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는 웰빙의 시대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만큼 ‘웰빙’이 유행하고 있다. 어떤 상품이건 꾸밈말을 ‘웰빙’이라고 붙여놓으면 날개가 달린 듯 팔린다고 한다. 그럼 웰빙이란 무엇일까? “우아하게 잘 먹고 잘 사는 것”일까? 그런데 이 웰빙의 한 가운데에 자리 잡고 있는 건 ‘건강’이다. 이 최대의 화두 건강을 큰돈 들이지 않고 차지할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그 물음에 숯은 한 방법으로 각광받고 있다. 잘 먹고 잘 사는 웰빙 열풍 속에서 없어서는 안 될 물질로 떠오르는 것이다. 숯이 무엇이기에 피부과의원에서도 쉽게 고치지 못하는 아토피성피부염을 호전시키고, 사람의 삶에 여러 가지로 유익한 물질이라 평가 받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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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숯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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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 뉴스툰 |
숯이 미라를 만들다
신라를 세운 시조의 한 사람 박혁거세가 태어난 곳으로 추정되는 경주 나정(蘿井.사적 제245호)에는 탄축(炭築)흔적이 있다고 한다. 탄축은 땅을 다질 때 숯을 함께 넣어 벌레나 지렁이의 침입과 부패를 막는 기법이다. 탄축 흔적은 나정이 신성한 영역이었음을 암시하는 것이라는데 천년이 넘은 옛날에 이미 우리 조상들은 숯의 효능을 알고 있었던 것이다.
대전에서는 이장 작업 중 450여 년 전 조선 중기 때 미라가 온전한 상태로 발견돼 학계에 관심을 끌고 있는데 옷 속에 있는 솜이 흰색을 유지하고 있을 정도로 미라의 보존상태가 완벽하다고 전한다. 머리카락과 손톱, 발톱은 물론 치아까지 온전했고, 비단 관복과 시신을 덮은 그림이 그려진 명주도 훼손되지 않고 보존돼 있었다. 전문가들은 이러한 보존상태는 칠성판에 구멍을 뚫어 공기가 잘 통하고 관 밑에 숯을 깔아 썩는 것을 방지했기 때문으로 추정하고 있다고 한다.
다이아몬드와 숯은 형제사이라 한다. 보석의 꽃으로 불리는 다이아몬드도 결국은 숯과 뿌리가 같은 것이라는 얘기다. 색깔부터 정반대인 이것들은 공통점이 전혀 없어 보이지만 다이아몬드와 숯의 결정을 계속 쪼개다 보면 탄소라는 하나의 원자가 나온다. 그렇지만 다이아몬드를 구성하는 탄소 원자들은 육각형 형태가 입체적으로 결합돼 있어 그 상태가 매우 단단하지만 숯은 탄소 원자 구조가 무질서한 육각형으로 돼 있기 때문에 결이 거칠고 쉽게 부서지는 차이가 있다.
숯은 겉을 보면 시커먼 탄소 덩어리에 불과하다. 모르는 사람이 보면 그저 집어 던졌을만한 물건이다. 하지만 그 속은 무한한 신비함으로 가득 차 있다고 평가받는다. 숯은 나무를 태워 수분을 증발시킨 가벼운 탄소결정체로 성분은 탄소 90%, 수분 7%, 회분 3%로 이뤄져 있다.
숯의 가장 큰 특징은 내부가 엄청나게 많은 구멍으로 이루어졌으며, 이 구멍의 내부 넓이는 숯 1g 당 약 90평이나 된다고 한다. 이 공기구멍은 미생물이 자라기에 좋은 구조를 이루고, 이러한 미생물이 세균과 냄새를 흡착하게 된다.
