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7월 30일 서울시 교육감 선거일, 천호동에 사는 유권자 A씨는 자녀들의 미래를 책임질 교육감을 뽑기 위해 가기 싫은 교회에 억지로 투표하러 가야만 했다. A씨는 “투표하고 나오는 복도엔 예수 믿으라는 글귀로 도배가 되어 있었고, 여러 신자들이 홍보물을 나눠주고 있었다”며 불쾌한 감정을 토로했다.
조계종 종교평화위원회(위원장 손안식)는 최근 서울시 교육감 선거 특정종교 투표소 설치 등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의 특정종교시설투표소 설치 및 운영에 대한 공식적인 반대 입장을 발표했다.
종평위는 8월 19일 한국불교역사문화기념관서 기자브리핑을 갖고 성명을 통해 “특정종교에 편중된 종교시설투표소 설치와 운영을 반대한다”며 “특정종교시설투표소에서 발생한 선교행위와 상징물이 그대로 들어나는 문제에 대해 관련자를 문책하고 중앙선관위 위원장은 공식사고와 함께 대책을 마련하라”고 강력히 촉구했다.
이어 종평위는 “선거관리위원법 제147조 2항에 의거해 중앙선관위는 종교시설투표소 운영하고 있으나 이는 헌법 제20조 2항의 정교분리 원칙에 위배된다”며 “다종교, 다문화 사회인 우리 사회를 배려하는 아름답고 성숙한 선거문화를 지향하라”고 충고했다.
이 같은 종평위의 입장은 그 동안 종교 형평성에 맞는 투표소 설치를 권고했던 과거와 다르다. ‘투표소 내부에 설치된 종교적 상징물이나 선전물을 가리거나 임시철거’ 등 종평위의 시정 요청에도 불구 중앙선관위가 이를 시정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중앙선관위의 계속된 종교시설 투표소 설치 및 운영에 종평위가 특정종교시설 투표소 설치를 반대하는 입장을 공식적으로 밝힌 것이다.
종평위 손안식 위원장은 “지난 대통령 선거와 18대 총선, 그리고 서울시 교육감 선거 때 중앙선관위에 종교시설 투표소 설치와 운영 시정을 수차례 요구했다”면서 “그러나 중앙선관위는 이를 시정하지 않았고 이젠 도저히 좌시할 수 없어 공식입장 표명에 나섰다”고 밝혔다.
향후 종평위는 각 지역 신도회와 사찰 신도회를 조직, 개편해 각 지역에서 일어나는 종교시설투표소 설치, 운영 등 종교편향 사례를 적극 취합해 대응해 나갈 방침이다.
한편 지난 7월 30일 실시된 서울시 교육감선의 투표소는 2189곳으로 이 가운데 317곳이 교회였으며, 투표소 7곳 중 1곳 꼴로 교회 투표소가 설치된 바 있다.
최호승 기자 sshoutoo@beopbo.com
다음은 종평위 성명서 전문.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의 특정종교에 편중된 중교시설투표소 설치·운영에 대한 우리의 입장
‘종교시설투표소 설치·운영에 반대한다’
대한민국의 헌법에는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며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 그리고, ‘국교가 인정되지 않는다’라고 분명히 명시되어 있다. 또한 국가인권위원회에서 “선관위가 특정 종교 시설 내에 투표소를 설치하고 이를 공고하게 되면, 유권자들은 자신의 의사와 상관없이 해당 투표소에서만 투표를 할 수 있다”며 “이는 투표소로 지정된 종교 시설에 종교상의 이유로 출입하기를 원하지 아니한 유권자로 하여금 투표 참여와 종교의 자유 간에 선택을 강제하는 결과를 낳는다”라고 지적하고 국가인권위원회에 권고한 사안에 대하여 본 위원회는 적극 찬성을 표하는 바이다.
중앙선관위에서 실시하는 종교시설투표소 운영에 대하여 선거관리위원회법 제147조 2항의 투표소 설치를 나름대로 편리하게 유권해석하여 종교시설투표소를 사용하고 있으나 이것은 헌법의 제20조 2항의 정교분리 원칙에 위배된다고 할 수 있다.
우리는 이 문제에 대하여 순리적이며 실질적으로 대응하기로 결정한 바에 따라,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특정종교성향이 없는 복지시설 등의 활용을 요청하고 자료를 제공하였으며, 귀 위원회에 국민을 배려하는 진정어린 결심을 요청하였으나, 예전에 조사했던 현황 내용과 별반 다름이 없고 조치내용이 변함없는 것에 대하여 본 위원회는 다시 한번 특정종교 투표소 운영에 대하여 단호한 입장을 확고히 하는 바이며 아래와 같이 요구한다.
- 아 래 -
-. 본 위원회는 특정종교시설에게 편중된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의 편향적 운영에 대하여 유감을 표하며 치기에는 반드시 시정되어야 한다.
-. 중앙선거관리위원회는 헌법에 명시된 국민의 기본권과 투표권 등 헌법정신과 제반법률 사항을 준수하고 국민들이 납득 할만한 내용으로 대책을 마련하여 시행하여야 한다.
-. 우리 사회의 다종교·다문화사회를 인정하여 특정종교만이 아닌 종교가 없거나 다른 종교를 믿는 국민들을 배려하고 아름답고 성숙한 선거문화 정착을 위하여 적극 홍보하고 노력하여야 한다.
2008년 8월 19일 대한불교조계종 종교평화위원회 위원장 손안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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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62호 [2008-08-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