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일러스트 /이철원
은둔 아닌 노출… 팔로어 5만7000명 거느린 신종 경영인
<이 기사는 주간조선 2125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키 182㎝, 몸무게 91㎏의 거구. 체지방률 15%를 목표로 다이어트 중. 집에서 키우는 강아지만 6마리. 피아트500을 몰고 다니며, 애견과 청담동 커피숍에서 커피를 즐김. 라이카S2 등 명품 카메라를 여러 대 갖고 있으며 최근 Sony NEX-5 추가 구입. 남성 패션지 애독….
정용진(43) 신세계 부회장의 트위터에 드러난 신상명세다. 그를 따라다니는 팔로어 수는 10월 1일 기준 5만7908명. 그의 글을 폴더 형태로 모아볼 수 있도록 ‘리스트’ 기능을 설정해 놓은 팔로어만 3829명이다. 아이돌그룹 수퍼주니어 이동해(25만명)처럼 잘생긴 연예인도 아니고, 소설가 이외수(약 37만명)처럼 말솜씨가 뛰어난 것도 아니다. 정보를 소개하거나 뉴스를 전달하는 데 중점을 두지도 않는다. 그런데도 그의 일거수 일투족은 팔로어들에 의해 이리저리 퍼 날라지고 회자되면서 트위터 세상을 달구고 있다.
대중 앞에 드러나길 꺼려하며 은둔형 삶을 살아가는 다수의 대기업 오너들과 달리 정 부회장은 진솔하게 자신을 드러내며 고객과 접촉하는 소통형 리더십을 발휘하고 있다. 그는 신세계·이마트와 관련된 팔로어들의 불만이나 제안·의견에 일일이 댓글을 단다. 답글이 많을 땐 하루에도 수십 개에 달한다. 소비자 민원이 들어오면 즉시 담당자에게 조치를 취해 팔로어들의 마음을 사로잡는다. 하지만 이따금씩 제기되는 팔로어들의 ‘까칠한’ 비평에 대해서는 반박도 서슴지 않는다.
신세계 내부에선 이 같은 ‘트위터 소통’을 긍정적으로 보고 있다. 한 임원은 “이동시간, 식사 전후, 아침 저녁 등 짬이 날 때마다 본인이 직접 글을 올린다”며 “고객과 직접 의견을 나누면서, 잘못한 것이 있으면 바로바로 사과하고 고칠 것이 있으면 곧바로 수정하기 때문에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고 말했다.
정 부회장의 관심사는 다양하다. 5만7908명의 팔로어를 상대로 푸드, 맛집, 건강, 카메라, 강아지, IT, 자동차 등 주제를 가리지 않고 의견을 주고받는다. 일부 트위터리언(트위터 사용자)들은 지난 9월 19일로 43세가 된 그를 ‘용진 오빠’ 또는 ‘용진 형님’이라 부르며 팔로한다. 대기업의 오너가 연예인 못지않은 인기를 누리는 이유가 뭘까. 그의 트위터를 따라가며 디지털 신(新) 경영인의 세계에 들어가 봤다.
소비자와의 대화
“역겨우시면 언팔해도”… 회사 관련한 까칠한 지적에도 응답
정용진 대표는 트위터를 통해 소비자들과 기탄없는 대화를 나눈다. 그가 청담동 커피숍에서 차를 마시고 있던 지난 9월 25일 한 트위터리언으로부터 이런 메시지가 날아왔다. “정 회장님, 국내 시장 상인들과 서민들을 위해서, 이젠 국내 SSM(기업형슈퍼마켓) 시장 팽창으로 서민들 고통 가중시키지 마시고, 해외시장의 징기스칸이 되시면 어떠실는지요. 요즘엔 먹거리 수다 안 올라와서 보기가 많이 좋습니다.”
‘까칠한’ 지적에 정 부회장은 이렇게 답했다. “에고 제 트윗은 먹거리 위주인데.. 역겨우시면 언팔하셔도...”
