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은 날의 후황*
서금숙
문을 쓱 밀고 들어온 청년
유리문을 연습 삼아 닦아주면 안 되겠냐고 했지
창업을 준비하고 있다면서
겨우내 쌓인 먼지가 짠해 보이는데
그냥 내버려두었지
처음엔 책임을 전가하는 것 같아 거절했었지
유리에 때를 없애주겠다는 간절함에 수락을 하고 말았지
칼로 스티커 자국을 긁어내고 워셔액을 뿌려
출입구 쪽 창문을 말끔하게 닦아낸
처음 솜씨에
내 맘까지 말끔해졌어
그런데, 투명한 뿔로 손님을 세게 들이받아
‘앗! 유리조심’이라고 써 놨지
날개를 달고 쓱 빠른 걸음으로 지나간 청년은
가게 전체를 투명하게 해주러 다시 오겠다고 했지
내가 갈망했던 더 높은 곳에 위치한
유리를 닦으려는 그의 행복을 기원했지만
난 후황을 쳐주지는 못했고 처진 빵을 나눠줬지
유리창은 아무리 깨끗이 닦여도
금방 먼지가 앉더군
유리를, 특정을 짓는 것들
닦는 사람에 의해 결정된 순간이야
난 더 이상 유리창을 깨끗이 닦기가 싫어졌어
유리 안에서 굳어버리긴 싫거든
깨끗한 물에 물고기가 살지 못하듯
투명한 유리창은 어항이고 난 죽어가는 물고기가 된 거야
숨어 있는 것들의 초상권을 지켜주면
유리를 박탈당한 느낌이 들지 않거든
썩은 내장을 전부 도려 내놓은 죽은 생선에게
넉넉하게 값을 쳐주는 후황을 여태껏 본 적 없어
*넉넉하게 받는 봉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