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속 249km 허리케인 ‘이언’ 플로리다 강타… 260만명 정전 피해
美 본토 상륙 허리케인 5번째 강력
높이 3.7m 폭풍 해일에 주택 붕괴
“경제적 피해규모 96조원 달할 듯”
사망자 수백명에 이를수도
소방서도 물에 잠겨 28일(현지 시간) 미국 플로리다주 네이플스의 한 소방서 건물에 허리 높이까지 물이 차오르자 한 소방관이 소방 장비를 들어 나르고 있다. 사진 출처 네이플스 소방대
초강력 허리케인 이언이 28일 미국 플로리다주를 강타해 약 260만 명이 정전 사태를 겪는 등 피해가 속출했다. 이언이 먼저 지나간 쿠바에서는 최소 2명이 사망하고 전역의 전기가 끊겼다. 플로리다 연안에서는 쿠바 이민자 20명이 실종됐다.
미 워싱턴포스트(WP) 등 외신에 따르면 이날 오후 3시경 플로리다 서부 카요코스타섬에 상륙한 이언은 플로리다반도를 가로질렀다. 상륙 당시 최대 풍속은 시속 249km로 최고등급 5등급 기준(시속 252km 이상)에 가까운 위력이었다. 지난해 루이지애나를 덮친 허리케인 아이다와 비슷한 수준이며 미 본토에 상륙한 허리케인 중 역대 5번째로 강력했다.
지붕 통째로 날아가고 4등급 허리케인 ‘이언’의 직격탄을 맞은 미국 플로리다주 네이플스의 한 건물 지붕이 강풍에 종잇장처럼 날아가고 있는 모습이 28일(현지 시간) 소셜미디어에 등장했다. 트위터 캡처
플로리다주는 이날 주민들에게 대피령을 내렸다. 주요 공항과 학교는 문을 닫았다. 해안에선 높이 3.7m에 이르는 폭풍 해일이 덮쳐 주택들이 무너졌다. 플로리다 올랜도 디즈니월드도 29일까지 영업을 중단했다. 포트샬럿의 4층짜리 병원에서는 중환자실 건물 지붕이 일부 뜯겨나갔고 응급실은 발목 높이 이상으로 물에 잠겼다. 입원 환자 160여 명은 1, 2층을 벗어나 3, 4층에 모두 옮겨진 채 대피조차 하지 못했다.
다리 끊어지고 허리케인 이언이 몰고 온 강풍과 폭우로 미국 플로리다주 리카운티의 유명 휴양지 새니벌섬으로 향하는 둑길 다리가 끊어져 단면이 드러났다. 새니벌=AP 뉴시스
트위터를 비롯한 소셜미디어에서는 해안에서 1.6km 이상 떨어진 도로가 순식간에 침수되고 소방서 건물에 성인 허리까지 물이 차오르는 영상 등이 올라왔다. 교도소 수감자 2500여 명도 침수 피해를 입지 않은 다른 시설 20여 곳으로 옮겨졌다. 론 디샌티스 플로리다주지사는 이날 허리케인 영향이 수년간 지속될 수 있을 것이라며 “비극적 사건”이라고 말했다. 아직 구체적인 사상자 수는 집계되지 않았지만, 리 카운티의 카민 마르세노 보안관은 미 ABC방송의 ‘굿모닝 아메리카’ 인터뷰에서 “911에 수천 건의 전화가 걸려왔고 사망자는 수백 명에 이를 수도 있다”며 우려했다.
플로리다에 이어 허리케인 진행 방향에 있는 조지아, 사우스캐롤라이나, 노스캐롤라이나, 버지니아주도 비상사태를 선포했다. 앞서 이언이 3등급 허리케인일 때 타격을 받은 쿠바에서는 서부 피나르델리오에서 건물이 무너져 2명이 숨졌다. 플로리다 연안에서는 쿠바 이민자 23명이 탄 배가 침몰했다. 이 중 3명은 구조됐지만 20명은 실종됐다.
이언은 29일 새벽 1등급으로 약해졌으나 이동 속도가 느려 홍수 피해는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미 기상예측센터(WPC)는 페이스북에 “플로리다 일부 지역에는 30일까지 총 강수량이 최대 30인치(762mm)에 이를 것”이라고 경고했다. 블룸버그통신은 이언 상륙으로 인한 경제적 피해 규모가 670억 달러(약 96조 원)로 추정된다며 “미국 역사상 가장 ‘비싼’ 폭풍 10위 안에 들 수 있다”고 보도했다.
홍정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