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의 일주일동안 눈 뜨고 움직이는 시간부터 잠자리에 드는 시간동안
엉덩이 한번을 땅에 못 대고 일을 했다.
그러면서도 저녁마다 밤마실을 다녔는데 오늘 부모님을 뵈러 가면서
장바구니 가득찬 먹을꺼리들을 드릴 생각에 마음이 뿌듯하다.

해가 아침과 저녁을 합쳐 한시간은 길어 진 것 같다.
아침에 7시가 안되어 환해지고 저녁에도 여섯시가 되어도 아직도
깜깜하질 않으니 말이다.
이제 그렇게 조금씩 조금씩 봄을 향해 가고 여름을 향해 계절은 갈 것이다.
그 전 밤마실 간 것은 이전 일기에 썼고
다시 그제 21일부터 일기의 시작이다.
일하고 저녁에 단양 별이네로 배달겸 마실을 가기로 했다.
본래는 이른 저녁을 먹고 가기로 했는데 일이 늦게 끝나서
가면서 남편과 말하기를 짜장면을 사 먹자 하면서 갔다.

그런데 별이네에 도착을 했더니
금방 먹을 수 있게 저녁상을 차려 놓았다.
얼마나 반갑고도 황송한지 사실 배가 너무 고파서
먼저 짜장면을 사 먹었다면 큰일 날 뻔했다.

남편이 좋아하는 묵은지 넣은 고등어찜에

밥은 우엉을 채 썰어서 넣고 했다.
요즘 우엉, 돼지감자, 연근, 등 백색 뿌리채소가 세계적으로
대세인데 밥에도 넣어 먹을 생각은 안해 보았는데
생각 보다 괜찮았다.
무엇 좋은 것을 이렇게 밥에 넣어 먹는 것 꾸준히 먹으면
약도 되고 좋을 것이다.

이 겨울에 녹색채소가 풍성하다.
봄동과 세발나물을 같이 겆절이를 하셧는데 정말 상큼하니 맛있었다.
나는 마트엘 잘 안가서 몰랐는데 이 세발나물이 요즘은 싸게 판다고 한다.
세발나물은 바닷가에서 나온 것으로 해풍을 맞고 자라 약간 짠맛도 가지고 있는데
몸에 좋은 비타민과 미네랄이 풍부한 채소라서 앞으로 참 괜찮을 듯 싶다.

냉이 넣은 된장찌게도 구수하니 맛있고
파김치며 고들빼기, 무석박이김치 등 모두다 맛있고 옛맛이다.
이런 것을 할 줄 아는 친구가 있어 감사하며 또 울컥 목이 매인다.
힘들게 일하고 문득 누가 차려 주는 밥상을 받는 이 행복한 마음......

상에 오른 이 깻잎장아찌를 보니 또 마음이 울컥 했다.
이 장아찌는 그냥 깻잎 장아찌가 아니다.
바로 가을에 노랗게 단풍이 들 때 따서 한 단풍장아찌 인 것이다.
요즘은 이런 단풍장아찌를 하는 사람이 별로 없어서
여쭤 보니 역시나 친정어머님이 해 주신 것이라 한다.

내가 하는 토속음식 가운데 몇가지 더 애착이 가는 것이 있는데
바로 이 단풍장아찌이다.
이것은 요즘에 아무때나 마트에 가면 사철 있는 그런것이 아니다.

이것은 가을에 깨가 다 여물고 난 뒤에 겨우 3일에서 4일정도만 딸 수 있는
귀한 음식재료인 것이다.
옛날 옛날 냉장고 라는게 없던 그 시절에 겨울을 나며 저장해 두고 먹을 수 있었던 것
낙엽져 버릴 수 밖에 없는 것을 음식으로 만들어 낸
선진들의 지혜가 가득 담긴 음식인 것이다.
위에 사진에서 처럼 노랗게 단풍이 들면 이것을 따서 차곡거려
실로 묶는다.

그렇게 해서 물에다 한달정도 담그어 독기를 뺀다.
한번 삶아서 다시 다 깐총거려 물기를 쪽 빼고서는

간장에 가진 양념을 해서 재워 두고 이듬해 봄까지 먹을 수 있는 것이다.
먹을 때마다 반투명의 그 색에 감탄하는 명작 단풍깻잎.

이렇게 손 많이 가는 것을 나는 해마다 많은 양을 해서
친구들이며 지인들에게 나누어 주다가 몇 년전부터는 판매도 했는데
올해 턱없이 양이 부족해 내 친구 하나는 미리 주문 하고도 못 받아서
아예 삐져 버려 요즘은 연락도 않는다.
사실은 낮에 아주 조금 우리식구가 먹으려고 남겨 두었던 것을
몸이 아픈 딸이 그것은 잘 먹더라는 지인의 연락을 받고
마저 보내고 온 길이었기에 그 소중함에 또 울컥해졌다.

