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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PECIAL 여행자의 방
더욱 따뜻하게, 한결 아늑하게
남쪽의 방
한국관광공사 청사초롱 2019. 1+2 vol. 499
서울이 한파로 몸살을 앓고 있을 때 추위를 피해 발길을 돌린 곳은 순천과 여수다.
제아무리 동장군이 기세를 올린다 해도 남쪽은 남쪽이다.
햇살은 서울보다 조금 더 따뜻하고, 인심은 아주 많이 후하다.
여행자를 온기로 감싸는 남쪽 잠자리의 이야기다.
edit 박은경 write • photograph 문유선(여행작가)
‘여행자의 방’에서는 한국관광 품질인증제 인증 업소 가운데 엄선한 숙소를 소개합니다.
바구니호스텔
디자인 호스텔의 고급화를 이룬 순천의 자랑
단언컨대 대한민국 최고의 호스텔 - 바구니호스텔
여성 여행자에게 무엇이 필요한지 완벽히 이해하고 채비했다. 안전하고 아늑하다.
바구니 호스텔은 디자인 호스텔을 제대로 꾸미겠다는 취지로 건축한 만큼 빈틈이 없다. ‘담다, 드리다, 나누다’의 의미로 바구니라는 이름을 짓고 2016년 6월에 문을 열었다. 딱 들어맞는 구조와 그에 걸맞은 완벽한 서비스로 여행자의 마음을 사로잡는다. 여행을 많이 다니면서 본 호텔 운영진의 취향이 고스란히 묻어난다.
체크인 과정부터 독창적이다. 리셉션 벽면에 차곡차곡 걸린 바구니를 꺼내 수건과 코인을 담아준다. 두 사람이 동행하는 경우 제공하는 코인은 열 개. 코인으로는 생수, 휴족시간, 칫솔 세트, 컵라면, 햇반, 펜, 마스크 팩 등을 구입할 수 있다. 자전거, 망원경, 우산, 양산, 셀카 봉, 사진 프린트, 빨래 세탁과 건조 등도 코인을 사용해 대여하거나 이용할 수 있다. 여행자의 필요를 정확히 간파한 살뜰한 채비다. 코인으로는 아침을 먹고 1층 카페에서 커피도 마실 수 있다.
창이 많아 햇살이 잘 드는 건물 특징을 반영해 내부 물품의 대부분을 화이트와 옐로만 사용했다. 전체적으로 조화롭고, 정갈하고, 심플하다. 객실이 큰 편은 아니지만 층고가 높고 창 밖으로는 동천이 흐르고 시야를 가리는 건물이 없어 답답한 느낌은 전혀 없다. 1층에는 카페 겸 조식 레스토랑, 야외 정원, 리셉션, 2층은 여성 전용 공간, 3층은 가족과 남자 여행자를 위한 공간으로 꾸몄다.
2층 여성 전용 공간의 구성이 세심하다. 개인 샤워실과 화장실이 마련돼 있고 아늑한 분위기의 문화 교류 정보실과 주방 공간이 있다. 파우더 룸이 따로 마련된 점이 인상적이다. 한쪽 벽면을 가득 채운 커다란 거울과 세면대가 있고 화장과 머리 손질에 필요한 일회용품과 도구 등을 비치했다. 3층 역시 공용 부엌과 야외 테라스, 흡연실 등을 갖췄다.
더블, 싱글, 트윈룸과 복층 구조의 가족실, 도미토리 타입의 객실이 있다. 도미토리를 방 하나로 셈하면 총 객실은 10개, 52명까지 수용이 가능한 규모다. 순천역에서 도보로 이동이 가능한 구도심에 위치해 주변 관광지로 이동이 용이하다는 점도 강점이다.
조식은 시리얼, 식빵, 모닝빵, 에그 마요, 샐러드, 주스, 커피 등을 낸다. 체크인 시 받은 코인 세 개의 값(약 3000원)에 비해 과하게 알찬 수준이다. 설거지는 직접 해야 한다. 카페는 투숙객에 한해 공용 공간으로 이용이 가능하다. 음식물 반입이 자유롭다. 단, 술은 카페에서 판매하고 있으므로 반입이 불가하다.
