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름달빛에 산길을 걷거나 보름달 보며 산에서 소주 한잔 마시는 것도 좋을 것이다.
초의선사는 월출산에서 보름달을 보고 오도송을 읊었다지만 난
겨우 소주 생각이나 하고 있다.
월식 이야기도 나오는데 난 지켜보지 못한다.
많이 이울어진 달이 늦게 뜰 것이지만 그래도 달빛을 기대하며
퇴근시각 되자마자 금강저수지로 운전한다.
저수지도 그렇고 계곡에도 물이 없다.
해남인들의 유원지였다는 말이 무색하다. 금강폭포 보기는 글렀다.
5시 반에 출발해 15분쯤 넓은 길을 걸어 금강산성 안내판에 닿는다.
안내판이 바뀌었다. 등산로도 풀을 베었다.
기울어진 햇볕은 숲의 은현한 분위기를 방해한다.
벌써 잎이 약해진건지도 모른다.
양쪽 귀 주위로 날것이 앵앵거린다.
수건을 말아 어깨를 두드리며 걷는다.
동백나무의 짙은 녹색과 산벗나무 느티나무 등의 빽빽한 숲속을 찍어보느라
몇 번 멈추지만 제 분위기를 살려내지 못한다.
꽃도 보이지 않는다. 더러 원추리가 베어져 시들고 있다.
40분쯤 지나 금강샘에 닿는다. 여전히 물이 없고 겨우 이끼를 자라게 하고 있다.
누군가 스텐컵을 두었다.
너덜께에 이르자 서늘한 바람이 불어온다. 능선을 걸으니 어느새 계절이 변하고 있음을 느끼겠다.
가뭄과 무더위의 올여름도 가는구나.
해남읍과 벌판은 흐린 구름에 가렸다.
무슨 공연을 하려는지 군청쪽에서는 스피커 소리가 크다. 뽕짝 노래도 들린다.
정상으로 가는데 지난번 우측으로 난 길 앞에 데크 공사중이라는 프랑이 걸려있다.
새길로 내려가 보니 한참을 돌아 오르내린다.
봉우리를 두고 반대쪽 능선에 닿는다. 더 나가 본다. 작은 오르내리막을 두어번 하다가
언젠가 아침재까지 가볼 수 있을까를 생각하며 돌아온다.
정상 아래는 풀을 베지 않았다. 원추리와 며느리밥풀꽃을 본다.
정상은 판자를 모두 걷어내고 쇠붙이만 앙상하게 남아있고 헬기가 갖다놓은 커다란
큰 포대들이 있다. 철골을 밟으며 가로 가 보는데 하얗게 매어 둔 비닐이 난간인 것처럼 나도 모르게
손이 간다. 프랑을 들고 능선을 걸어 내려온다.
바위에 앉아 물을 마시고 유몽영을 꺼내 달감상법을 쓰려는 차에 뒤에서
가래 뱉는 소리가 난다.
헛기침을 하자 중년남자가 깜짝 놀라며 다가온다.
읍내의 새로 짓는 아파트 현장소장이라며 처음 길이라고 한다.
나보다 한 살이 많으시다.
그 분의 아파트 지은 이름을 들으며 일어서지 못하는데 어느 새 해가 져 간다.
그 분이 정상 다녀오겠다고 하자 일어서는데 해가 곱다.
급히 뛰어 간다. 다시 돌아오는데 올라 온길이 아닌 길로 가시고 싶다하신다.
난 우정봉 하산로를 포기하고 미암바위 쪽으로 같이 내려간다.
어느새 어두워진다. 미암바위에 올라 읍내의 불빛을 보고 내려오는데 산길에 가로등이 밝혀준다.
저수지로 가는 왼쪽 갈림길에는 불이 없다.
바로 내려가시라고 들어셔려는데 같이 따라오신다.
핸드폰으로 후레쉬를 켜고 걷는다.
차로 돌아오니 어느새 8시 반이다. 저녁을 사시겠다고 하신다.
새로 지은 성내식당을 찾아가는데 재료가 없다고 한다.
다시 차를 타고 명태찜 집을 찾아간다. 코다리찜은 떨어지고 점심용이 있댄다.
소주맥주 한병씩을 시켜 난 맥주 한잔만 마신다.
마시고 대리운전을 하고싶을 만큼 마시고 싶지만 참아본다.
그 분의 이런저런 많은 이야기를 듣는다. 학교 안에 갇혀사는 이들은 아는 게 없다.
그 분을 숙소앞에 내려드리고 나으 방으로 돌아오니 10가 넘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