정 부회장이 항상 이처럼 유머러스한 표현을 사용하는 것은 아니다. ‘좀 더 까칠한’ 지적엔 정 부회장도 ‘좀 더 까칠하게’ 반응한다. 지난 9월 24일 한 트위터리언은 이런 메시지를 올렸다. “정용진도 ‘Who to follow’에 나오네.... -_-” 그러자 정 부회장은 뚱한 반응을 보였다. “뭐 기분 나쁘십니까? 맨 마지막에 -_- 표정은 무슨 뜻인지요? ^^”
정 부회장의 트위터엔 이따금 이마트 혹은 신세계와 관련된 소비자 민원이 제기되기도 한다. 이 경우 정 부회장은 상당히 적극적인 자세로 대화에 임한다. 한 네티즌은 이런 지적을 했다. “부회장님 어제 이마트표 야채된장찌개?인가 사먹었는데 오타가 있더라구요... 분명 조리법에는 배추와 깻잎을 넣으라고 적혀있는데.. 원재료에는 배추와 깻잎이 없이 양파가 있더라구요? 원재료명에도 그렇게 써있구요~ 오타 수정하셔야 할 듯..ㅋ”
이 지적에 정 부회장은 이렇게 답했다. “감사합니다 바로 수정 들어가요 ^^”
다른 트위터리언은 이런 질문도 했다. “부회장님! 신세계는 와이파이존 계획 없으신가요? ㅠㅠ”
정 부회장은 이 물음에 곧바로 대답했다. “계획 있어요. 빠르면 10월 내로 구축합니다.”
또 다른 트위터리언은 금연과 관련된 질문을 던졌다. “혹! 마트와 백화점에서도 내년부터 전체 금연 실시를 하실 예정이세요? 언론 보니 SS전자는 시행한다고 하더라구요... 좋을 것 같은데...”
이에 대해 정 부회장은 이렇게 답했다. “아니요 지금 흡연실 만들고 있는데요”
정 부회장은 소비자와 직접 만나는 것도 꺼리지 않는 듯했다. 한 트위터리언은 ‘청담동 커피숍에 있다’는 정 부회장의 트위터 글을 보고 이런 글을 올렸다. “이분이 사주시는 커피 마셔봤음 소원이 없겟당.”
이 글에 정 부회장은 곧바로 답글을 띄웠다. “지금 오세요.”
IT
“이제 아이패드에서 한글도 됩니다”… 소문난 얼리어답터
얼리어답터로 알려진 정 부회장은 아이패드, 아이폰3G, 아이폰4G, 갤럭시S 등 각종 IT장비를 고루 사용한다. 그는 자신이 사용하는 디바이스를 보완해주는 각종 소프트웨어 역시 남들보다 한발 빨리 사용해보고 트위터에 느낌을 띄운다. 지난 9월 23일 그는 이런 메시지를 남겼다. “이제 아이패드에서 한글 됩니다. 베타버전 설치했는데 약간의 버그는 있는데 심각하진 않네요.”
그러자 곧바로 한 트위터리언으로부터 이런 댓글이 날아왔다. “베타 나온 지 좀 됐는데 좀 늦으셨네요^^ 바쁘셔서 그러셨겠죠?”
정 부회장은 이 질문에 약간 쑥스러운 듯 “문제 있나 없나 확인 좀 하느라 ㅎㅎㅎ”라는 답글을 띄웠다.
그러자 두 사람의 대화를 지켜보던 다른 트위터리언이 정 부회장에게 물었다. “에어비됴 써보셨는지? 플레이가 안되네요.”
에어비디오는 집 또는 사무실에 저장돼 있는 컴퓨터의 동영상을 휴대폰으로 보게 해주는 스마트폰용 애플리케이션이다. 정 부회장은 자신도 같은 문제에 봉착한 경험이 있는 듯 이렇게 답했다. “맞아요 ㅎㅎ 에어비됴 안되서 고민이 많아요 한글 돼서 속은 시원한데..”
정 부회장은 아이패드를 사용해 동시에 여러 가지 작업을 수행하는 멀티태스킹을 즐긴다. 그는 지난 9월 23일, 트위터에 관련 글을 띄웠다. “아이패드에서 이제 그룹핑과 멀티태스킹 됩니다.”
그러자 한 트위터리언이 자신이 느꼈던 문제점을 지적했다. “베타 설치하셨나 보네요. 저는 wifi가 자주 죽는 문제가 있는데 어떠신가요?”
그러자 정 부회장은 다소 뜨악한 반응을 보였다. “저도 그 현상이 가끔.... 그럴 땐 그냥 껐다 켭니다.”
정 부회장은 아이폰4G의 기능 중에 블루투스 키보드 기능이 좋다고 했다. 그가 9월 25일 띄운 메시지. “아이폰4의 기능 중에 블루투스 키보드 기능 좋네요 문자나 트위터에 한글찍기가 불편했는데 키보드로 입력하니 늠늠 쉽네요 이제부터 키보드 가져다닙니다. 아이폰수화기하고.. ㅎㅎㅎ”
정 부회장이 사진으로 올린 키보드를 보고 한 트위터리언이 말했다. “키보드가 아이맥 번들용 같은데 맞습니까?”
그러자 정 부회장은 “네 맞습니다”라고 답했다.