INFO
전남 순천시 역전2길 4 / 061-745-8925 / www.bagunihostel.com
오후 4시 체크인, 오전 11시 체크아웃 / 트윈룸 8만원, 가족실 14만5000원, 도미토리 2만8000원
공용 부엌에서 취사 가능 주차 가능
체크인 7일 전까지 취소 시 100% 환불 / 자세한 사항은 홈페이지 확인
해룡성 고택
명당 터에 자리 잡은 고택. 후끈한 황토방에서 편안한 하루를 보내며 쉬고 싶다면 여기로
큰바람 비껴가는 명당 - 해룡성 고택
순천만 바로 옆이다. 이른 아침 새들의 합창에 마음이 벅차다.
홍래동 홍두마을 문씨 집성촌에 자리한 해룡성 고택은 10년 전부터 한옥 스테이로 손님을 받기 시작했다. 언덕에 자리한 고택은 올해로 243년이 됐다. 임진왜란 때 의병장을 지낸 문위세의 집이다. 풍수지리학적으로는 ‘평사낙안(平沙落雁)의 땅’이라고 한단다. 넓은 들에 기러기가 내려앉는 모양의 땅이라는 뜻이다. 풍수를 잘 몰라도 안온한 느낌이 드는 데는 이유가 있다. 왼쪽으로는 대숲, 오른쪽으로는 솔숲이 울창하다. 겨울 북서풍은 대숲이 막고, 여름 태풍은 솔숲이 막는다. 마당에는 가만가만 부는 샛바람만 갇힌다.
언덕에 자리한 고택이 대개 마을을 내려다보는 반면 이 집은 대문이 측면으로 나 있어 조금 더 은밀한 느낌이 든다. 집은 과함이 없다. 넓은 마당에 비해 아담한 규모로 승지원(조상의 뜻을 잇는다는 의미)을 중앙에 두고 동백, 매화, 모란, 진달래라는 이름이 붙은 방이 ‘ㄴ’자 모양으로 자리한 형태다. 마당에는 남도에서만 볼 수 있는 금목서와 비파나무를 비롯해 황칠나무, 유자나무, 보리수가 자란다. 승지원 앞에는 동백나무가 자라고 동백나무 곁에는 아홉 살 된 백구가 산다. 마당은 쑥밭이다. 손님이 오면 봄에 거둔 쑥을 말려 발효한 차를 우려낸다. 손님이 오기 전에는 쑥을 태워 방을 쑥 향기로 채운다. 쑥을 태우면 잡내가 없어지고 잡귀가 달아난다고 말하는 주인의 표정은 사뭇 진지하기도 하고 해맑기도 하다.
고택에 홀로 머물며 사부작사부작 재미로 일한다는 주인은 구들장 놓는 일에 심취해 있다. 마을 초입에 황토방을 만들어 투숙객을 초대해 차를 나누어 마시는 게 그의 커다란 낙이다. 조금만 앉아 있어도 피로가 말끔히 풀리는 느낌이 신기할 정도다.
겨울에는 광목, 여름에는 무명 이불을 덮고 푹 자고 개운하게 일어나면 주인장이 직접 끓인 녹두 백숙을 무료로 맛볼 수 있다.
INFO
전남 순천시 홍두길 136 / 010-4205-1110 / 오후 3시 체크인, 정오 체크아웃
승지원·동백 각 10만원, 매화·모란·진달래 각 6만원 / 취사 가능 주차 가능
체크인 7일 전까지 취소 시 100% 환불 / 자세한 사항은 전화 확인
여수 코모도 모텔
청결과 친절을 최우선으로 하는 모텔
햇살 잘 드는 넓은 방 - 여수 코모도 모텔
전 객실에 있는 전기장판, 이에 더해 햇살까지 방안 가득 드는 따뜻한 잠자리다.
10년 전부터 운영하던 모텔로, 지금의 주인이 인수한 게 올해로 4년이 됐다. 여수의 신도심인 여문문화길에 위치한 모텔로 공원, 식당, 상가 등 주변 인프라가 잘 구축돼 있는 게 강점이다.
4층이 없는 7층 건물로 일반실과 특실이 각각 한실과 양실로 나누어져 있고 총 객실은 24개다.
대개 어둡고 침침하기 마련인 복도에 볕이 잘 들어 산뜻하다. 특실 역시 볕이 잘 든다. 그리스 신전을 연상케 하는 크림 빛 기둥과 조각들이 내부를 장식했다. 넓은 방을 기둥이 구획해 침실과 거실이 분리된 공간처럼 느껴진다.
