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망스런 수업전문성 제고방안
'지원' 쏙 빼고 '경쟁'만 조장…교총 “재정·인력 확충계획 내놔야”
교과부가 2일 발표한 ‘교원 수업전문성 제고방안’에 대해 일선 교육계가 “‘지원’은 쏙 빠지고 ‘경쟁’만 부추긴 실망스런 대책”이라며 반발하고 있다. 맞춤형 연수강화, 잡무 경감은 재정, 인력 확충계획도 제시하지 않으면서 교원평가 전면실시, 학교단위 성과급제 도입, 우수교사 인증제 확산만 나열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날 교과부는 △우수교사 양성·임용 △수업전문성 신장 지원 △수업전념 여건 조성 영역별로 3~5가지 세부방안을 제시했다. 우수교사 양성·방안으로는 교·사대 평가 및 행재정적 제재, 수업실연 위주 임용시험 개선, 복수전공자 임용 우대 등을 추진하기로 했다.
수업전문성 신장을 위해서는 내년에 교원능력개발평가를 전면 도입하고, 학교단위 성과급제 도입과 우수교사 인증제 확산에 나서기로 했다. 또 수업여건 조성과 관련해서는 교원과 행정인력이 담당할 업무를 분류하고 ‘국감자료공유 사이트’를 개설하는 한편, 교육청 소속 순회교사를 확대하기로 했다.
교과부의 이번 대책은 교원평가 시행의 전제조건으로 그간 교총 등 일선 교원들이 “수업에 전념할 수 있는 여건 마련과 연수 확대 등 실질적인 지원을 병행해야 한다”는 요구에 따른 것이다.
하지만 대책의 초점이 지원보다는 경쟁, 효율성에 맞춰져 있고, 기존 대책들을 재탕, 삼탕한 것이어서 실효성에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특히 전문성 신장의 핵심인 교원평가 결과에 따른 ‘맞춤형 연수’ 부분은 재정·인력 확충 계획이 전혀 없다.
수업지도·생활지도 2개 영역, 18개 평가지표 별로 교사 개인마다 장단점이 파악되면 이에 맞춤형 연수가 지금보다 더 짧은 연수주기로, 더 많은 인원에게 실시돼야 한다. 하지만 교과부는 그럴 의지가 없다. 이규석 학교교육지원본부장은 “현행 시도 차원의 연수를 맞춤형으로 개선하고 사이버 연수도 강화하겠다는 것”이라고만 말했다.
더욱이 맞춤형 연수는 ‘시도교육청의 예산, 교원수급을 고려해 시도가 결정’하도록 돼 있어 공염불에 그칠 가능성도 높다. 일선 교육청의 한 관계자는 “재정 악화로 내년도 사업예산이 50%이상 감축될 형편”이라며 “보통 교원연수비 등이 제일 먼저 삭감된다”고 말했다.
결국 교과부는 평가 우수자에 대한 학습연구년, 미흡자에 대한 집중연수만 부각시켜 경쟁만 부추기는 셈이다.
잡무 경감도 교원 직무분석에 따라 행정인력이 담당할 업무를 명확히 분류하겠다는 기존 방안들을 다시 꺼내 든 수준이다. 더욱이 보직교사나 정보화에 전문성을 갖춘 교사의 수업시수를 주당 10~12시간 이내로 줄여주고 행정업무를 전담케 하는 방안은 동료 교사의 수업부담만 높일 가능성이 높다. 그럼에도 이규석 본부장은 “행정보조요원을 더 배치하는 것은 경험상 성과가 없었다”며 인력 확충 계획은 없음을 분명히 했다.
오히려 교과부는 수업전념 여건조성에 학기별 2회 이상 전교사 수업공개 등 별 관계가 없는 방안을 끼워 넣어 빈축을 사고 있다.
이와 관련 교총은 즉각 입장을 내고 “교사만 변하라는 식의 대책은 결코 성공할 수 없다”며 “교원증원, 수업시수 감축 등 여건 개선 청사진을 제시하라”고 촉구했다. 이어 “연구년제와 집중연수 등을 교원평가와 연계하는 과열경쟁만을 초래할 것이며, 학교 성과급제도 지역별, 학교규모별로 편차가 심해 소외지역 교사만 불이익을 당할 소지가 크다”며 재고를 촉구했다.
학교성과급, 수업공개 의무화 추진
교총 “수업 잘하게 지원하는 방안 어딨나”
■수업전문성 제고방안 뭘 담았나
2일 교과부가 발표한 수업전문성 제고방안은 크게 △우수교사 양성·임용(3개 과제) △수업전문성 신장 지원(5개 과제) △수업 전념 여건 조성(4개 과제) 영역으로 나뉜다. 수업 잘하는 교사를 우대하는 교단 풍토를 조성한다는 게 취지다.
▲세부방안
우수 교사 양성·임용 영역은 △교원양성기관 평가 △수업능력 중심 교사임용 △복수전공 활성화가 주요 과제다.
2010년부터 교사대, 교직과정, 교육대학원을 평가해 우수 기관은 행·재정적 지원을 강화하고 부적합 기관은 정원감축, 학과폐지 등의 제제를 가할 방침이다.