이를 본 다른 트위터리언이 “배보다 배꼽이 더 큰데요? ㅋㅋ”라고 하자, 정 부회장은 “써보시면 의외로 편하구요.. 이걸로 오늘 문서 하나를 작성해 봤는데 신기하게 잘되네요. ㅎㅎ”라고 답했다.
푸드
청담동 커피숍 단골… ‘위치 전달’ 포스퀘어로 번개 만남도
- ▲ 정 부회장이 자주 찾는 청담동 커피숍의 브런치 메뉴는 1만5000~2만5000원이다.
“I’m at 커피지인.”
정 부회장의 트위터에 자주 올라오는 멘션(글)이다. 문구가 ‘I’m at…’으로 시작하는 이유는 그가 위치기반(GPS) 프로그램인 ‘포스퀘어’를 사용했기 때문이다. 포스퀘어는 GPS를 이용해 지금 자신이 있는 곳을 알려주고 대화를 나누는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의 일종이다.
커피지인은 서울 신사동 도산공원 인근에 위치한 핸드 드립 커피 전문점. 정 부회장은 이 집 단골이다. 그가 즐겨 마시는 커피는 케냐 피베리. 이곳의 드립커피는 한 잔에 8000~1만2000원, 커피가 포함된 브런치 메뉴는 1만5000~2만5000원이다. 이 커피숍이 있는 도산공원 일대는 명품과 미술품을 다루는 ‘플래그십 스토어’가 밀집된 곳. 이른바 ‘청담동 며느리’들이 자주 들르는 지역이다.
정 부회장이 포스퀘어를 통해 자신의 위치를 알리는 시각은 주로 평일 오전 11시~오후 1시. 점심식사 전후에 이곳을 즐겨 찾는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정 부회장은 최근 ‘펀(Fun) 경영’의 일환으로 이 커피숍을 신세계백화점 본점 구내식당에 들여놨다. 본점 구내식당 직원들이 이 커피숍의 아메리카노를 1000원만 내면 마실 수 있도록 한 것이다.
지난 9월 25일 12시4분, 정 부회장은 이 커피숍을 찾아 자신의 위치를 트위터에 올렸다. 몰리라는 이름의 애견과 함께였다.
“I’m at 커피지인 with 몰리.”
그러자 한 트위터리언으로부터 메시지가 날아왔다. “강아지를 여러 사람이 앉게 될 의자에 앉히는 건 좋아보이지 않네요. 몰리가 앉은 자리는 다른 사람을 위해서 닦아놓고 떠나는 센스가 필요해 보입니다.”
이 메시지에 정 부회장은 이렇게 답했다. “까칠하시군요.. 당근이죠.”
그러자 답장이 날아왔다. “까칠하진 않습니다. 까탈스러울 뿐....^^;”
정 부회장이 말을 받았다. “그 말이 다른 뜻이었나요? ㅎㅎ”
트위터리언이 답했다. “네..까칠과 까탈은 다르답니다.ㅎㅎ 좋은 하루~”
정 부회장이 덧붙였다. “저는 후자보다는 전자가 좋은 뜻인 줄 알았다는....”
정 부회장은 커피숍뿐만 아니라 맛집에 관한 글도 자주 올린다. 팥빙수를 먹고 와서 “요즘 동빙고 빙수 넘 맛있어요. 포장해와서 얼려놓고 담날 먹어도 되구여. 중독성 강하네요. 동부이촌동 금강병원 맞은편에 있어요”라는 글을 올리기도 하고, 우동 사진을 첨부하면서 “이 우동집 아주 맛있습니다. 한번 가보세요. 강추입니다”라고 소개하기도 한다.
그가 올리는 맛집은 대부분 오랜 전통을 자랑하는 곳이다. 그가 즐겨찾는 곳은 ‘평양면옥’ ‘우래옥’ ‘사리원’ 등 역사와 전통을 자랑하는 우리나라의 대표적 음식점들. 클래식을 좋아하는 것으로 알려진 그에게 한 팔로어가 “음악이 먼저냐 음식이 먼저냐”고 묻자 정 부회장은 “저는 음악보다는 음식이 먼저입니다. 배고프면 음악 안 듣습니다”라고 유머러스하게 답했다.
정 부회장이 트위터에 맛집에 관한 글을 올리면 팔로어들의 댓글이 쏟아진다. ‘나도 가봤다, 가보고 싶다, 맛있다, 그 집도 좋지만 다른 집도 좋더라’ 등 반응도 다양하다. @hscheon이란 트위터리언은 “어딘지는 모르겠지만 정용진씨가 가본 곳이라니 나 역시 가고 싶군. 다른 누가 가봤다면 그냥 광고려니 하겠지만 역시 대단한 트위터의 위력”이라고 말했다.