2012년 여수엑스포 우수 숙박업소로 지정된 바 있고, 이후 청결과 친절을 최우선으로 하는 서비스를 제공해 단골 고객이 많다. 회원제를 별도로 운영하며 회원에게는 예약 우선권을 혜택으로 준다.
조식은 없지만 프런트 데스크 앞 테이블에 비치된 녹차와 커피는 무료로 제공한다. 전 객실에는 전기장판을 비치했다.
INFO
전남 여수시 여문문화길 69 / 061-655-0011 / 오후 4시 체크인, 정오 체크아웃
일반실 4만원, 특실 5만원 취사 불가 주차 가능
체크인 7일 전까지 취소 시 100% 환불 / 자세한 사항은 전화 확인
힐 모텔
오래됐지만 정성을 다해 관리해 반질반질 윤이 나는 깨끗한 모텔
집에서 머무는 듯 아늑한 모텔 - 힐 모텔
인심 좋은 부부가 운영하는 모텔. 친척 어른을 뵌 듯 따뜻하다.
1998년, 숙박업을 염두에 두고 건축한 오래된 모텔이다. 살뜰한 안주인이 정갈하게 살림한 덕에 모텔 구석구석 윤이 난다. 시설은 오래됐지만 편안한 느낌이 드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무엇보다 따뜻하다. 주인은 여수 건물 중 가장 난방이 잘 되는 따뜻한 건물이라고 자부한다. 외벽이 두터운 덕에 외풍이 전혀 없어 전기장판이 필요 없다. 총 5층 건물에 1층부터 3층까지가 모텔이다. 위층은 모텔을 운영하는 부부가 기거하기 때문에 은근히 마음이 놓인다.
여러 차례 리모델링을 거쳤고 가장 최근 리모델링은 2년 전에 했다. 해외 유명 관광지의 사진을 실사로 재현한 벽지로 도배한 것이 인상적이다. 객실은 일반실과 특실을 각각 한실과 양실로 나누어 구성했고, 각 객실에 공기 청정기를 채비했다.
조식은 우유와 토스트를 프런트 데스크 앞에 마련된 공간에서 무료로 먹을 수 있고, 아침 8~9시 사이에는 요청할 경우 계란 프라이를 맛볼 수 있다. 주인이 침구를 직접 세탁한다. 깨끗하게 빨아 바삭하게 말려야 마음이 놓인다고. 세탁기 이용이 무료다. 치약과 칫솔은 프런트 데스크에서 요청하면 받을 수 있다.
INFO
전남 여수시 학동2길 15 / 061-683-5525 / 오후 1시 체크인, 정오 체크아웃
일반실 4만원, 특실 5만원 취사 불가 주차 가능
체크인 당일 정오 전까지 취소 시 100% 환불. / 자세한 사항은 전화 확인
Other
주변지
낙안읍성
유서 깊은 민속마을이다. 얕은 산들이 감싸 안은 분지에 사람들이 모여 살기 시작한 건 마한시대부터다. 조선 중기, 임경업이 개축한 1.4km 길이의 석성과 초가집들이 온전히 남아 있다. 이곳이 귀한 이유는 아직까지 마을을 지키는 사람들이 살고 있어서다.
둥그런 초가지붕이 옹기종기 모인 풍경에 사람의 온기까지 더해져 사계절 내내 아늑한 느낌이다. 겨울 풍경도 쓸쓸하지 않다. 감나무에 얼기설기 달린 붉은 까치 밥이 시리게 푸른 하늘을 수놓고, 탐스럽게 피어난 목화밭에서는 고양이가 낮잠을 잔다.
순천만 국가정원과 습지
한국 최고의 생태공원이다. 사람들은 정갈하게 가꿔진 정원에서 사색하고 자연이 오롯이 빛나는 습지에서 마음을 내려놓는다. 특히 습지는 세계 5대 연안습지 중 한 곳으로 세계적인 생태 관광지다. 겨울 순천만은 흑두루미 천지다. 순천시에서 순천만 자연생태공원에 농약을 사용하지 않고 벼를 재배하면서부터 하나 둘 모인 게 1000여 마리가 됐다. 해룡성 고택 주인장의 표현대로 ‘노는 짓이 예쁜 흑두루미’는 2월 말 3월 초까지 있다가 한국을 떠난다.
