를 나선 조계종 스님 24명과 함께 그 순례자의 길을 따라가 봤다. 일본의 33관음성지와 시코쿠 88개 사찰 성지순례 여행을 통해 바라본 일본 불교의 오늘을 상·하로 나누어 연재한다.
538년 백제 성왕 때 한국으로부터 전래된 것으로 알려진 일본 불교에게 오늘의 한국 불교가 길을 묻는다. 일본 내에서 국민적 열풍이 일고 있는 사찰 순례문화는 갓 개발한 한국형 관음성지 사찰순례 사업의 한 모델이다. 불교에서 대자대비(大慈大悲)의 마음으로 뭇 중생의 애환을 보살핀다는 관세음보살(관음보살). 석가모니 부처의 현신인 관음보살은 천개의 눈으로 사바세계 인간들을 연민의 눈으로 들여다보고 치유하는 영험이 있다고 믿어져 예부터 관음신앙은 대승불교에서 중요한 위치를 차지해왔다. 33가지 모습으로 변신한다고도 하는 관음보살은 특히 수월(水月)관음보살의 모습으로 여러 불상이나 그림에서도 나타난다. ‘물에 비친 달’ 같은 헛된 욕망에서 벗어나게 하고 구제한다는 상징성 때문에 바다를 낀 사찰에서 관음보살상이나 관음전을 둔 곳이 특히 많다.
이번에 한국의 33개 관음성지 사찰 운영자 스님들의 순례 여정 하이라이트는 일본 순례투어의 발상지인 시코쿠 지역 88개 사찰이다. 순례객들은 일본 불교 주요 종파 중 하나인 진언종(眞言宗)의 종조 홍법대사(고보우 다이시)가 태어나고 불법을 펼치며 입적한 장소들을 되밟으며 깨달음을 쫓는다. 카가와 현에 위치한 84번 사찰 야시마지(屋島寺), 75번 사찰 젠츠우지(善通寺)에서 마라토너처럼 흰색 윗옷을 걸친 사람들을 만났다.
노부부, 젊은 모녀 등 커플을 이룬 순례자들은 이렇게 ‘수의’를 걸친 채 88개 사찰순례 여정을 돈다. 삶 속에 죽음이 깃들고, 현세는 내세를 인도한다는 뜻에서다. 순례사찰을 참배할 때마다 관인을 받은 도장수첩은 이들의 복된 내세를 기약하는 증서로, 죽으면 관 안에 넣어준다고 한다. 홍법대사 불법을 전하는 한편 염전과 저수지, 밀 경작지 개발 등 사회사업을 적극적으로 펼쳤다. 그의 입적지까지 걸어서 두 달이 걸리는 코스를 순례자들은 필생의 목표로 돌고 또 돈다.
일본에선 성지와 자연경관을 숫자로 묶는 여행코스가 발달했다. 88사찰 순례와 33관음성지가 그것. 88은 인간의 번뇌를 나타내는 삼재를 모두 합한 숫자다. 33이란 숫자는 관음경에서 대자대비 관음신이 33번 모양을 바꾸어 중생의 모습으로 현신해 서민을 도와줬다는 관음변화신의 숫자에서 유래한다. 1000여년 전부터 순례문화가 이어진 일본에선 지방자치단체별로 순례코스를 만들어냈다. 한국관광공사 김만진 후쿠오카 지사장은 “일본에는 순례코스가 350여 개에 달하며 33성지만도 80여 군데”라면서 “순례인구가 연간 700만∼800만명에 이른다”고 설명했다.
순례자의 길은 불교 정신을 현대적으로 구현하는 장이다. 시코쿠 88개소 제51번 사찰 이시테지(石手寺)는 순례객이 거쳐갈 뿐 아니라 홈리스, 장애인들이 스님들과 함께 사는 곳이다. 24일 이시테지를 방문한 한국 스님들에게 이시테지 주지인 카토 슌쇼 스님은 “100∼200년 전엔 거지, 부랑자들이 사찰마다 탁발승처럼 순례하러 다녔고 순례자들을 대접해주는 게 불교정신이었다”면서 “지금도 어려운 일이 생길 때면 이웃 주민들이 우리 사찰을 찾아주기를 바란다”고 설명했다.
