돼냥아치(클리앙)
2023-12-12 06:59:19 수정일 : 2023-12-12 07:04:42
어떤분이 관련 기사에 요즘 친구들은 겁이 없다 대담하다 이런 식으로 쓰셧길래, 답글이 좀 길어질까봐 제가 느낀 점을 좀 걍 글로 써보려고 해요.
먼저... 니주변에 죄다 그런 애들만 있는거 아니냐는 말을 먼저 방어하려고, 그냥 평범하게 학교생활 했어요. 정말 남들한테 상처 잘 받는 성격이고 겁 많고 신중한 성격이어서, 적어도 학교나 군대생활 할때는 제 생각이나 개성 드러내는거 최대한 자제하면서 아싸티, 또라이 티 안내고 정말 다 죽이고 살았어서 주변에 껄렁하거나 사고치고 이상한 애들, 아니면 소위 찐ㄸ 같은 애들 거의 없었어요.
제 생각 결론부터 이야기하자면, 특별함을 강요하거나, 특별함을 세뇌시키는 가정교육에서 시작된거라고 봅니다. 정말 이런게 심해요. 수능만 봐도요, 분명히 5등급만 맞으면 중간인데, 정작 진짜 수능 5등급 나오면 사람취급도 못받죠. 일단 10~20 프로 안에 못들면 낙오자라는 인식부터 깔고 가는거고, 저희 부모님 삼촌 세대는 어땟는지 모르겠는데 가정 분위기도 굉장히 비뚤어진 쪽으로 과도한 꿈을 꾸게 만든다거나 자존감이나 자존심을 불어넣는 식이라 느꼇구요. 이건 저도 그런 가정에서 자랐어서 그렇게 느끼는거 같아요. 저는 20대 이후 스스로를 세뇌시키듯 '난 아무것도 아니다, 난 특별하지 않다, 사람은 진짜 특별해야만 특별한 것이다, 평범하게 사는것도 자랑스럽고 나쁘지 않다' 라는걸 마치 주문 외우듯 스스로에게 재주입 하며 살아왔어요.
재밌는건 한국 사회가 특유의 눈치보기 문화도 또 엄청 강하다는거에요. 재밌는게 맨날 무슨 동기부여니 뭐니 하면서 특별해져라, 특별하지 않으면 죽는다, 너만의 아이덴티티를 찾아라, 남들과 똑같이 몰개성한 노동자로 살다 죽을것인가? 어쩌구저쩌구... ㅋㅋ 근데 정작 사람들은 패션이나 머리스타일 하나 개성을 못찾아요. (그나마 아주 그나마 근 1~2년 새에 좀 나아진듯?) 외국애들이 한국와서 놀라는 지점이 한국인들은 다 똑같이 하고다니는거고, 제가 반대로 외국 나가면 좋은게 사람들이 저한테 관심이 없고 이상하게 안 보는게 너무 좋았어요.
결국엔 손가락질 받지 않고 무조건 특별해질 수 있는 정식코스인 좋은 성적, 학벌은 무조건 그 수가 상대평가로 제한 되어있으니 딱히 특별한 능력도, 외모도, 성적도, 혹은 취미나 문화자본도 갖지 못한 세뇌받듯 자란 애들이 맹목적으로 좇을 수 있는게 돈 하나밖에 더 있을려나요. 지금 문득 생각이 드는데, 결국 특별해져야 하는 이유도 극도의 눈치보기 사회속에서 손가락질 받지 않기 위한 발악이 아닐까 하는 짠한 생각도...
