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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 10. 25, 랜덤하우스코리아
지난 10만년 동안 세 번에 걸친 빙하가 뉴욕을 깨끗이 벗겨낸 적이 있다. 탄소 연료에 대한 인류의 파우스트적 도박 때문에 대기가 돌이킬 수 없는 선을 넘어가지 않는 한, 급격한 온난화로 지구가 금성처럼 변해버리지 않는 한, 언젠가는 빙하가 다시 뉴욕을 청소해줄 것이다. 그러면 원숙해진 너도밤나무, 참나무, 물푸레나부, 거죽나무의 숲은 말끔히 사라져갈 것이다. 스태튼아일랜드의 매립지에 쌓여 있는 거대한 쓰레기 산더미 네 개는 끄떡도 않을 것 같던 PVC 플라스틱과 인간이 만든 것 중에 제일 오래가는 유리가 가루가 되면서 납작해질 것이다.
빙하가 물러나고 나면 빙퇴석과 그 밑의 여러 지층에 자연 상태에는 없던 붉은 금속이 광산처럼 묻혀 있을 것이다. 한태의 철사나 배관 등이 한데 쌓여 있다가 땅에 묻힌 것이다. 우리 다음에 올 도구 이용자들이 그것을 발굴하여 이용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때쯤이면 그것을 우리가 묻었다는 사실을 알려줄 만한 증거는 전혀 남아 있지 않을 것이다.
문제는 다른 종이 멸종할 때까지 결코 굽힐 줄 모르는 우리의 킬러 본능만이 아니다. 멈출 줄 모르는 탐욕의 본증도 문제. 이러한 본능 때문에 우리는 딱히 피해를 주려 한 것은 아니지만 다른 존재에게 필요한 무엇인가를 치명적으로 박탈해버리는 수가 있다. 하늘을 날아다니는 새들을 없애버리기 위해 새를 전부 총으로 쏘아죽일 필요는 없다. 둥지나 먹이를 일정 이상 빼앗아버리면 절로 떨어져 죽게 마련.
인간과 동물과 식물 사이의 균형이 처음으로 깨지기 시작한 것은 인간이 포획물 또는 상품이 되면서부터. 우리 친척인 침팬지와 마찬가지로 우리는 언제나 영토나 짝을 차지하기 위해 서로를 죽이며 살아왔다. 그러나 노예제도의 발흥으로 우리는 새로운 무엇, 즉 수출품으로 격하.
1952년 이스탄불의 인구는 100만명. 50여년이 지난 지금 이스탄불의 인구는 1500만. 인구 변화가 그 이전에 있었던 그리스, 로마, 비잔틴 정교, 십자군 카톨릭, 그리고 마침내 무슬림으로의 주도권 변화보다도 훨씬 더 큰 패러다임의 변동. 이전의 정복 문명들은 스스로를 위해 성소피아사원이나 블루모스크 같은 기념비적인 건축물을 세웠지만, 지금 유행하는 건축상의 표현은 이스탄불의 좁은 거리를 가득 메운 여러 층의 빌딩이 100만개가 넘음.
인간이 없어지고 나면 가장 혜택을 볼 것들 중 하나가 모기. 인간중심주의적 세계관은 인간의 피가 모기의 생존에 필수적이라는 생각을 하게 하지만, 사실 모기는 다양한 맛을 즐기는 미식가. 온혈 포유류뿐만 아니라 냉혈인 파충류, 새의 정맥에서도 빨아먹음. 인간이 없어진 세상에서는 무수한 어린 모기들이 살아남을 테고, 덕분에 모기 알과 유충을 먹는 많은 민물고기가 번성. 또한 모기는 피만 빨아먹는게 아니라 꽃의 꿀도 먹음. 수컷의 주식이 화밀이므로 가루받이 담당자로서 모기의 역할이 활발해져서 꽃이 만발.
지구 온난화가 계속 진행되든 해류 순환에 의한 한랭화가 진행되든, 어느 쪽이든 상대방에 의해 부분적으로 상쇄된다는 것이 일부 예측 모델의 설명이지만, 그렇게 인간이 없어진다면 기계로 꼼꼼히 관리되던 유럽의 농지에는 페스큐, 루핀, 엉겅퀴, 평지씨, 야생갓 같은 풀들이 자랄 것. 그리고 몇 십 년 안에 산성화된 밭에서 참나무가 크기 시작할 것.
지난 반세기에 걸쳐 세계인구가 두 배로 증가하는 동안 고양이 수는 훨씬 더 빨리 늘어났다. 미국 인구통계국의 애완동물 집계에서 1970~1990년 동안에만 미국의 고양이 수가 3,000만~6,000만으로 늘어남. 하지만 통계에는 도시에서 군집을 이루거나 숲을 지배하는 야생 고양이들까지 포함시켜야 함. 도둑 고양이가 1년에 28마리의 새를 죽임. 위스콘신 주에서 돌아다니는 약 200만 마리의 고양이들이 최소한 780만 마리, 많게는 2억 1,900만 마리의 새를 죽이는 것으로 추산.
전국적으로 따지면 수십억 마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