건강
“체중 90킬로 유지 목표… 근데 탕슉이 땡기네요 ㅠㅠ”
“전 현재 91킬로입니다^^ 체중은 90킬로 유지가 목표랍니다 ^^ 체지방량만 15%로 낮추면서….”
정 부회장이 트위터에 밝힌 자신의 체형이다. 그의 키는 182㎝다. 다이어트에 힘을 쏟고 있는 그는 최근 “오늘도 주말 과식의 대가를 치르고 있습니다 ㅠㅠ 오늘은 탕슉이 땡기는군요 ㅠㅠ 언젠가는 꼭 먹고야 말 겁니다”라는 글을 띄웠다.
- ▲ 체중조절을 위해 정 부회장이 즐겨 먹는 닭가슴살 샐러드.
정 부회장은 체중조절을 위한 음식 사진을 자주 올린다. 신세계·이마트에서 구매한 닭가슴살 샐러드와 샌드위치가 주로 등장한다. “오늘 점심메뉴입니다. 두 개 정도 먹으면 딱 적당한 양입니다. 전 요즘 이거로 다엿(다이어트)합니다.” 그는 자신이 체중조절에 신경쓰고 있다는 사실을 숨기지 않는다.
그런 그에게 한 트위터리언이 메시지를 날렸다. “대표님. 예전에 분더샵 매장을 방문하여 남자 44사이즈(엑스스몰)는 나오지 않냐고 매장 직원분께 물어보니, 회장님 정도의 VIP가 아니면 안 된다는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옷을 사고 싶어도 그럴 수 없는 게 참으로 안타깝습니다.”
분더샵은 정 부회장의 여동생인 정유경 신세계 부사장이 신세계인터내셔널을 통해 국내에 도입한 명품 매장. 체구가 작은 이 트위터리언에게 정 부회장은 이런 답글을 남겼다. “저도 분더샵에서 옷 못 사입습니다. 제가 부탁해도 안 들어주더군요. 용기를 가지세요. 저보다 더 무서운 게 재고인가 봅니다. 한국에서는 저처럼 큰 사람은 아예 맞는 옷 구경도 못합니다.”
‘맞는 사이즈가 없다’고 하소연한 정 부회장은 분더샵이 제작·판매하는 맞춤 양복 브랜드 ‘비스포크’를 애용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비스포크는 최고급 원단을 사용하는 브랜드로 정장 한 벌 가격대가 195만~495만원이다. 비스포크의 구두는 한 켤레 가격이 1000만원을 오르내리는 명품이다. 처음 이 브랜드 구두를 사는 고객은 발의 본을 떠야 하는데 본 뜨는 데만 약 6개월, 신발 제작하는 데 약 4개월이 걸리기 때문에 이 신발을 신으려면 10개월을 기다려야 한다.
자동차
‘차가 작아보여요’ 지적에 “성인 3명, 개 두 마리 문제 없어요”
정 부회장이 몇 대의 자동차를 갖고 있는지는 트위터에 나타나지 않는다. 하지만 그중 한 대가 ‘피아트500’인 것은 확실하다. 한 트위터리언은 지난 9월 25일 이런 메시지를 남겼다. “대표님 어제 낮에 타신 차가 알파로메오였나요?”
정 부회장이 되물었다. “어디서 보셨나욤?”
트위터리언은 이렇게 말했다. “취향이 정말 좋으십니다 :)”
그러자 정 부회장이 자신이 그날 탔던 차종을 밝혔다. “그러셨구나 피아트500이에요.”
- ▲ 정 부회장의 자동차 중 하나인 피아트500.
피아트500은 피아트사의 대표적인 소형차다. 고유가의 여파로 유럽에서 선풍적 인기를 끈 이 모델은 유럽에서의 인기를 등에 업고 미국 진출을 노리고 있다. 피아트가 미국 판매용 피아트500 모델을 공개한 것은 지난 9월 15일. 깜찍한 모양의 이 차는 1.4리터 멀티에어 터보엔진에 140마력의 출력을 발휘, 소형차답지 않은 성능을 과시해 눈길을 끌었다. 정 부회장은 자신의 피아트500이 미국형 모델인지 유럽형 모델인지, 나아가 자신이 몇 대의 자동차를 갖고 있는지는 밝히지 않았다. 두 사람의 대화는 이렇게 이어졌다.
“정 부회장님이 피아트500 운전 가능하신가요? 차가 작지 않나요?^^ 꽉 차실 듯.”