숯의 또 다른 특징은 음이온을 많이 배출한다는 것이다. 도심 한복판, 공장지대, 쓰레기 소각장 근처 등은 양이온이 많아서 건강의 큰 적이 되고 있다. 하지만 숲이나 물가에는 음이온이 양이온보다 많아 상쾌한 느낌이 들며, 자율신경조절작용 등 여러 가지로 도움을 준다. 그런데 이 음이온이 숯에서 많이 방출된다는 얘기다.
숯은 크게 검탄(黔炭)과 백탄(白炭)이 있다. 나무토막을 가마에 넣고, 섭씨 400~700도로 구운 다음 그대로 꺼내서 식힌다. 그러면 재가 묻지 않아 검은색의 숯이 되는데 이것이 검탄이다. 백탄은 거의 구운 숯에 공기를 더 공급해서 온도를 1000도까지 올려 더 구운 다음 새빨간 상태로 바로 꺼내 탄재와 흙을 섞은 가루로 덮어 재빨리 식혀서 만든다.
높은 열을 가해 구운 백탄은 화력이 좋고, 불이 오래 가며, 미세한 구멍이 많아 흡착력이 강해 고기를 구울 때 많이 쓰지만 검탄은 부드럽고, 불이 잘 붙으며, 타다가 꺼지는 일이 적어 대장간에서 많이 사용했다.
이 외에 다 만든 숯에 600~900도의 수증기를 가하여 다시 열처리 과정을 거쳐 흡착력을 높인 활성탄(活性炭)도 있다. 백탄의 표면적이 90평 정도인데 반해 특수한 활성탄은 600평을 넘는 것도 있다고 한다. 이 활성탄은 색이 없고, 냄새가 없는 가루 형태로 만들어 탈취제, 흡착제로 사용하거나 방독면과 의학 용도로 쓴다.
숯은 예로부터 당뇨, 간질환, 위장병, 아토피성 피부염 등에 효과가 있는 것으로 알려졌으며, 노화를 방지하고 정력을 증강시키는 역 할도 있다고 전해진다. 이러한 숯을 물에 풀어 목욕을 하면 심장을 튼튼하게 해주며, 몸속의 독소를 제거해 피로회복과 신경통 완화에도 좋은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한방에서는 해독작용과 지혈제로도 쓰였다고 한다.
옛날부터 간장을 담글 땐 숯을 사용했다. 불 속에서 빨갛게 달군 숯덩이를 꺼내자마자 간장독 속에 집어넣는다. 살균과 냄새제거에 활용한 예인 것이다. 또 오래된 쌀로 밥을 지을 때 숯덩이를 넣어두면 묵은내가 없어진다고 하였다.
숯으로 여과해 만든 소주에 이어 숯으로 지은 쌀
현대에는 숯은 더 많은 곳에 활용되고 있다. 습도조절, 탈취, 정화 및 정수, 전자파 차폐, 가스흡착 및 신선도 유지 등 우리 생활 곳곳에서 요긴하게 쓰고 있다.
미국환경보호국(EPA)의 연구 결과 “새로 지은 콘크리트 집에 사는 것은 매일 담배 두 갑을 피우는 것과 같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그만큼 새집의 유해물질 노출은 심각할 정도다. 이에 숯은 그런 유해물질에 대응하는 효과적인 물질로 각광받고 있다.
주택 바닥재 ‘숯 마루판’ 이 나왔는가 하면 벽지 역시 숯이 첨가된 제품이 인기를 끌고 있다. 이는 시멘트 독성 해소는 물론 항균 및 항곰팡이 성능과 습도조절 능력이 우수하며, 사람 몸에 유익한 원적외선을 내보내고, 나무보다 열전도율이 높아 보온효과도 뛰어난 것으로 알려졌기 때문이다. 새집에 이사한 뒤로 아이들의 아토피성피부염이 너무나 심해져 많은 고통을 당한 사람들에게 숯은 더욱 가깝게 다가오는 듯하다.