수업중심으로 임용시험을 개선하기 위해 현재 10분 이내인 수업실연(3차 시험)을 20~30분으로 늘리고 배점도 10점씩 높이기로 했다. 1차 필기시험은 최종 합격점수에 산정하지 않고 1차 합격자를 가리는 점수로만 활용하고, 초등 2차 시험 논술형 평가 과목을 줄이기로 했다. 내년부터 준비된 시도부터 시행한다.
사범계학과, 교직과정 설치학과의 복수전공을 확대하고, 임용시험 3차 평가 시 복수전공자·부전공자를 우대할 방침이다. 현직교원에 부전공 자격연수(450시간) 등을 권장하고 교육대학원에 복수전공(50학점) 제도를 도입해 취득할 수 있도록 할 계획이다.
수업전문성 신장 지원을 위해서는 △교원평가 및 맞춤형 연수 실시로 전문성 지원 △학교단위 성과급제 도입 △우수교사인증제 확산을 추진한다.
현재 1570개 학교에서 시범 실시 중인 교원평가제는 내년 3월부터 전국 모든 학교로 확대, 시행된다. 우수 교원에게는 학습연구년 등 인센티브가 주어지고 미흡한 교원에게는 집중연수가 뒤따른다. 나머지 교사들은 영역, 지표별로 부족한 부분에 대해 교육감·교장이 계획을 세워 맞춤형 연수를 지원하도록 했다.
학교간 경쟁을 유도하기 위해 시도교육청 자율로 학교 단위 성과급제를 도입하도록 했다. 자체 성과급 범위 내에서 집단:개인 지급규모 및 산정비율을 달리 정할 수 있도록 했다.
현재 일부 시도가 도입한 우수교사 인증제를 더욱 확산시키기 위해 승진가산점 부여, 연구실적 평정점 부여, 연구비 지급 등 다양한 인세티브 부여 방안도 마련하기로 했다.
수업 전념 여건 조성과 관련해서는 △교내 행정업무처리체제 개편 △국감 등 자료요구 관련 업무경감 △순회교사 활성화 △수업공개 확대가 포함됐다.
전문성이 부족한 행정보조인력을 계속 확충하느니 교원과 행정인력이 분담할 업무를 정확히 분류하자는 방침이다. 이를 토대로 교감중심 행정전담팀을 구성하거나 행정실장 중심 행정전담팀을 구성하는 모형을 시범운영할 계획이다.
교감중심 전담팀 모형은 보직교사, 비담임교사, 교무보조요원으로 ‘교무행정전담팀’을 구성하고, 정보화 전문 교사와 전산보조요원으로 ‘정보화업무추진팀’을 구성해 잡무를 처리하자는 게 골자다. 팀 내 해당 교사는 주당 10~12시간 내로 수업을 경감해 주기로 했다.
반면 행정실 중심 전담팀은 △회계·시설관리팀 △교무행정지원팀(교무실, 과학실, 전산보조원, 공익요원)을 두는 시스템이다. 교과부는 내년부터 두 모형을 시범운영 할 계획이다.
국정감사 업무 부담 해소를 위해서는 ‘국감자료 공유사이트’를 개설해 반복 요구자료를 DB화 하기로 했다.
이밖에 교육청 소속 순회교사 배치를 확대하고, 모든 교사가 참여하는 학교 공개수업도 학기별로 2회 이상 실시하기로 했다.
▲교총 입장
교총은 2일 입장을 내고 “학급당학생수 감축, 교원 증원, 표준수업시수 마련 등 수업에 전념하기 위한 여건 개선에 대해서는 언급조차 없이 교사의 노력만 요구하고 있는 탁상행정의 전형”이라고 강력히 비판했다.
특히 “교원평가법이 국회서 통과되지 않은 시점에서 집중연수 등 평가결과 활용을 밝힌 것은 자칫 전문성 신장이라는 교원평가의 취지를 왜곡할 소지가 있다”며 "향후 교원단체 및 교직사회와의 협의가 절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와 관련 교총은 현장 교원 20여명으로 ‘현장중심교원평가특별위원회’를 구성해 곧 교원평가 대안을 마련, 정부의 적극적 검토와 수용을 촉구할 계획이다.
이와 관련 학습연구년제 도입도 “교원평가와 연계하기 보다는 ‘자율연수휴직’의 개념에서 출발해야 한다”고 밝혔다. 교총은 상벌개념의 인사연계가 아닌, 10년 이상 경력 교원에 대한 정성적 평가(경력 평가, 연구년 계획서, 학교발전 공로 등)를 거쳐 시도 교원의 3% 범위에서 연구년제를 도입할 것을 제시했다.
각론에서도 교총은 “교원평가의 인사·보수연계는 절대 반대한다”고 분명히 했다. 아울러 국회를 통한 법제화를 전면 시행의 전제조건으로 강조했다.
복수전공 활성화에 대해서는 “이는 미래형 교육과정 개편에 따라 수급 유연화 대책으로 전문성 신장과는 구분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학기별 2회 이상 수업공개 의무화 부분은 “수업공개 방안은 단위학교가 결정하도록 해야 한다”고 반대했다.
잡무경감과 관련해서는 현재 친박연대 정영희 의원이 추진 중인 ‘학교행정업무개선촉진법’ 제정을 촉구했다. 법안은 교과부 차관을 위원장으로 하는 ‘학교행정지원개선특위’를 설치해 △업무와 잡무의 구분 △행정지원요원의 선발·배치 등을 심의, 의결하도록 하는 게 골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