뿌리 깊은 나무 박물관
낙안읍성 바로 옆에 위치한 뿌리 깊은 나무 박물관은 잡지 ‘샘이 깊은 물’과 ‘뿌리 깊은 나무’를 발행한 한창기 선생이 그러모은 6500점의 유물을 전시한 시립 박물관이다. 한창기 선생은 낡고 투박한 멋이 나는 생활 소품과 문화유산에 깊은 애정을 갖고 보존과 전수에 일평생 헌신했다. 청동기부터 광복 이후까지 긴 시대를 망라한 토기, 백자, 청자, 민화, 목기, 민속 공예품, 불교 용구 등 볼거리가 많다.
한문과 한글이 섞여 쓰인 ‘정순왕후 국장 반차도’와 같은 중요 유물도 전시돼 있다.
여수 오동도
멀리서 보면 오동잎을 닮았다고 하여 오동도라는 이름이 붙은 여수 최고의 관광지다. 오동나무보다는 동백나무가 많다. 오동도에서 자생하는 동백나무가 약 3000그루인지라 동백섬으로도 불린다.
동백이 피는 시기는 1월부터 3월까지다. 섬을 잇는 방파제 길은 걸어서 15분. 겨울은 바닷바람이 차니 동백열차를 이용하는 게 좋겠다.
방파제 길은 한국의 아름다운 길 100선에 선정된 바 있다. 섬은 덱(deck)과 황톳길로 정비되어 있어 가볍게 산책하기 좋다.
대숲 사이로 이어지는 섬의 정상에는 전망대와 4D 체험관이 있다.
여수 아쿠아플라넷
해양생물의 유연하고 아름다운 움직임을 보고 있으면 영혼이 씻기는 기분이 든다. 찬란한 빛을 내며 둥둥 떠다니는 해파리, 아름다운 아메바, 거대하지만 귀여운 얼굴로 천진난만하게 공놀이에 열중하는 벨루가, 쏜살같이 헤엄쳐 다가오는 가오리와 상어 등. 이들의 터전인 신비한 바닷속 탐험을 두 발로 걸으며 할 수 있다는 게 신기하기만 하다.
오션라이프 메인 수조에서는 하루 5회 탭댄스, 탱고, 발레, 마술쇼를 아우르는 멀티플레이 퍼포먼스가 펼쳐진다. 최근 국내 최초로 매부리 바다거북 인공번식에 성공했다. 새끼손가락만 한 크기의 아기 거북이를 보고 싶다면 당장 달려가자. 입장 마감은 오후 6시다.
여행 Q레이터가 까다롭게 고른 여행자의 방
여행 Q레이터란
품질인증 숙소를 직접 체험하고 해석하여 생생하게 전달해주는 전문가를 의미합니다.
기분 좋은 따스함이 머무는 곳
경주 블루보트 게스트하우스
write 여행 Q레이터 김선아 skykimsuna@naver.com
INFO
경북 경주시 원화로 252-1 / 010-2188-9049 / blueboat-hostel.com/Gyeongju
도미토리 6인실 2만1000원, 4인실 2만4000원, 2인실 5만5000원,
트윈룸 5만8000원, 트리플룸 7만5000원
경주로 가는 기차를 기다리는데 전화가 왔다. 하루를 묵게 될 블루보트 게스트하우스 였다. 떠나기 전부터 친절한 안내를 받고 나니 어서 빨리 그곳에 가고 싶어졌다.
설렘으로 도착한 블루보트 게스트하우스의 첫인상은 꽤나 정감 있었다. 출입문을 열고 들어서자 모던한 분위기의 실내 인테리어가 한 눈에 들어왔다. 객실은 도미토리 2인·4인·6인실을 비롯해 트윈룸과 트리플룸을 갖추고 있었다.
우리는 도미토리 2인실을 예약했다. 객실 잠금 장치와 개인 사물함이 구비돼 있어 귀중품을 보관하기에 편리했다.
실컷 자고 일어나 공용 공간인 부엌에서 아침을 먹었다. 식빵과 잼, 달걀, 치즈, 시리얼과 우유, 커피가 정갈하게 놓여 있었다. 속을 든든하게 채우고는 거실에 앉아 여유를 부렸다. 아늑한 분위기에 마음을 빼앗겨 한동안 헤어나올 수 없었다.
억지로 몸을 일으켜 체크아웃을 하고 경주여행을 시작했다. 걸어서 15분 거리에 황리단 길이 있었다. 켜켜이 쌓인 세월의 흔적과 기분 좋은 에너지를 따라 구석구석 돌아다녔다.
어젯밤 꿀 잠 덕분인지 몸이 가벼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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