숯으로 만든 구이판, 도마, 물통 등이 생활용품으로 선보이고 있으며, 숯가마 사우나는 몸에 상당히 좋다는 이야기가 퍼지면서 인기를 끌고 있다. 숯으로 염색한 원단을 사용한 속옷, 생활한복, 이불 등은 늘 우리가 숯의 효능을 받으며, 살아가도록 돕는다.
심지어 서울시는 이물질을 흡착하고, 살균을 해 정수처리과정상의 중금속이나 농약류 등의 유해물질을 제거하기 위해 수돗물에 숯가루인 ‘분말 활성탄’ 자동투입시설을 설치키로 했다.
또 진로는 국내 최초로 ‘대나무숯 여과공법’을 도입하여 잡미와 불순물을 제거한 소주를 내놓기도 했다. 그런가하면 숯을 이용해 지은 쌀이 나올 예정이다. 경기 파주시와 연천군에 230만 여 평 규모의 고품질 쌀 생산단지가 조성되는데 여기에는 농약이나 화학비료를 사용하지 않고, 숯과 유기질 비료 등을 사용한 친환경 농법을 적용 하게 된다고 한다.
쌀 제품에 이미 숯을 활용한 것도 나오고 있다. ‘고향내음 가득한 쌀’(전북 김제미)은 숯이 들어있는 포장지를 사용하는데 쌀을 다 먹고 난 이후에도 포장지를 제습제나 방취제 대용으로 사용할 수 있다. 이 쌀은 판매량이 205%나 신장한 것으로 나타날 만큼 인기가 있다.
최근 햄버거 등 패스트푸드를 먹지 않고 환경을 조절하면 아토피성피부염을 치료할 수 있다는 건강서 <아토피전쟁 1000일의 기록>(박정은 김영사)이 나와 관심을 끌고 있다. 글쓴이는 전문의료인이 아니라 어린 두 아들을 둔 주부인데 글쓴이가 강조하는 것을 보면 음식과 환경이다.
그는 두 아이가 심각한 아토피성피부염을 앓자 마당에서 직접 키운 무공해 채소와 과일, 생식을 먹이고, 이유식 등 모든 재료를 국산 유기농 제품으로만 선택했다고 한다. 이 과정에서 음식과 더불어 효과를 본 방법은 `숯`을 이용하는 것인데 숯을 가루로 만들어 들기름과 섞은 후 환부에 발라주고, 목욕물에 숯을 풀어 숯 목욕을 시켰으며, 숯가루를 생식과 함께 타서 먹이는 것도 좋은 효과를 봤다고 한다.
많은 돈 안 들이는 현명한 웰빙
흔히들 웰빙을 위해서 투 자하겠다고 말한다. 그래서 보양식을 찾아 나서고, 수십, 수백 만 원을 하는 운동기구, 백 만 원대의 정수기와 비데, 공기청정기를 설치하며, 공기 맑은 곳에 별장을 짓는다. 그거야 넉넉한 사람들 애기지 서민들에겐 먼 꿈같은 얘기다. 그리고 굳이 큰돈을 들여서 하는 웰빙이 무슨 가치가 있을까?
조상들의 슬기로움을 찾기만 해도 쉽게 웰빙에 다가갈 수 있지 않을까? 전통적인 의식주생활은 우리에게 건강을 확실하게 담보해주는 좋은 조건이다. 현미와 채식은 현대인들을 위협하는 성인병의 공포에서 벗어나게 하기에 충분할지도 모른다. 또 숯의 유용성도 그에 못지않을 것이다.
다만 일부에서 말하는 것처럼 숯도 역시 만병통치는 아니다. 다른 생활환경은 형편없는데 숯만 사용한다고 아픈 몸이 좋아지지는 않을 것이다. 좋은 먹거리 등 여러 생활환경과의 조화가 잘 이루어질 때 숯의 효능은 확실하게 드러난다.
김영조 오마이뉴스 기자 겸 푸른솔 겨레문화연구소장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