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화 급락보다 약세인 '엔약세'가 진행되는 일본의 말로, 환율 개입으로 막을 수 있는 것은 일시적인 프리폴 뿐 / 5/2(목) / 동양경제 온라인
'프리폴(Freefall)', '외환위기', '경제붕괴'. 이것들은 1달러=160엔까지 급격한 엔저를 근거로 던져진 경계해야 할 말들이다. GDP의 1% 수준인 환율 개입이 엔화 약세를 막는 것 이상의 효과를 거두지 못하면서 경계감은 더욱 커졌다. 이 원고를 쓰고 있는 시점에서 엔 시세는 1달러=157.8엔이다.
■ 큰 위험은 '금융 크래시'가 아니라…
평소 냉정한 이코노미스트 중 한 명으로 일본에 살기도 했던 노아 스미스는 블로그 독자들에게 이렇게 말했다. 일본의 통화는 아직 폭락하지 않았다. 일본의 경제 파탄은 일본 국민을 곤궁하게 할 뿐 아니라 세계 경제의 기둥 중 하나를 뒤흔드는 것이다.
2003년 당시 일본이 일본 국채의 대폭락 위기에 처해 있다는 이야기가 있었던 것이 기억난다. 물론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았고, 엔화에 그런 일이 일어나고 있다는 증거도 거의 없다.
더 큰 위험은 갑작스러운 금융위기가 아니라 일본의 국제경쟁력과 많은 국민의 생활수준이 계속 부식되는 것이다.
예를 들어 JP모건의 니시하라 리장 수석전략가에 따르면 엔화 가치가 157엔보다 떨어질 경우 그 결과 수입물가가 상승해 올해 실질임금 상승분을 탕감할 정도로 전체 인플레이션율이 상승할 가능성이 있다고 한다. 지난 2월 실질임금(인플레이션 후)은 23개월 연속 전년 동월을 밑돌았다. 소비자의 구매력이 계속 떨어지는데 경제가 성장할 리 없다.
프리폴이 어디 있는 걸까? 하기야 엔화는 불과 이틀 사이에 155엔에서 160엔까지 움직였다. 그러나, 그것은 외환 트레이더에 의한 수요의 고조에 의한 것이다. 이들은 재무부가 개입하는 레드라인을 인식하지 못했기 때문에 신중하게 움직이고 있었다. 달러·엔화가 155엔보다 싸게 움직이고, 재무성의 움직임이 없다고 판단한 이들은 돌연 160엔대를 시험했다.
■ 엔의 급등락은 지금까지도 있었다
그러나 갑작스러운 움직임은 지속적인 프리폴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아래의 차트가 그것을 나타내고 있다. 이 차트는 연속되는 20일간의 거래 기간 동안 엔화의 가치가 얼마나 오르내렸는지를 보여준다.
얼마 전의 갑작스러운 움직임은 2022년과 2023년 초에 몇 차례 있었던 갑작스러운 움직임보다 훨씬 작다. 이 차트가 보여주는 것은 엔화의 프리폴이 아니라 위에도 아래에도 변동이 크다는 것이다.
1달러=160엔조차도 엔화 가치는 일본 수출기업의 생산성이 다른 나라에 비해 높다는 점과 미일 금리차 같은 경제의 펀더멘털과 거의 일치한다.
만일 정말로 엔화가 펀더멘털로부터 동떨어진 프리폴 상태에 있다고 치자. 그것이야말로 환율 개입이 유효한 상황이며, 특히 다른 나라와 협조하여 이루어지는 경우에 유효하다.
게다가 일본에는 통화 패닉을 격퇴할 충분한 무기가 있다. 일본은 현재 대부분 매년 무역적자를 기록하고 있지만, 보다 광범위한 지표인 국제경상수지에서는 흑자를 기록하고 있다.
그것은, 일본이 해외 투자로부터 많은 이익을 얻고 있고, 그 이익이 계속 증가하고 있기 때문이다. 2023년에는 해외투자로부터의 순이익이 34조엔, 즉 GDP의 6%에 달한다. 2022년까지 수년간 일본의 대외 순자산은 418조엔에 달한다. 이는 GDP의 75%에 해당한다. 그 중 162조엔은 일본은행의 외환보유액이다.
