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업이라고? 완전 재미있는데?”
자연과 함께 살아온 사람들을 통해 단단하게 성장하는
도시 청년의 좌충우돌 시골 적응기
자연과 사람들의 이야기로 힐링을 선사했던 영화 「우드잡」의 원작 소설
미우라 시온은 신작을 발표할 때마다 새로운 인물을 창조해내고 흡인력 강한 스토리텔링 솜씨를 보여주는 작가이다. 저자는 이번엔 사람과 자연에 관한 이야기로 독자들을 찾아왔다. 이 소설은 도시 출신의 주인공 유키가 가무사리 마을에 임업 연수생으로 오면서 보낸 1년을 돌아보며 쓴 일기 형식의 소설로 주인공의 내면을 섬세하고 따뜻하게 묘사했다는 평을 받으며 2010년 서점대상 후보에 올랐다.
‘자연’이라는 진중함을 통해 성장하는 청년의 모습이 인상적인 성장소설로 저자의 따뜻한 필력이 돋보이는 작품이다. 저자는 요미우리 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실제로 외조부가 소설의 무대인 미에 현에서 임업에 종사해, 어렸을 때부터 100년 후에 팔릴 나무를 기르는 것은 어떤 일일까 생각하며 소설을 구상했다고 밝혔다. 무엇이든 손 뻗으면 얻을 수 있는 도시 생활과는 달리, 계절의 변화를 피부로 느낄 수 있는 자연에서의 소박한 생활과 개성 있는 캐릭터들이 어우러져서 매력적인 소설이다.
“내게도 언젠가 산에서 살고 산에서 죽고 싶다고 생각할 날이 올까요?
가무사리는 미에 현의 산속 마을로 이곳엔 임업에 종사하는 사람이 대부분이다. 100년 후에 팔릴 나무를 기르는 일을 하다 보니 이곳 사람들은 차분하고 한가해 보인다. 이들에겐 ‘나아나아’라는 특이한 말버릇이 있다. ‘천천히 혹은 한가로이’라는 뜻의 느긋한 말이다. 어느 말이든 ‘나아나아’가 붙으므로 약간 빈둥거리는 기분까지 든다. 유키는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담임선생님과 엄마의 계략으로 이곳에 연수생으로 오게 되었다.
휴대전화도 터지지 않는 불편함에 질려 탈출을 시도하지만 ‘이제야 가무사리에 젊은이가 왔다.’라고 눈물짓는 할아버지를 앞에 두고 돌아간다고 말할 수 없었다. 유키의 산에서의 생활은 그렇게 시작되었다. 유키는 그렇게 가무사리에 ‘붙잡혀’ 나무와 산에 대해 배워간다. 무엇보다 일을 배우며 사람들과 마음을 주고받고 동료로 인정받는 과정이 따뜻하고 감동적이다. 실종이나 축제를 소재로 산의 신비성을 독자에게 전하는 저자의 자연에 관한 감성, 공동체에 대한 친화성이 엿보인다. 또한 여운을 남기고 끝나는 유키의 로맨스도 이 소설의 큰 재미이다. 시종일관 읽으며 기분 좋게 웃을 수 있는 유쾌하고 감동적인 소설이다.
“저…… 나는, 유키입니다.” “꽃놀이 때 말했잖아.” 나오키가 대꾸했다. 그냥 지나쳐버릴 것만 같다. 무슨 말이라도 해야 할 텐데……. 당황했다. 나중이고 뭐고 없다. 안 돼. 머릿속이 어지러운 가운데 나도 모르게 입을 열었다. “나, 나랑 사귈래요?” “나, 좋아하는 남자 있어. 그럼 갈게.” 1초 만에 초전박살이 났다. 빨간 미등이 다리를 건너더니 어두운 밤의 산길로 멀어져갔다. --- p.166
변함없이 우뚝 솟아 있는 가무사리 산 정상이 빨간색으로 물들기 시작했다. 황금빛 이삭이 너울대는 논 위를 고추잠자리가 무리를 지어 날아다닌다. 개를 위해 어른들이 진지하게 연극 무대를 꾸미는 가무사리 마을이 갈수록 내 마음을 사로잡는다. --- p.252
가무사리 산은 마을 사람에게 신앙의 상징이다. 마음을 의탁할 수 있는 존재이며, 산에서 삶을 영위한다는 자부심의 징표다. 또한 말 그대로 ‘돈이 되는 나무’를 산출하는 대단히 중요한 보물이다. 가슴이 벅찼다. 머리를 들어 무성한 나뭇잎을 올려다보았다. 어디서 뻗어나갔는지 짐작도 할 수 없다. 바닥의 풀을 발끝으로 툭툭 밀어보았다. 이토록 훌륭한 숲이 작디작은 마을의 깊은 산속에 존재하다니 믿을 수 없었다. --- p.271
산은 매일 다른 얼굴을 보여준다. 나무는 삽시간에 성장하기도 하고 쇠퇴하기도 한다. 사소한 변화일지 몰라도 바로 그런 것을 놓치면 절대 좋은 나무로 자라지 않을뿐더러 산을 최선의 상태로 유지할 수 없다. 요키, 사장, 사부로 할아버지, 이와오 아저씨가 일하는 모습을 보며 그걸 깨달았다. 산에서 작은 변화를 찾아내는 건 엄청 기쁜 일이다. 나오키가 나를 보며 웃는 횟수가 조금씩 늘어나는 것을 느낄 때와 마찬가지로.
--- p.3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