“안은 생각보다 꽤 넓어요^^ 성인 3명에 개 두 마리 문제 없어요.”
“그렇게 많이 탈 수 있나요? 미니 쿠퍼와 비슷하게 봤는데 아니군요.^^”
공연·전시
유명 아티스트 초청 ‘하우스 뮤직’ 즐겨
정 부회장은 수준급의 피아노 연주실력을 갖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따금씩 공연 무대에 올라 월광소나타 같은 피아노곡을 즉석에서 연주한다고 한다. 그래서인지 그는 트위터를 통해서도 예술·공연에 큰 관심을 내보였다. 유명 아티스트를 초청해 집에서 연주를 듣는 ‘하우스 뮤직’도 즐기는 것으로 알려졌다.
추석 직후였던 지난 9월 27일 정 부회장의 트위터에 접속한 한 아티스트는 이런 메시지를 남겼다. “여기서 만나네요! 저는 이번 추석부터 트윗 시작했습니다. 다음 하우스뮤직은 언제?^^”
정 부회장이 답했다. “김 선생~ 안녕^^ 반가워요.. 한국인가요? 하우스뮤직 계획 한번 잡아볼게요. 필히 오셔서 좋은 연주 부탁해요.^^”
두 사람은 이튿날인 9월 28일 트위터에서 다시 만났다. 아티스트가 먼저 메시지를 남겼다. “그때 우리 만났던 바로 다음날 떠났다가 한국 돌아온 지 한 두어주 됐습니다. 갑작스러운 하우스뮤직 재밌었는데, 그날의 MVP는 당근 용진 형님이셨죠!^^”
아티스트의 칭찬에 정 부회장은 쑥스러운 듯 이렇게 답했다. “과찬이에요 ㅎㅎㅎ 나중에 시간되면 제 월광 한번 봐주세요.^^”
정 부회장은 “I’m at 예술의전당 한가람미술관” “영국 근대 회화전 왔습니다” 등 전시회와 관련된 글을 자주 올린다. 한 트위터리언이 정 부회장 트위터의 프로필 사진을 보고 “앗, 사진 바꾸셨네요. ^^ 배경은... 어디서 촬영하셨나요?”라고 물었을 때도 “예술의전당이요 ^^”라고 답했다. 그가 예술의전당을 즐겨 찾는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카메라
최고급 라이카S2·핫셀 503cwd 등 보유… “용산 가서 삽니다”
- ▲ 최고급 카메라 라이카S2. 보디 가격만 3900만원에 달한다.
정 부회장은 라이카S2, 라이카M9, 핫셀 503cwd, 콘탁스645, 콘탁스G2, Sony NEX-5 등 여러 대의 사진기를 갖고 있다. 라이카 S2는 최고급 카메라로 손꼽히는 라이카사(社)의 디지털카메라. d&shop, 11번가 등 인터넷 쇼핑몰엔 이 카메라 가격이 3900만원대로 나와있다. 70㎜ 렌즈를 끼우면 4400만원 정도 되는 고가품이다. 이 모델은 디지털카메라지만 필름 카메라의 특성을 그대로 갖고 있다. “디지털과 필름 카메라의 장점을 결합했다고 볼 수도 있지만, 거꾸로 두 가지의 단점을 다 갖고 있다고 볼 수도 있다”는 이유 때문에 현재 생산이 중단된 희귀 모델로 알려져 있다.
라이카M9은 라이카의 신형 디지털카메라로 보디만 950만원 선에서 거래되고 있다. 핫셀 503cwd는 단종된 모델로 시중에선 1600만원 선에서 거래된다고 한다. 콘탁스645 역시 단종된 모델로 80㎜ 렌즈를 끼우면 중상급 중고가가 300만원 안팎인 것으로 알려졌다. 콘탁스G2는 35㎜ 소형 필름카메라로 역시 단종된 모델이다. 이 중 정 부회장이 가장 아끼는 카메라는 콘탁스G2와 라이카M9이다.
정 부회장은 “카메라를 살 때 신세계 관련 쇼핑몰이나 인터넷 쇼핑몰을 이용하지 않고, 직접 용산으로 달려가 구매한다”고 했다. 그는 9월 24일 트위터에 올 초 새로 나온 신형 카메라를 구입한 뒤 이런 글을 띄웠다. “Sony NEX-5 구입했습니다. 예전 소니와는 확연히 다름을 느낍니다. 라이카나 콘탁스 렌즈마운트 하나 구입해야겠습니다.”