만약 캐피털 플라이트(자본이 있는 나라에서 다른 나라로 도피하는 것)가 시작되는 것 같다면, 일본은 그 통화 준비고를 사용해 엔을 매수 지지할 수 있다. 하지만 그럴 필요는 없을 것이다.
1998년의 아시아 통화 위기나 2010년의 유로 채무 위기처럼, 통화 위기에 빠진 나라는 일본과는 반대의 입장에 있었다. 이들 국가는 매년 경상적자를 냈고, 그 결과 큰 국제 채무를 안고 있었다.
■ 프리폴이 아닌 지속적인 약화
일본은 엔의 프리폴을 막을 수는 있지만, 일본에는 환율 개입을 한다고 해도 엔의 지속적인 약화를 막을 수는 없다. 엔화 약세는 일본 경제가 약하고 수출기업의 경쟁력이 갈수록 떨어지는 결과이기 때문이다. 개입을 통해 불가피한 사태를 조금이라도 늦추거나 시장이 지나친 것을 막을 수는 있다.
일찍이 세계를 석권한 일본의 산업의 대부분은, 수출 가격을 큰폭으로 낮추지 않는 한 경쟁력을 잃어 가고 있다(엔저는 수출 시장에 있어서의 달러 베이스의 가격 저하를 의미한다).
반면 일부 기업은 생산의 대부분을 해외로 이전함으로써 경쟁력을 유지하고 있다. 일본 자동차 업체들은 해외 매출액의 80%를 일본 수출이 아닌 해외 생산으로 벌어들이고 있다. 그 결과 이전과 마찬가지로 수출을 늘리려면 엔화 가치가 크게 떨어질 필요가 있다.
3월 현재 일본의 모든 무역 패턴에 대한 엔화의 실질 실효 가치는 1970년부터 2024년의 평균 구매력을 40% 밑돌고 있다. 이것은 각국의 인플레이션율/디플레이션율의 차이를 고려하여 명목 엔을 조정함으로써 산출된다. 즉, 일본이 오늘날 100만대의 자동차를 수출한다면 그것으로 살 수 있는 것은 석유, 밀, TV 등은 과거의 40%가 되고 있다는 것이다.
유감스럽게도 엔화 약세는 일본이 기대했던 것과 같은 수출 붐을 가져오지 못했다. 그와는 반대로 지난 13년 중 10년은 무역 적자였다. 대조적으로, 일본은 1994년부터 2010년까지 매년 무역 흑자를 계상하고 있었다. 일본 제품은 매우 혁신적이고 고품질이었기 때문에 프리미엄 가격을 매길 수 있었던 것이다.
■ 단기적으로 엔화 가격 결정은 미·일 금리차
단기적으로 엔의 동향을 좌우하는 것은 일미 금리차일 것이다. 금리차가 크면 클수록 투자자들은 일본에서 미국이나 다른 나라로 자금을 이동시킨다. 그러기 위해서는 엔을 팔아야 하고, 엔의 가치는 떨어진다. 과거 3년간 금리차의 상하는 엔/달러 가치의 상하의 대부분을 설명할 수 있다.
비교적 작은 서프라이즈가 금융시장에 급격하고도 큰 변화를 가져오는 경우는 흔하다. 불과 몇 달 전만 해도 투자자들은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가 올해 세 차례 금리를 내리고 일본은행은 추가 긴축을 할 것으로 예상했다. 그렇게 되면 금리차는 축소됐을 것이다.
그러나 미국의 인플레이션은 너무 완강하기 때문에 FRB는 금리 인하를 전혀 하지 않을 수도 있고, 일부 트레이더는 금리 인상까지 할지도 모른다고 우려하고 있다.
한편 일본은행은 4월 26일 많은 투자자들이 예상했던 것처럼 국채 매입 페이스를 낮추지 않겠다고 발표했다. 그 결과 일본의 장기 금리는 예상 이상으로 높아질 것이다.
이 모든 것을 합치면 금리 차이는 조금 전 투자자들이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커진다. 이 조합은 4월 26일과 29일에 엔화를 폭락시켰다. 오늘의 큰 리스크는 폭락이 아니다. 그것은 재무부가 모든 것을 투기꾼 탓으로 돌림으로써 근본 원인을 잃어버리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