홍법대사가 행색이 초라한 모습으로 찾아갔을 때 알아보지 못하고 푸대접했던 이가 환생해 창건했다는 설화가 있는 이 절은 모든 중생이 홍법대사의 현신일 수 있다는, 대자대비 관세음보살 정신을 실천하고 있는 도량이다. 이시테지 법당 앞에는 일본이 일으킨 전쟁들을 반성하며 평화를 기원하는 부도탑이 있으며 그중 ‘한국침략’을 반성하는 탑도 눈길을 끌었다. 연수에 참가한 한국 스님들은 “이런 것이 스토리텔링의 힘”이라고 감탄했다.
히로시마만 북서부의 유명한 섬인 미야지마(宮島)에 있는 주고쿠 33관음성지의 제14번 사찰 다이쇼우인(大聖院)은 일본 불교의 종파 중 진언종 신사파의 대본산 사원이다. 바다 위에 떠 있는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인 이쓰쿠시마(嚴島) 신사의 거대한 도리이(鳥居)가 내려다보인다. 그래서 이곳은 신도와 공존하는 일본 불교의 특징을 가장 잘 보여주는 곳 중의 하나로 달라이 라마가 방문하기도 한 유명사찰이다.
이번 연수에 참가한 동화사 해월 스님은 “이벤트적인 성격도 많지만 신도들에게 다가가려는 일본 불교의 노력을 배운다면 현재 한국불교가 템플스테이를 진행하면서 부딪친 한계를 넘어설 방법을 찾을 수 있다”고 했다. 한국불교문화사업단 사무국장 진경 스님은 “사후를 위한 마지막 수행인 일본의 관음신앙은 요즘 너무 현세적으로 치우친 한국 신앙에 많은 것을 생각케 해준다”며 “사찰순례 문화의 한국적 수용방식을 찾는다면 한일 불교 교류의 장으로 의미가 있을 뿐 아니라 국내에서도 불법(佛法) 포교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구축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후쿠오카·히로시마·카가와(일본)=글·사진 김은진 기자
[일본 불교의 오늘] (下) 신불습합, 일본사찰을 가다
세계일보 기사 입력일 : 2009-09-01
글·사진 김은진 기자
인도에서는 힌두교, 중국에서는 도교와 자리다툼을 벌여온 불교 역사에서 일본 토착종교 신도(神道)와의 공존방식은 특별하다. 일본에서 신도와 불교가 서로를 배척하지 않고 수용하는 모습은 ‘신불습합(神佛習合)’이라는 말로 정의돼 왔다.
일본 사찰은 외형에서부터 일본적 색채를 물씬 풍긴다. 지난 21∼25일 한국불교 33관음성지 연수단과 함께 돌아본 규슈·시코쿠 지역의 사찰은 자연과 조상신 숭배를 기본으로 하는 일본의 토속신앙 신도의 흔적을 강하게 간직하고 있었다. 사찰 한쪽에 신사(神社)가 세워져 있고, 신사 안에 불단이 모셔져 있는 게 흔한 풍경이었다. 특히 신도에서 사용하는 하늘 천(天)자 모양의 붉은 문인 도리이(鳥居)가 사찰마다 설치된 것을 볼 수 있었다.
◆태어날 땐 신사에서, 죽어서는 사찰로=22일 연수단이 찾은 히로시마만 북서부의 미야지마에 있는 주코쿠 33관음성지의 제14번 사찰 다이쇼우인(大聖院)에서도 바다 위에 떠있는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인 이쓰쿠시마 신사의 거대한 도리이가 내려다보인다. 이쓰쿠시마 신사에 모셔졌던 본존불도 현재는 사찰로 옮겨진 상태였다.