하튼 그치만 또 걔들입장에선 나처럼 특별한 인간이 아무데서나 일하는 육체노동자로 살아가긴 싫고, 당장 인터넷만 쳐도 실제로 그렇게 힘들게 일하지 않고도 쉽게(쉬워 보이는거겠지만) 돈버는 방법들이 널렸고, 실제로 꽤 많은 애들이 "중소기업 혹은 현장직 같은 밑바닥에서 노동이나 하는건 바보" 라는 인식이 거의 정석처럼 깔려있구요. 그래서 저는 이런 부분에서 실제로 많은 청년세대가 노조나 노동환경 등등 공감을 못하는 부분도 크다고 느껴요. 스스로를 노동자나 노동계급이라는 인식 자체가 없고, 어쩔 수 없이 노동을 하더라도 미래의 자본가가 되기 위해 잠시 거쳐갈 뿐이라고 느끼는거요. 이게 실제로 몇번 얘기하고 보다보니, 좋게보면 무슨 미국 파이오니어 스러운 느낌이면서도, 계급의식 없이 다단계적인 무언가에 빠진 느낌으로 보여져서 굉장히 기괴했어요.
하튼 연애도 비슷한거 같구요. 여기서 좀 더 기괴함을 느꼇던 포인트는, 모든걸 돈이나 직장으로 환산하다 보니 분명 나정도 직장에 스펙에 집안에 충분한데 난 "이정도"는 만나야 하는데, 연애를 못할까, 모쏠일까 고민을 하다가 결국엔 분노가 터져서 여성혐오로 가는 케이스도 정말 기괴했구요. 제 주변 여자애들만 그런건진 모르겠는데... 돈, 직장, 능력보다 압도적으로 그사람 가치관이나 성격을 먼저 보거든요. 심지어 외모보다 인간적인걸 훨씬 많이 보구요. 아 이부분은 좀 논점에서 어긋났으려나... 제가 좀 의식의 흐름대로 수정없이 이야기해서요.
또 하나 제가 느끼는건 쿨찐 문화에요. 적어도 제 세대를 경계로 윗세대는 최소한의 정의나 올바름 같은걸 최소한은 추구했는데, 꼭 이런거에서 본인의 "특별함" "이성적임" 을 드러내기 좋아하는 친구들이 있죠. 이거 정말 할말 많은데, 정말 외모도 멀쩡하고 성격좋고 여태 참 호감이었던 애가 술한잔 하더니 자기 생각의 유니크함을 드러낸답시고 이태원 유족이나 노조, 전장연에 대해서 적대감을 드러내길래, 제가 제 논리를 구축해서 뭐 맞서 싸우는 능력이 있고 뭐 그런 성격은 아닌지라 그냥 외신이며 레딧 의견들이며, 국내외 전문가들 의견을 보여주는 식으로 했더니 저를 선동당하고 정치논리에 빠져있는 PC 패션좌파 사대주의자로 몰아가서... ㅋㅋㅋㅋ 매우 상처받고 실망했네요. 오히려 그런부분이 쟁점이 되는게 한국 정치논리에 빠져있는건데... 하....
근데요, 남의 생각 따라가는게 뭐 나쁜가요? 왜 자기가 제일 똑똑하다고 생각하고 그래야만 하죠. 우리가 갖고있는, 뭐 만약에 예를들어 그냥 김구선생님은 독립운동가 vs 김구는 테러리스트 이거만 봐도, 아무리 친일 극우 쪽에서 테러리스트라고 우겨댄다 한들, 내가 정말 한국 근현대사를 만약 잘 몰라, 그런다 한들 김구가 독립운동가라고 생각하는게 특별하지 못해서 뭐 남 생각이나 따르는건 아니죠. 굳이 그 둘 사이에서 뭘 알아보니 중립을 박니 균형을 잡으며 이성적인 척 하며 기껏해야 커뮤니티니 나무위키 글이나 보며 정보얻고 있는게 정말 머리 나쁜거죠 ㅋㅋㅋ 나보다 똑똑하고 훨씬 연구와 공부 많이 한 사람들을 통해서 검증되고 정제된 형태로 상식처럼 온걸 믿는게 그게 뭐 특별하지 않고 선동당한 뭐 그런거라고 생각들을 하는지...