그러자 카메라에 관심이 있는 한 트위터리언이 곧바로 댓글을 띄웠다. “진정한 얼리어답터답습니다. 35㎜ 말구 미디움 포맷은 안 키우시나요? ㅋ”
그러자 정 부회장은 자신이 갖고 있는 미디움 포맷(120㎜ 이상의 필름을 사용하는 중형 카메라)을 소개했다. “콘탁스645하고 핫셀 503cwd하고 라이카S2 잘 키우고 있어요. ㅎㅎ”
이들의 대화를 본 다른 트위터리언이 끼어들었다. “아.. 소니는 그 푸른 색감 때문에 안 쓴 지 오래된 것 같아요 ㅋ 그래두 회장님이 이번 제품에 확신을 갖고 얘기해주시니 솔깃하네요 ㅎ 소니의 최고 장점인 광각렌즈 꼭 써보시길!!”
이 글에 대해 정 부회장은 “저랑 같으시네요 ㅎㅎㅎ 그래서 고민 많았는데... 예전 소니가 아니에요”라며 자신이 새로 산 소니 카메라를 칭찬했다.
그러자 카메라에 관심을 갖고 있는 것으로 보이는 여러 명의 트위터리언이 합류하면서 논쟁이 벌어졌다. 한 트위터리언이 “음! 전 콘탁스에 한 표!!! 어떠세용? 라이카는 부드럽지만 자칫 뿌연 느낌을 받을 수 있어서요”라고 말하자, 정 부회장은 “라이카는 뭔가 특별한 맛이 있답니다.. 전 라이카에 한 표 주겠습니다”라고 답했다.
그러자 다른 트위터리언이 가세했다. “저도 라이카m 시리즈, 울며 겨자 먹기로 rd1, 니콘d3, 펜탁스645, 하셀cw, ㅎㅎㅎ 전에 있다 처분한 린호프, 도둑맞은 contax g2, 에이고ㅠㅠ 정말 마눌님 눈치 엄청.. 소니 구입하신 특별한 이유? 아이폰4와 고민 중!”
이에 대해 정 부회장은 “사실 좋은 카메라는 찍고 휴대하기 어렵죠... ㅎㅎ 찍기 쉽고 휴대하기 쉬운 똑딱이를 원했는데 바로 이거더라구요 ㅎㅎ”라며 다시 새로 산 소니 카메라를 칭찬했다.
이 글을 본 트위터리언이 “공감! 저도 그런 맘으로 고려 중입니다. 라이카 어답터가 있나요? 그리고 구입은 온라인?”이란 글을 올렸다. 또 다른 트위터리언도 “당연한 질문인가 싶은데 대표님은 카메라처럼 가전제품 사실 때도 신세계 계열만 이용하세요?”라고 물었다. 이에 대해 정 부회장은 “아니요. 전 전자상가로 달려갑니다”라고 답했다.
다른 트위터리언은 정 부회장에게 “사용하면서 젤 아끼고 좋아하는 카메라가 뭔가요?”라고 물었다. 그러자 정 부회장은 “CONTAXG2, M9이요”라고 답했다.
“카메라 수집이 취미신가요 아님 사진이 취미신가요?^^”라고 묻는 다른 트위터리언의 질문에는 “ㅎㅎㅎ 사진보다는 기계가 좋은 거 같습니다”라고 했다.
애완동물
강아지 6마리 키워… “임신 성공” 등 근황 자주 실어
“강쥐(강아지)도 임신하면 입덧하나요? 몰리가 며칠 전부터 밥도 잘 안 먹고 구역질하네요.”
정 부회장의 트위터엔 강아지와 관련된 글이 많다. 6마리를 키우는 ‘애견가’로 소문난 그는 트위터에 마리(스탠더드 푸들), 몰리(스탠더드 푸들), 카이라(닥스훈트), 신샤(토이푸들) 등 애견 사진을 올렸다.
그와 가장 많은 시간을 보내는 강아지는 마리와 몰리. 이 둘은 그의 단골 카페인 커피지인, 그의 43번째 생일파티, 주말 드라이브에도 동참한다. 흰색 푸들인 마리는 최근 이마트 성인견 사료봉지의 모델이 됐다.
- ▲ 애견 몰리와 밥그릇(오른쪽). 한 트위터리언은 이 밥그릇이 프랑스제 고야드 제품이라고 주장했다.
정 부회장이 트위터에 올린 몰리의 사진 한쪽엔 애견 밥그릇이 찍혀 있다. 그러자 한 트위터리언이 이 밥그릇을 보고선 “고야드 제품”이라 주장했다. 고야드는 ‘프랑스의 마지막 명품’이라 불리는 수제가방 전문 브랜드. 전세계를 통틀어 매장이 12개밖에 없다는 유명 브랜드로 국내엔 갤러리아 명품관에 입점해 있다.
