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티새들은 체 게바라를 모른다
이 건 청
칠레의 혁명군 대장 체 게바라가 죽은 후에도 티티새들은 그 숲에서 티티새들끼리 모여 살았다.
정부군 매복조의 AK소총이 일제히 불을 뿜는 총소리에 놀라 잠시 날아올랐을 뿐, 7발의 총탄에
벌집이 된 체 게바라가 지상을 아주 떠난 후에도 티티새들은 티티새들끼리 지저귀면서 맹그로브
나무 숲에 날개를 접었다. 빨치산 대장 체 게바라가 죽고 없는 밀림에서 티티새들은 알을 낳고 새
끼를 길렀다. 티티새들은 체 게바라를 모른다. 어째서, 의사였던 그가 청진기를 버리고 총을 잡았
는지, 반쯤 찢어진 포스터에 검은 윤곽으로만 남은 그가 아직도 뜨거운 불인지, 티티새들은 모른
다. 알 턱이 없다.
ㅡ시집『소금 창고에서 날아가는 노고지리』(서정시학, 2007)
...............................................................
지난 10월9일은 체 게바라 사후 51년 되는 날이었다. 1967년 10월8일 게릴라 활동 중 CIA 사주를 받은 볼리비아 정부군에 의해 체포되어 다음날 처형당했다. 그의 나이 서른아홉이었다. 그러나 체 게바라는 죽은 이후 오히려 살아있을 때보다 더 강렬한 혁명의 상징이 되었다. 자신이 옳다고 믿는 신념을 위해 초연히 죽을 수 있는 가장 인간다운 모습으로 사람들의 가슴 속에 살아남아 있다. 무엇보다 그는 휴머니스트이며 자기 자신을 이겨낸 진정한 혁명가였다. 사르트로는 그를 가리켜 '20세기 가장 완전한 인간'이라고 했다.
그는 ‘혁명의 불멸성’을 유언으로 남겼다. 그에게 혁명은 꿈이자 삶이었다. 사람에 대한 사랑, 신념, 정의감, 담대함, 헌신, 인간에 대한 관대함 없이는 진정한 혁명가가 되지 못한다. 그 혁명의 진정성만이 혁명을 성공으로 이끌고 불멸의 혁명으로 승화할 수 있는 것이다. 불꽃같은 삶을 살다 간 체 게바라는 그 자신의 말대로 불멸의 혁명가였다. 그는 쿠바혁명을 성공 시킨 후에 마땅히 누려도 될 정복자의 권리를 뿌리치고, 또 다른 혁명을 위해 볼리비아로 향했다. 그에게 있어서 혁명은 일시적 수단이 아니라 영원한 목적 그 자체였다.
체 게바라는 의학도로서 20대 중반까지는 새로운 것을 찾아 돌아다니기를 좋아하는 낭만적인 여행가였다고 그자신이 말했다. 그 여행을 통해 민중의 삶속으로 들어갈 수 있었고, 목격자가 되었으며, 그들의 아픔을 함께 느끼고 또 분노했다. 그것이 바로 혁명의 불씨였던 것이다. 26세에 제국주의자와 싸우기 위해 과테말라에서 처음 총을 들었고, 28세에 쿠바로 떠나는 혁명가들의 배를 탔으며, 드디어 31세에 쿠바 혁명을 성공시킨다. 32세에 중앙은행 총재가 되어 맨 먼저 한 일이 자신의 급료를 5천 페소에서 1천2백 페소로 낮춘 것이었다.
이에 놀란 쿠바의 자본가들은 허둥대며 모두 마이애미로 줄행랑 쳤고, 그는 사탕수수밭에서 노동자들과 함께 생활하며, 똑같이 먹고, 똑같이 입으며, 노동을 하면서 그들과 머리를 맞대고 ‘복지’를 고민했었다. 그가 중앙은행 총재직을 맡은 이유는 보상과 출세 때문이 아니라 미국의 경제적 침탈을 막아내기 위해서다. 게바라는 반자본주의자이고 반제국주의자이긴 하지만 공산주의자는 아니다. 1961년 쿠바 미사일사태 때는 코뮤니스트들을 소련의 허수아비라고 맹비난하였다. 카스트로와 틈이 벌어진 것도 바로 그 때문이고 결국 결별하고 만다.
그는 공산주의의 맹신과 독재를 배격했다. 그가 공산주의자로 분류된 건 냉전 체제하에서 미 제국주의와 대척점에 있었기에 미국으로부터 찍혔기 때문이다. 스스로의 이익보다 민중들의 이익을 늘 먼저 생각한 인간적이며 혁명적인 사람. 음악과 시를 사랑했던 시람, 브래드 피트와 장동건을 절반씩 닮아 뭇 여성들의 시선을 받아온 사람. 대학시절 그의 외모에 호감을 가졌던 여학생으로부터 '저렇게 엄청 잘생긴 미남이 혁명이나 빈민들의 삶에 무슨 관심이나 있겠어?'라며 지레 그의 정치성향을 ‘허위의식’으로 간주하여 차이기까지 하였다.
지금 쿠바는 그의 혁명공약대로 교육과 의료서비스, 문화수준은 선진국 못지않고, 그의 체취가 물씬한 혁명광장의 수도 하바나는 헤밍웨이가 즐겨 찾던 카페가 그대로 있으며, 그곳은 언제나 강물 같은 음악이 흐르고 있다. 새로운 세계질서에서 미국과도 화해를 했다. 쿠바와 미국의 수교 정상화에는 교황의 역할이 굉장히 컸다. ‘희망이 불어오기를 우리 모두 리얼리스트가 되자. 그러나 가슴 속에는 불가능한 꿈을 꾸자.’ 김정은도 체 게바라를 모르지 않으리라. 지구상의 마지막 냉전 상황을 겪고 있는 한반도에 평화의 물결이 넘실대도록 도울 수 있는 사람은 다 도와야겠다. 여태 모른 척 했던 ‘티티새’도 ‘체, 체’하며 지저귄다.
글 ; 권 순 진
첫댓글 영화로 보면서 참 슬펐기도 했지만 그의 빛나는 신념은 감동이었습니다...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