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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 좋아하는 음악하나 소개하죠.
우울한거 좋아하시는 분들을 한번 들어보시는것도.
여기 계시는분들은 거의다 아실듯.
인터넷 뒤지다가 portishead에 대한 자료가 잘정리 되있는걸 발견해서 이
렇게 올립니다.
글재주가 없어서 직접 소개하기는 좀...^^;
몽환적이고 비관적인 세기말적 사운드
포티쉐드, 영혼을 잠식하다
포티쉐드 음악의 화자는 쓰디쓴 사랑과 거친 삶에 좌절하고 환멸하지만 자신의 사랑에 절대적 힘과 욕망을 내보이는, 비탄에 젖은 여인이다. 베스 기븐스(Beth Gebbons)가 가사를 써내리고 노래하는 포티쉐드의 음악에는 거부할 수 없는 비관주의의 공통감이 있다. <Glory Box>와 <Sour Times(Nobody loves me)>의 위력은 베스 기븐스의 모리씨에 필적하는 파라노이드적이며 근본적으로 비극에 가까운 인생에 대한 표현에 있으며, 한편으로 이 페시미즘의 디바 베스 기븐스와 조화를 이루는 세 명의 주력 멤버들에게 기인한다고 볼수 있다. 포티쉐드는 DJ이며 드러머이자 이 밴드의 브레인이며 프로듀서인 제프 배로우(Geoff Barrow)와 베스 기븐스의 만남으로 이루어진 밴드이고, 실제로 계약서에 기재된 멤버는 이 두사람이지만 이들의 수익은 4등분된다. 바로 제3의 멤버인 재즈 기타리스트 애드리언 어틀리(Adrian Utley), 제4의 멤버로서 음향에 관한 제반 기술적 상항을 모두 담당하는 엔지니어인 데이브 맥도날드(Dave McDonald)가 포티쉐드의 또 다른 주축이다.
사운드 엔지니어를 밴드의 한 멤버로 받아들인 포티쉐드의 음악은 트립합이 가진 몽롱함의 엑스터시보다는 자신들의 말대로 새드-코어(sad core)적인 요소를 더 많이 가지고 있다. 한편으로는 베스 기븐스의 의견대로 매시브 어택의 게스트 보컬리스트인 사라 넬슨이 훨씬 더 소울에 가까운 성정을 표현하기도 한다. 이에 비견하여 포티쉐드에게서 얻게되는 불가항력적인 매력은 스크래칭 비트와 5,60년대 존 배리적인 사운드스케이프(제프 배로우는 사운드트랙 매니아이다. 그에게는 오리지널 사운드트랙 스코어와 이 스코어들의 프렌치 팝적인 향수는 힙합과 함께 가장 중요한 요소이다.)와 더불어 바로 정면에서 맞서는 슬픔과 우울의 정서이다.
94년에 발표된 데뷔 앨범 Dummy는 멜로디 메이커가 뽑은 그 해의 베스트 앨범이었다. 기타와 베이스, 드럼을 비롯, 복고적인 샘플링과 플롯, 트럼펫, 하몬드오르간, 펜더 로즈 리프가 "다크 고딕 힙합비트"와 함께 믹스되어 들려온 Dummy는 청자들은 감정을 뒤흔들어 놓기에 충분했다. 일렉트로니카 내의 댄스 느와르로 처음에 소개되었던 포티쉐드의 음악은 아마도 혼자만의 시간과 공간을 채우고자하는 청자들에게 자신의 삶을 대변하는 백그라운드 뮤직이었고, 그 호소력은 브리스톨의 경계를 넘어서서 미국에서의 <Sour Times>의 히트로 이어졌다. Dummy는 무엇보다도 암흑의 영원성을 노래하는 구제불능의 비관주의적 리리시즘을 전면에 내세운 베스 기븐스의 노랫말을 통해서 음악의 내외적인 통일성을 성취했다(제프 배로우는 자신이 만든 백킹 트랙이 그토록 어둡지 않다면 베스 기븐스도 그러한 가사를 쓰지 않았을지도 모른다고 했다). Dummy는 사운드적인 면에서의 차별성만큼이나 앨범 전체의 주제의식에서의 유사점으로 미국의 평단으로부터 Nevermind에 비견할만한 앨범이라는 극찬도 받았다(베스 기븐스와 관련된 여러 미스테리중의 하나는 바로 <Glory Box>의 뮤직 비디오인데, 이곡은 본래 성전환자(transverstite)를 위해 만들어진 곡이라고 한다. 크리스 커밍햄이 연출한 이 뮤직 비디오에서 베스 기븐스는 남장을 하고 역시 남장을 한 여러 여자들과 어울리는데, 이 뮤직 비디오는 영국에서 최초로 게이 문제를 공개적으로 부각시킨 1950년대의 덕 보가드의 영화 '평결'의 장면들을 재현한 것이다).
