삽질을 하다 /김용언
꽃을 좋아하다 보니 삽질을 자주한다
채송화 씨앗도 뿌리고
백일홍과 과꽃 씨앗도 뿌렸다.
한 때는 바둑과 사진찍기를 좋아했고,
술과 여자를 좋아했고 그러면서 구름처럼 무너져 갔다.
채송화와 과꽃을 좋아하다보니 채송화 같은 여자를 삽질하였고
과꽃 같은 여자를 챙기다 보니 두 눈 딱 감고 과꽃 닮은 아내를
얻게 되었다.
올봄에도 구석구석 놀고 있는 땅의 잠을 깨웠다
예리한 삽날로 흙을 잘라서
곱게 펼친 후 꽃씨를 뿌렸다
채송화 같은 여자에게 삽날을 꽂던 몇 십 년 전의 살 냄새가
흙 갈피에서 솟는다
흙의 뽀얀 속살이 번쩍번쩍 눈을 뜬다
****우병택***
詩는 시인의 손을 떠나는 순간 시인의 것이 아니다.
그것은 고스란히 독자의 몫이기 때문이다.
김용언 시인의 시에서 '삽질'에 대한 이해가 다양할 수밖에 없는 것이
이런 이유 때문이다.
"시인은 독자들로 하여금 '고민'을 던질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
'시작 목적' 중 하나라고 밝힌 말에 바탕을 깔고 하는 말이다.
그래서 말인데,
'삽질'에 대한 무한 해석을 독자들의 상상력에 맡기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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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생
- 1946년, 평북 강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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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국대학교 국어국문학과 졸업. 국민대학교 대학원 국어국문학과 졸업
시문학으로 등단. (문덕수,김종길 선생 2회 추천) 국민대, 서울여대,
대전대 문창과에서 강의, 서울여자 간호대학 도서관장 역임.
(주)티에스 대표이사 역임. 시문학상, 평화문학상, 영랑문학 대상,
포스트문학대상 수상. 한국시문학회 회장 역임. 한국시문학회 시분과
역임. 현) 국제 펜 한국본부 이사, 국제 펜 한국본부 제 3회 세계한글작
가대회 조직위원. 사단법인 한국시인협회 이사장.
시집 :『돌과 바람과 고향』『숨겨둔 얼굴』『서남쪽의 끝』『너 더하기 나』
『휘청거리는 강』『사막 여행』『당나귀가 쓴 안경』『백양나무 숲』
『소리사냥』등.
첫댓글 학력 약력 경력 화려 하군요
하시고자 하는 꿈과 소망 진심으로 응원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