참 하튼 제가 느끼는게 너무 많은데 정리도 잘 안되고.. 좀 하튼 많이 답답해서 괴로웠던 적도 많고 그랬네요. 아니 솔직히 너무 멀쩡한 애들도 하는 생각이 너무 찌질하고 찐따같아서 진짜 화난적도 많았어요. 문제는 이런 정말 찐... 스러운 그런것들이 무슨 인터넷에서 대다수 의견마냥 여겨지는 것들도 정말 많았구요. 이들은 스스로가 깨어있다고 생각해요. ㅋㅋㅋㅋ 심지어 이상한 펨코같은 인셀논리에 빠져사는 애들, 자기들이 남들보다 지능이 높고 깨어있는 남성이라고 생각해요. 하튼 제 생각은 인터넷에서 너무 넘치는 정보, 이상한 인터넷 커뮤니티식 사고방식, 가정교육... 뭐 이런것들이 뒤섞이고 뒤섞여서 생기는게 아닐까... 뭐 그래요 ㅠ 오늘은 진짜 의식의 흐름인데 나중에 혹시라도 시간되면 좀 정리해서 써보고 싶네요.
첫댓글 댓글 중---
파이랜드
노동혐오 세상이 되어버린거라고 생각합니다.
돼냥아치
@파이랜드님 ㅠㅠ 저도 노동자로 살기 싫어요. 벗어날 수만 있으면 벗어나고 싶구요... 근데 적어도 자본가 처럼 될 수 없는건 제가 꿈이 없는게 아니라 그냥 현실인거죠. 딱히 뭐 그쪽에 욕심도 없구요. 단순하자나요. 그만한 자본가가 아니면 노동자인건데.. 하튼 그냥 웃기잖아요. 행복하게 살고 싶다고 생각만 하는거만으로도 무슨 좌파가 되어버리는게
퐁팡핑요
노동에 대한 인식은 매스미디어의 잘못도 일부 있다고 봅니다. 그동안 노동의 가치를 폄훼하거나 안좋게 그리는 경향도 있었다고 보거든요. 그리고 SNS를 등에 업고 매스미디어에 가장 많이 노출된 세대가 현재 2030입니다. 따라서 앞으로 이 세대의 '인식 변화'는 관성적으로 그만큼의 '시간과 경험'이 축적되어야만 개선될 수 있다고 봅니다.
하지만 자본주의 사회에서 대다수는 노동자라는 사실은 변함이 없습니다.
노동자라는 지위에서 쉽게 벗어날 수 있다는 생각은 큰 오만입니다.
PearlCadillac
저는 글쓴분보단 쪼오금 나이가 많은데;;
제가 요새 들어온 직원들 행태들보고 이해가안가는 부분들이 있었는데
이글로 몇몇가지는 설명이 되네요.
특히나 노조에 대한 태도는 자기들은 노동자 아닌줄 알더라구요;;
좋은글 잘봤습니다!
아라굴드
극단적인 자본주의하에서 어차피 붕어빵 캐릭터를 찍어내는데도 불구하고 각 개인에게는 소비자로서의 욕망을 탑재시키고 뭐라도 될 수 있다고 사회에 대한 기대치를 높이게 만드는 거 같아요. 다들 주인공이 될수 있다는 착각을 하죠.
유럽의 얀테 뭐라는 룰처럼 각자가 남들에 비해 특별하지 않다는 생각을 주입하는 게 애들 기죽이는 것 같아서 우리 부모들한테는 맞지 않는 교육법일까요. 어차피 이 사회에서 누군가는 주연을 맡겠지만 대다수는 엑스트라일 것이고 역할도 의미가 있고 소중하다는 걸 아는 게 중요하제 않을까요. 주인공이고 싶은 욕망이 오천만에게 깃든다면 그건 혼돈일 겁니다.
그런 삐뚤어진 의미의 덜익은 독보적인 사상가들이 혼재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죠. 마이크 잡을 준비가 안된 사람들이 버젓이 스피커 행세를 하고 있는 현실이 그 주인공이 되고 싶은 욕망의 표현 아닌가 합니다.
버트
@아라굴드님 공감합니다. 얀테의 법칙은 진짜 받아들여야 하는 것 같습니다.
1. 당신이 특별하다고 생각하지 마라.