꿈과 신뢰는 사라졌고, 시간과 삶만 계속된다
포티쉐드는 데뷔앨범의 뜻하지 않은 성공으로 소포모어 징크스에 걸려들 위험에 직면한채 94년 이후의 시간을 보냈다. 이들의 음악은 디스코 느와르, 댄스 느와르, 팝 느와르, 새드-코어 등의 여러이름을 전전하다가 트립 합이라는 명칭에 묶이게 되었고, 스니커 핌스를 비롯한 여러 밴드들에게 직간접적인 영향을 끼치게 되었다. 브리스틀은 더 이상 매시브어택과 트리키, 포티쉐드만의 도시가 아니고, 드럼앤 베이스의 부상과 함께 로니 사이즈의 도시로도 알려지게되었다. 트립합은 이미 프렌치 팝적인 요소와 샘플링의 혼용으로 극도로 소비되었고, 포티쉐드의 신보는 근 4년간의 시간을 소요하고 있었다. 다시 돌아온 포티쉐드는 portishead라는 셀프 타이틀 앨범으로 전작과는 큰 차이를 보이지는 않지만, 내부적인 방법론에서는 상당한 변화를 보이고 있었다. 음악에서의 감정을 만들어내는 것이라고 제프 배로우가 언명한 바이브레이션은 고스란히 살아있고, 베스 기븐스는 여전히 엘레지의 실연당한 여성 화자이지만, 좀 더 강경한 태도로 등장했다. Portishead는 Dummy에 비하면 그 강도가 미약할지 모르지만 대단한 앨범임에는 틀림없었고 데뷔작의 놀라운 성공에 비하면 당연한 성공을 거둔 앨범이다(그러나 평단의 평가는 전작을 능가한다는 것이 대부분이었지만, 전술한 바대로 부풀려진 상업적 성공의 기대에는 다소 미치지 못한 것이 사실이어서 포티쉐드는 프로모션의 일환으로 영국과 미주 지역, 유럽 지역에서의 투어를 감행햇다).
Portishead의 작업에서 제프 배로우와 애드리언 어틀리가 가장 강조한 지점은 바로 샘플링의 자가 제작이다. 물론 이 앨범에도 켄쏜(Ken thorne)과 파사이드(The Pharcyde), 후커스 앤 진(Hookers and Gin)의 곡들을 샘플링하고 있지만 이것은 이들이 기본적으로 채택한 전략의 예외적인 경우다. Dummy가 등장한 94년 이후는 거의 샘플러와 DJ들의 전성기에 해당한다. 미국의 청소년층에까지 폭넓게 퍼진 엔터테인먼트까지 인식되는 믹싱 앤 스크래칭은 현재 우리나라의 오락실에서도 게임으로 등장하고 있다. 누구도 쉽게 음악을 만들 수 있고 이를 위한 유용한 샘플러 CD나 비닐(LP)들이 무수히 등장했다. 제프 배로우와 애드리언 어틀리는 자신들의 독특한 백킹 트랙제작 시스템에 힘입어 직접 연주한 것을 비닐로 레코딩해서 리듬 루프를 만들어내고 이것을 샘플링원본으로 이용했다. 한편으로 아메리카 힙합에 대한 제프 배로우의 오랜 애정에 힘업어 올드 스쿨 힙합이나 우 탕 클랜적인 스크래칭도 사용되고 있으며, 애드리언 어틀리의 기타는 007시리즈의 찌그러지고 일그러진 변형된 사운드를 선보이고 있다. 특기할 만한 점은 피아노를 이용한 긴장감의 고조가 여러 트랙에서 선보이고 있는 것이다. 무그 신서사이저가 사용되고 있고 노이즈가 혼재되어있으며, 오케스트라의 비범한 사용도 눈에 띄는 점이다. 그리고 여전히 포티쉐드의 모든 것은 (특히 그 바이브레이션은) 느와르적이다(필름 느와르, 즉 검은 영화라는 명칭이 붙은 일군의 영화들은 다크 필름 또는 블랙 시네마로 불린다, 프랑스 평론가들은 18,9세기의 영국의 고딕 소설을 로망 느와르라고 붙인데서 연유한 이명칭에 해당되는 영화들은 바로 1940년대와 50년대에 인기를 누린 헐리우드의 범죄영화들이다. 파멸과 처절한 종말, 냉소적이고 비관적인 양식이 혼용된 이영화들은 다소 운명주의적인 관점을 가지고 있다).
포티쉐드는 매시브어택이나 트리키가 나름의 음악적 위치를 공고히 하고 있는 것과 마찬가지로 특화된 사운드의 영역으로 이미 들어섰다. 이들의 음악이 기대고 있는 내밀하고 탄식하는 음조는 정말 아름답고 소름끼치도록 호소력있는 공감을 설파하고 있다. 그 아름다움은 단순한 멜랑콜리의 정서가 아니며, 과장되고 가면에 씌워진 고독을 표방하고 있는 것이 아니다. 다운비트와 슬로 템포의 힙합에 주변의 모든공간을 채워넣는 포티쉐드 특유의 사운드가 내세우고 있는 것은 철저히 혼자 남겨진 인간의 보편적 운명에 대한 슬픔과 혼돈, 절망의 사운드스케이프이다. 이것은 아마도 대중음악이 유도하는 카타르시스의 총화라고 불러도 당연한 사운드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