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필문학 강석호 선생님 고요한 영면
일시:2018년 8월 30일 목요일 타계, 9월 1일 토요일 발인
장소:서울성모병원, 용인 평온의 숲
수필문학 회장이시며, 남편에게는 등단문단의 스승이신, 내게는 아버지 같은 강석호 선생님이 2018년 8월 30일 목요일에 서울강남성모병원에서 돌아가셨다. 그 비보를 받고 우리 부부는 큰 충격을 받았다. 얼마 전 7월 22일 양평 하계세미나에서 뵈었고, 그때 그리 빨리 떠나실 것 같지 않았기 때문이다. 행사 중에도 축사를 매우 유창하게, 씩씩하게 그리고 길게 하셨다. 행사를 마치고 나의 시집 <푸른 새벽 서정>을 드렸더니 '사인해 줘야지' 하셨다. '사인해 왔어요' 했더니 '응, 잘 했어' 하시며 아주 기쁘게 받으셨다. 나는 선생님을 부축해드리며 함께 걸어나왔다. 선생님은 거동이 불편하셔서 행사 때 만나며 종종 부축해드리곤 해왔다. 그럴 때마다 선생님은 참 좋아하셨다.
선생님은 남편의 수필집 <눈 속의 푸른 꽃>을 평설해 주신 고마운 분이시다. 작년 2017년 겨울 1월에 평촌의 선생님 댁으로 우리 부부가 찾아 갔을 때 매우 반갑게 맞아주셨다. 선생님께서 손수 사위가 외국에서 사왔다는 좋은 차라며 끓여주셨다. 그리고는 지나오신 인생 역정을 모두 말씀해주셨다. 교단을 떠나게 된 일, 불의에 참지 못하시는 성격으로 일찌기 교단을 떠나시고 기자, 출판사 등을 전전하시다가 수필문학을 창간하시고 지금까지 20년이 넘도록 운영해 오신 것이다. 나는 그런 선생님이 참 좋다. 나의 성찬경 스승님도 그리 곧은 분이셨고, 강석호 선생님도 그리 곧은 분이셔서 두 분 모두 내가 존경하는 문단의 어른이셨다. 성찬경 스승님이 갑자기 떠나신 것도 큰 충격이었는데 이번에도 갑자기 떠나신 강석호 선생님으로 인하여 큰 충격을 받았다.
우리 부부는 서울강남성모병원에 8월 31일 금요일 저녁 무렵 가서 문상을 하고, 성모병원 식당바닥에서 하룻밤을 지새우고 발인까지 함께 참여했다. 그렇게라도 해드려야 우리 부부의 마음이 편해서다. 평소에 선생님이 우리 부부를 참 많이 아껴주시고, 우리 부부의 글을 참 많이 좋아히시며 칭찬해 주셨다. 수필문학 세미나 때는 꼭 우리 부부를 함께 초청해주셨다. 내가 가지 않는 날에는 '왜 김윤자 시인 오지 않았느냐'고 하시며 찾곤 하셨단다. 작년 2017년 가을 강릉 세미나 때에는 우리 부부가 떡을 해서 수필문학 문우님들에게 대접해 드렸다. 그날 선생님은 내게 떡이 참 맛있다시며, 어떻게 했길래 떡이 이렇게 맛있느냐고, 다음에 또 해달라고 하셨다. 그런다고 했는데 선생님은 가셨다. 추억이 이리도 많은데 모두 남겨두고 가셨다. 캐나다 세미나, 뉴질랜드 호주 세미나, 북경장가계 세미나, 수많은 국내세미나에서 선생님과의 추억이 많은데 어찌 잊으라고 그냥두고 가셨단 말인가.
슬픔이 참으로 커서 선생님 문상중에도, 발인예배 중에도 용인에 모시면서도 나는 눈물이 강물처럼 흘렀다. 새우잠을 자면서도 선생님과 함께 일박이일 마지막 보낸 시간이 참으로 행복했다. 용인에는 잠시 계신단다. 화장하여 유골을 안장시켜드렸다. 나중에는 사모님과 하동 고향 선산으로 가신단다. 살아진 목숨이라고 선생님 앞에 서 있는 우리가 죄인이다. 여기 두고 떠나는 걸음도 죄인이다. 마지막 하직인사, 그동안 베풀어주신 사랑 고맙고 감사하다고 인사드리고 떠나왔다. 선생님을 기리는 시를 한 편 써서 아들인 수필문학 강병욱 부장에게 보냈다. 장례식 사진도 보내주었다. 매우 고마워하였다. 어찌 선생님에 대한 보답을 할지, 이 작은 일로 인해 내 마음이 조금이나마 편해지길 빌며 하는 것이다. 선생님 고이 잠드시고 저 세상에서는 아프지 마시길 빕니다.
용인 평온의 숲, 고요한 영면
-강석호 선생님을 여의옵고
김윤자
그렇게 가실 줄 알았으면
아프신 몸 한 번 더 부축해드릴 걸
그렇게 가실 줄 알았으면
떡이 참 맛있다 하실 때
더 맛있는 떡 한 번 더 해드릴 걸
어디 가야 다시 뵈올까
땅을 치고 대성통곡하면 살아오실까
강물처럼 눈물 흘려도
영정 속 성생님은 까닥 않으시고
평생 피땀으로 일궈오신 수필문학을
어찌 두고 가셨는지
해외세미나에서, 국내세미나에서
올곧게 엮어 오신 문학의 향기를
어찌 두고 가셨는지
그날의 고운 추억들을
어찌 잊으라고 다 놓고 가셨는지
그 길이 어떤 길인 줄 알고
천진하게 불길 속으로 들어가셨나요
그곳이 어떤 곳인 줄 알고
한 줌 재로 그 좁은 공간에 갇히셨나요
살아진 목숨이라고 선생님 앞에 서 있는
저희가 죄인입니다.
이제 고요히 영면하시었으니
더 이상 아프지 마시어요
괴로운 일, 슬픈 일 모두 떨구어내시고
선생님과 다시 만날 때는
씩씩한 걸음으로 호탕하게 웃으시며
활짝 마중 나오시어요
이 세상에서 마지막으로
서울성모병원에서 용인 평온의 숲까지
선생님과 함께 보낸 일박이일이
참 행복했노라고 두고두고 기억 할게요
마지막으로 드리는 하직인사
그 동안 베풀어주신 사랑 고맙고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