2. 당신이 남들보다 좋은 사람이라고 생각하지 마라.
3. 당신이 남들보다 똑똑하다고 생각하지 마라.
4. 당신이 남들보다 낫다고 생각하지 마라.
5. 당신이 남들보다 많이 안다고 생각하지 마라.
6. 당신이 남들보다 중요하다고 생각하지 마라.
7. 당신이 모든 일을 잘한다고 생각하지 마라.
8. 남들을 비웃지 마라.
9. 누군가 당신을 걱정하리라 생각하지 마라.
10. 남들에게 무엇이든 가르칠 수 있으리라 생각하지 마라
마을이
주입 받은 지식
주입 받은 가치관
주입 받은 재산 ...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걸 스스로 쟁취했다고
믿어 의심치 않는 고집
꼰대를 욕하지만
꼰대보다 더 꼰대가 되어버린 사고
어느 시대나 있어왔던 일부였지만
일부의 크기가 커져서 주류가 되어버린 탓에
눈에 확 띄고 있는 것 아닌가 그리 생각합니다.
다꾸
학력은 높아졌지만 상식은 부족하고
지식은 많아졌지만 판단력은 모자란다.
돈버는 법은 배웠지만 어떻게 살 것인가는 잊어버렸고
인생을 사는 시간은 늘어났지만
시간 속에 삶의 의미를 넣는 법은 상실했다.
는 말이 있죠.
지식은 나눌수 있지만 지혜는 스스로 득해야 하는것처럼
보고 들은건 많지만 생각하고 판단하는 것을 귀찮아 해서
생기는 현상이라 봅니다.
J.써니
저희 회사 20대들 애기를 들어보면 본인들이 회사에 나와서 하고 있는것이 노동이라는것 자체를 모르거나 인정을 안하더군요. 돈에는 어느 세대보다 미친듯 목을 메는것 같은데 그 돈을 장출하는 노동에 대해서는 경기를 일으키는것 같습니다.
연애도 제가 본것과 같으시네요.그분들한테서 정말 수십번 '저 정도면'을 들었습니다. 직장, 재산같은 물질적인 것이 이성의 호감을 사는 요소는 맞지만 그렇다고 그게 전부가 아닌데 이걸 못받아 들입니다. 나를 알아보지 못하는 애들이 잘못된 거고 그런 애들로 만든 세상이 잘못된거다 라고 하니까 이제 같이 밥먹을때 연애애기는 절대 안물어 봅니다. 피곤합니다.
MentalisT
젊은이들이 그렇게 된 것이 아니라, 사회가 그렇게 만드는 겁니다. 사람들을... 사회적 추세가 그런 쪽이다보니 아닌 사람들도 그런 식으로 물들 수 밖에 없구요. 그거를 한단어로 함축한 단어가 저는 '올려치기'라고 생각합니다. 항상 사람들이 위만 보고 사다리를 오르도록 강요하고 있어요. 그래야 사람들이 돈보다 다른 가치를 추구하지 않고 오로지 '돈'만 추구하게 되서 부려먹기 좋아지거든요. 다른 걸 다 희생해서라도 돈을 벌어야 하는 상황을 만들어 버리는 겁니다. 쉬고 싶어도 쉴 수 없게 만들어 버립니다. 문제는 그게 너무 극에 달하다 보니 일반적인 노동으로는 더 이상 이룰 수 없는 꿈 같은 게 되버린 게 바로 '내집마련'인거죠;; 그러니 승부수를 띄우는 사람도 많아지는 거구요. 나 때는 말이야.. 라는 말을 아무렇지 않게 하는 사람들은.. 지금 젊은이들의 세태를 몰라서 그러는 거죠. 이게 다 부모와 주변, 미디어로부터 받은 교육의 영향인 겁니다. 옛날에는 다들 똑같이 가난했어요. 그런데 딱 2세대 지난 지금은 부의 격차가 다들 많이 벌어져 있습니다. 그리고 사람들은 아무렇지도 않게 돈으로 가르는 계급대로 뭔가를 할려고 하는거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