이 트위터리언은 한 케이블TV에서 방송한 고야드 화면과 고야드 홈페이지에 올라있는 화면, 그리고 정 부회장 트위터에 있는 애견 밥그릇 사진을 자신의 블로그에 나란히 올려놓은 뒤, 애견의 밥그릇은 접으면 가방 형태가 되고 밥그릇과 받침대를 분리할 수 있는 고야드 제품이라고 주장했다. 이 케이블TV는 고야드 밥그릇의 시중가가 190만원대라고 방송했다.
“몰리가 오늘 아침 천안으로 시집갔습니다 ㅠㅠ 저번에 시집간 데와 같은 곳인데 지참금을 반으로 줄여주네요^^ 될 때까지 반값만 내라는군요.”
“몰리로부터(?) 연락이 왔습니다 어제 첫 번째 교배 실패했답니다 ㅠㅠ 내일 다시 시도한답니다 잘되길 기원해주세요.”
“몰리 돌아왔어요 ^^ 교배는 충분(?)히 하고 돌아왔답니다 이제 20일 지나서 초음파 검사해보면 알 수 있답니다. 강쥐(강아지)가 좀 피곤해서 그런지... 가서 고생해서 그런지 예전만큼 생기가 없네여..ㅠㅠ”
“몰리 임신 성공했습니다 5마리랍니다. ^^”
9월 중순에 올린 정 부회장의 글은 ‘몰리’에 관한 것이 많다. 암컷인 그의 강아지를 교배시키고, 새끼를 갖는 과정을 끊임없이 올린 것. 이를 두고 한 팔로어가 “강아지 접붙이는 거 말고 좀 더 건설적이고 발전적인 이야기 많지 않나요? 님의 지위나 위치라면... 나도 암캐 키우고 있으며 동물을 사랑합니다”라고 지적했다.
그러자 정 부회장은 “저한테는 강쥐 멀리 떠나보낸 것도 관심사 중에 하나고 상당히 중요한 일 중에 하나랍니다. 그보다 건설적이거나 발전적인 거는 현재 시간엔 없네요 죄송”이라고 답했다. 그는 이어서 “개인적인 생각입니다만 트위터는 공적인 입장부터 개인적인 소소한 일들까지 전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관심 전부가 몰리는 아니에요 ㅎㅎ 몰리보다도 더 사사로운 일들까지도 트윗에선 다뤄질 수 있다는 말씀이지요”라고 덧붙였다.
미디어
이마트피자 기사에 높은 관심… 남성 패션지 ‘루엘’ 애독
식유통업에 종사하는 정 부회장은 이마트가 새로 시작한 ‘이마트 피자’와 코스트코 피자를 비교한 한 언론 기사에 높은 관심을 보였다. 그는 지난 9월 17일 “재밌는 기사네요”라며 관련 기사를 자신의 트위터에 연동시켰다.
일부 트위터리언은 이마트에서 피자를 판매하는 것에 대해 ‘영세 피자상인들을 배려하지 않은 대기업의 횡포’라고 비판했다. 이에 대해 정 부회장은 다른 트위터리언의 글을 리트윗(재전달)해 공감을 표했다. 그가 리트윗한 글은 이렇다. “동네 피자집 걱정하는 게 좌파 돌아이짓이라는 뜻으로 들리는 건 제가 문제인 건가. 소비자와 직접 소통도 좋지만, 기업을 자기 이념상 공격 대상으로 삼는 사람들(Stone+i)과의 설전은 그다지 보기 좋지 않네요.”
정 부회장이 좋아하는 매체는 루엘(Luel)이란 남성 패션 스타일지다. 그는 지난 9월 24일 이 잡지에 대해 “항상 보던 잡지인데 특히 이번달은 내용이 충실하네요. 더욱더 발전하길 기원합니다”라고 말했다. 한 트위터리언이 이 잡지 표지모델을 일컬으며 “근데 루엘에 만날 나오는 표지의 저 아저씨 누군지 아시나요? 일본잡지랑 방송에서 자주 나오는데 정체를 모르겠어요. 당최”라고 궁금해 하자 곧바로 “이번달 루엘에 그분에 대해서 자세히 설명되어 있네요 ㅎㅎ”라고 답했다. 이미 이 잡지를 다 읽었다는 얘기다.