잘 먹여 주시고 놀다가 돌아 오는 길에 우엉을 채썰어 일곱번을 볶아 만들었다는
우엉차와 찰떡을 싸 주셨다.
아버지께서 찰떡을 제일로 좋아 하시는데 아버지 생각이 절로 났다.


22일에는 축구를 볼겸해서 황둔 옙분님 화실에 또 모여서
맛있는 것을 해 먹었다.
옙분님이 매생이와 굴전을 부쳐 주시고


포항에서 로뎀나무님과 박정숙님께서 과메기를 보내 주셧다.
양을 많이 보내 주셔서 모여 먹기 딱이었다.
기쁨님과 희망님이 가져 오신 배추에다가 과메기를 놓고
먹으니 그 고소한 맛이 더해졌다.


생배추를 겆절이 크기로 썰어서 지난번 옙분님이 남해 스케치 가셧다가
사 오신 갈치속젖을 얹어 먹는 것에 맛이 들어서
요즘은 모이기만 하면 그것 해 먹는 재미에 쏙 빠졌다.

건배주는 2년전에 누군가 담아 준 막걸리를 냉장고에 가만히 넣어 두었더니
잘 숙성되서 청주가 된 것을 위에 맑은 부분만 따라서 마셨더니
훌륭한 약술이 되었다.
옙분님은 매생이와 굴을 넣고 떡만두국을 끓여 주셧는데
해물맛이 진하게 나는 것이 맛있었다.


드디어 오늘 얼른 부모님께도 나눠 드리고 싶었던 전국에서 보내 준
맛있는 먹거리들을 모아 두었다가 가지고 가서
모두를 요리해서 드렸다.
1차로 과메기와 생선찌게를 해 드리고
좋아하시는 소머리국도 끓여 드렸다.
아버지는 소머리국을 좋아 하셔서 엄마가 가끔해 드리는것을 아는
충주의 희망님이 지난 화요일에 고기와 국물을 냄비에 싸 주셧다.
그런데 일이 많아 금방 가져 갈 수가 없어서 머릿고기는
고양이에게 빼앗길까 어디다 잘 넣어 두었는데
찾지를 못해 국물만 드릴 수 밖에 없었다.
옙분님이 넉넉히 해서 싸 주신 매생이전을 아버지는 참 신기해 하셨다.

연속극을 몇 편 보고 놀다가 2차로 또 먹을꺼리를 준비했다
산골에 사는 우리는 생선을 먹는 방법이 다양하지를 못한데
이번에는 햇사레님이 꼬닥하게 말려 보내 준 조기를 쪄서 드려 보았다.
아무 간도 하지 않아도 생선이 가지고 있는 특유의 맛이 느껴지고
쫀득한 것이 참 맛있었다.

시장에서 사 보내셧다는 호떡하나 늘 드시는 만두도 부모님이 직접 하신게 아니니
더 맛있다고 잘 드셨다.

이 들깨강정은 창녕에 사는 젊은 친구 은재님이 보내 준 것이다.
이 모든 것을 드리며 아버지 이 음식은 서울에서, 부산에서, 창녕에서 , 황둔에서,
제주에서, 함양에서, 충주에서, 단양에서 아산에서 ......
하면서 설명을 드렸더니 아버지는 마음 흐믓해 하시며 말씀 하셨다.
<옛날 김희갑씨 나오던 팔도강산 부럽지 않네>

깊은 겨울의 한날
나는 이렇게 팔도강산에서 자란 귀한 음식들을 선물 받아
나누어 먹고, 부모님께도 가져다 효도를 드렸다.
늘 우리차가 트럭이라 어디 좋은 곳 한번을 못 모시고 다녔는데
이런 팔도강산에서 온 음식으로 호강을 시켜 드린 오늘
부모님도 남편과 나도 마음 흐믓하고 행복한 시간을 보냈다.
보내 주신 모든 지인분들께 감사하면서
오늘도 행복한 일기를 쓰게 하심도 감사하면서 ......

첫댓글 글을 읽노라니 어느새 저도 모르게 속으로 빠져 들어가서 군침을 꿀꺽꿀꺽ᆢ 예전에 텃밭이 있는곳에 살면서 조금씩 해먹던 기억이 새록새록 떠오르는 것이 추억의 한켠을 꺼내게 합니다. 언제다시 전원생활을 하면서 그런 추억들을 만들런지요. 잘봤습니다. 즐겁고 행복한 명절을 맞이하고 잘보내시길ᆢ ^ . ^
봄동과 세발나물 세콤달콤하게 무치는것 배워갑니당 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