일본인들에겐 탄생의 순간은 신사에서 축복을 받으며, 죽음과 같은 큰 고비는 사찰에서 기원을 한다는 전통이 전해 내려온다. 한국불교 33관음성지 연수단의 첫 방문지인 규슈 후쿠오카시에 있는 33관음성지 29번째 사찰 센뇨지다이히오우인(千如寺大悲王院). 현해탄이 내려다보이는, 후쿠오카 최북단의 사찰인 이곳은 두 차례 몽골 침략(1274년, 1281년) 때 일본인들 사이에 최고 기도 사찰로 통했다. 해발 450m의 산 중턱에 300개 승방이 있었던 곳이다. 불상 수십 여 개가 모셔진 이곳의 보물은 1000년 역사의 ‘십일면 목조 천수관음 입상’이었다. 이 관음상 앞에 모여 기도를 올렸던 일본인들은 관음보살상 덕에 손 한 번 쓰지 않고 태풍을 불러와 몽골을 물리쳤다고 믿는다. 현재는 평화를 기원하는 사찰로 순례객의 발길을 모으고 있다.
전쟁뿐 아니라 지진, 화산 등 일상적으로 천재지변에 노출된 일본인에게 자연은 경외의 대상, 죽음의 공포 그 자체였다. 나무, 돌 등 모든 자연에 신이 깃들어 있다고 믿는 “신도에는 800만의 신이 있다”고 한다. 그래서 일본에서 신도와 불교는 “신도의 신이라는 것도 본래는 부처님이고, 일본의 중생을 제도하기 위해서 신도의 신으로 화현한 것”이며 “신도와 불교는 둘이 아니다”는 사상적 체계를 만들며 서로 습합된다.
◆대처승, 중생 속의 부처를 꿈꾸다
진언종 임제종 정토종 정토진종 조동종 등 다양한 종파가 공존하는 일본에서는 70∼80%가 결혼한 대처승이며 임제종 등의 경우 독신의 승려들도 존재한다. 센뇨지다이히오우인(千如寺大悲王院)에서 만난 주지 역시 결혼한 대처승으로 아들이 상좌이며 , 며느리가 사찰 살림을 맡아 기념품을 판매하고 있었다. 대처승은 일본불교가 수행과는 거리가 멀며 신앙의 진지성이 부족하다는 평가를 받게 한 이유다. 하지만 대처승의 역사적 기원은 “살아있는 인간 안에서 부처가 나와야 한다”는 사고의 전환이었다. 일본에서 유학한 동화사 해월 스님은 “끝없이 권력의 주변을 맴돈 일본 불교문화의 이면에서 역사의 힘을 민중에게 돌리면서 생겨난 게 대처승 제도”라면서 “나 혼자 붓다가 된다면 의미가 없으며 내 아들을 보살을 만들겠다는 사상으로 중생 속의 부처를 적극적 제도로서 끌어 안았다”고 설명했다.
시대정신에 민감한 일본 사찰은 화려한 공연장이자 전시장이기도 했다. 법회가 열리자 화려한 유색 승복을 걸친 일본 스님들은 북과 징 소리에 맞춰 반야심경을 외우는 가운데 의례가 절정에 오르면 나무벽장 문이 서서히 열리며 거대한 천수관음상이 형체를 드러냈다. 사찰 뒤쪽으로 돌아가자 수십 개의 오래된 불상들을 만날 수 있었다. 센뇨지의 마음 심(心)자 모양으로 조성된 연못, 히로시마의 부츠우지(佛通寺) 사찰의 우주를 형상화한 모래 정원 등은 자연 그대로의 한국사찰과 달리 인공과 자연미가 결합된 명상 공간이었다.
일본의 절집에서는 점도 본다. 돈을 내고 종이쪽지를 뽑아 ‘길운’이 나오면 갖고 가고 ‘액운’이 걸리면 사찰에 매달아놓고 간다. 아기가 태어나면 신사에 가서 축복을 받고, 결혼식은 교회에서 하며 늙어서 죽게 되면 불교식으로 장례를 치러야 한다는 믿음 속에 관습적 의례로서 자리한 일본불교는 이때문에 ‘장례불교’라는 자조적 명칭도 얻었다.
해월 스님은 “일본불교를 자본주의화된 불교라고 폄훼하는 것은 단견이며 일본에서도 다양한 수행체계와 방법론이 공존한다”면서 “한국불교가 자본주의 속에서 시대정신과 불교를 어떻게 융화할 것인가 고민의 계기가 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후쿠오카·히로시마=글·사진 김은진 기자
한국 33관음성지 위치도
한국33관음성지 목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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