정 부회장은 주변 사람들에게도 이 잡지를 추천한 것으로 보인다. 한 트위터리언은 9월 25일 “부회장님의 추천잡지 Luel을 사서 읽으며 산들바람 만끽 중”이라며 “그나저나 루엘엔 몹쓸 것들이 많네요(남자들이 좋아하는 비싼 물건)”라는 글을 올렸다. 그러자 정 부회장은 “몹쓸 것들 때문에 주부님들이 편하실 수도 있어요 ^^”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이 트위터리언은 “ㅋㅋ 네~ 남편도 몹쓸 것들이 삶을 풍요롭게 해 준다네요 ㅎㅎ”라고 답했다.
생일
“아, 벌써 43살… 기발한 생일케이크 만들어준 ㅅㅎ님 고마워”
- ▲ 정 부회장이 받은 생일축하 케이크.
정 부회장은 1968년 9월 19일생이다. 그는 지난 9월 19일 “아~~ 벌써 43살... 세월 빠르다... ㅠㅠ”라며 43번째 생일을 맞은 자신의 감상을 올린 뒤 “오늘 받은 생일케이크예요 ^^ 기발한 아이디어로 만들어준 ㅅㅎ님 고마워 ^^”라는 글을 추가로 띄웠다. 하지만 그는 ‘기발한 아이디어로 케이크를 만들어준 ㅅㅎ님’이 누구인지는 밝히지 않았다.
정 부회장이 이 메시지를 띄운 시각은 새벽 1시47분. 촛불을 불고 케이크를 자르는 생일 축하 이벤트가 이어졌음을 감안하면 이날 생일파티는 새벽까지 계속됐음을 엿볼 수 있다.
재미있는 것은 정 부회장의 지인 중에서 그와 같은 날 태어난 사람이 있다는 점. 정 부회장의 한 지인은 이튿날인 9월 20일 그에게 메시지를 보내 “생일이셨어요? 축하드립니다... 저도 어제 생일이었는데... ㅋㅋ”라고 말했다. 그러자 정 부회장은 “축하해 미역국은 먹었나”라며 자신과 생일이 같은 이 지인을 축하해줬다.
‘트위터 CEO’ 누구누구
두산 박용만 회장은 ‘이웃집 아저씨’…
드림위즈 이찬진 대표는 ‘무엇이든 물어보세요’
“이웃집 박씨 아저씨.”
트위터리언들은 두산인프라코어 박용만(55) 회장을 이렇게 부른다. 아침에 눈을 뜨면서부터 저녁에 잠들 때까지 쉴 새 없이 멘션을 날리는 것으로 유명한 그가 지금까지 트위터에 올린 글은 약 1만4005개(9월 30일 기준). 그의 팔로어는 7만7834명이다.
박 회장의 트위터엔 대기업 회장의 글이라고 보기 힘든 소탈함과 솔직함이 넘쳐난다. 그가 9월 마지막주에 올린 글은 이렇다. “낼 체면불구지랄 광형 응원의 밤을 보내려면 이만 자야겠슴다. 롯데팬들은 행복한 밤 되시고 곰돌이들은 푹 쉬세요.”
그의 트위터를 보면 다른 사람들이 하고 있는 평범한 고민을 대기업 회장도 마찬가지로 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건강검진 결과가 나왔는데 더 나빠지지 않은 것들이 희소식이고 구린 소식도 있다 ㅎㅎ 술 줄이고 살 빼면 문제들의 3분의 2는 해결할 수 있다니, 이 얼마나 다행이며 불행인가? 그걸 몰라서 안했겠냐구여어어ㅋㅋ.” 그를 팔로하는 트위터리언들은 “딱딱한 두산인프라코어의 이미지를 녹여내리는 데 한몫하고도 남는다”는 반응을 보였다.
IT기업 드림위즈의 이찬진(45) 대표이사도 막강 트위터리언이다. 박용만 회장의 트위터가 ‘인간 박용만’의 소소한 일상을 담고 있다면 이찬진 대표의 트위터는 전문적인 글로 가득하다. 회사에서 개발 중인 소프트웨어에 대한 소식이라든지, 프로그램과 관련된 팔로어들의 질문에 대해 마치 ‘무엇이든 물어보세요’처럼 일일이 댓글을 달며 설명해 준다. 최근엔 드림위즈에서 만든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에 대한 사용기와 업그레이드에 관련된 글을 많이 올린다. 그를 따르는 팔로어 수는 9만5277명(9월 30일 기준)이다.
이 대표는 정부와 국민이 트위터를 활용해 정책 이해와 소통할 것을 강조하기도 했다. 그는 지난 2월 방통위 강연에서 “소셜미디어를 활용할 경우 국가 정책에 대해 국민들의 막연한 오해나 반감을 해소할 수 있을 것”이라며 “소셜미디어 홍보를 통해 국민과 정부의 간격을 훨씬 좁힐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