닉네임을 바꿨습니다. 원래는 "순수문학"이었다가 지금은 "전후시연구"가 되었고, [정이 많이 가는 캐릭터]가 원래는 현암이었지만 손민구 기자와 주기선생으로 바꾸었습니다.
작년 쯤이던가요. 오랜만에 퇴방으로 돌아와 환골탈태를 해볼 겸하여, 고딩 때부터 목표였던 작가-되기...그 중에서도 순수문학을 해보기, 를 계속 기억하려고 "순수문학"이라는 닉네임을 썼습니다. 다음daum을 잘 이용하지 않다보니 아무래도 발걸음은 더디겠지만, 그래도 가끔씩 들르면서 이 닉네임을 보고 지난 10여 년의 꿈을 생각하자, 였는데요. 순수문학은... 등단을 해야 작가로 인정을 받게 되죠. 그래서 학부도 문창과를 다녔던 것이고... 그러나 4학년인가 갑자기 동시대 한국문학에 대한 회의가 밀려왔고, 결국 모교를 떠나 타대학으로 자리를 옮겨 국문학을 연구하게 되었고... 이젠 창작보다는 연구가 더 몸에 맞는 옷처럼 좋아진 기분입니다. 동시대 한국문학에 대해선 이제 시시해졌지만 전쟁-전시와 전후-의 주제학은 한번 평생을 걸어 연구해볼 가치가 있겠다, 싶은 그런 생각이 들어서요. 닉네임을 저렇게 바꿨습니다.
그리고 손민구 기자에 왜 정이 동하냐면, 이 캐릭터가 성 빼고 이름이 저와 같습니다. 단지 그 이유...라기보단, 일단 아무 힘이 없는 보통사람이잖아요. 하지만 초치검 사건 때 이 인물은 스기노방의 독 중 해독약을 골라내기 위해, 자신의 몸을 실험체로 쓰는 희생을 보여줍니다. 결국 코에서 피를 쏟고 기절하지만... <퇴마록>을 어릴 때 읽으면서, 주인공들에게 더 눈길을 많이 주었었죠. 가공할 힘을 지녔음에도 자신의 신념을 지키고 남을 돕는 퇴마행의 여정이 작중 10여 년의 세월로 전해져왔으니까요. 하지만 요즘은 주변부의 인물들, 단역처럼 흘러가버린 인물들을 한번 생각해보고 있어요. 나랏자손인 자영은 어떻게 되었는가... 손민구 기자는 어떻게 되었는가... 박신부의 친구였던 법의학자 장창열 박사는 어떻게 되었는가 등... 이 보통 사람들에 대한 애착을 시도해보고 있어요. 능력자들은, 자기가 희생해도 금방 다른 사람들보다는 훨씬 치유와 회복이 빠르잖아요. 희생 자체는 모두가 숭고한 것이지만 그래도 약간씩 위계가 나눠진다고 생각이 듭니다.
주기선생은... 이상하게 애착이 가는 인물이에요. 그는 죽을 때 마치 만족스럽지 못한 자신이 거울에 비친 것처럼 현암을 밉살스럽게 대해온 것이 아닌가...하는 내면의 성찰을 하죠. 주기선생은 준후를 위해 목숨을 바치기 전까지, 의리나 순리보다는 돈을 위해서 살았고, 실리와 실익을 늘 추구했던 사람이고, 이기적이고, 자존심 강하고, 지기 싫어하고... 그런 사람이었죠. 그가 죽어가는 순간에 현암을 자신의 거울 이미지로 생각했듯이, 저도 비슷한 맥락에 있어요. 주기선생은 제가 가지지 않은 그런 자질들을 갖고 있으니까요. 전 돈을 위해 살지도 못하고, 실리와 실익을 추구하지도 않고, 나 자신에게만 이기적이고, 자존심이 약하고, 힘들면 그냥 잊어버리고 순응하는 편입니다. 한국에서 인문학을 한다는 것, 단순히 보여주기식이나 자격시험 통과를 위한 논문은 쓰지 않겠다는 다짐, 그러나 다른 사람들이 뭐라고 하면 금세 수그러드는, 그런 갈대 같은 삶을 살고 있는 것 같아요. 사실 사회를 살아가려면 주기선생처럼 사는 게, 막말로 먹고 살기엔 더 빠르겠죠...
추석이네요... 친척집에 가야 하나...
매년 불효하고 있습니다.
첫댓글 추석 명절 잘보내세요^^
퇴마록 외전이 그런 주변사람들을 위해 쓰여진책이라는데...
나이가 먹어서 그런지 재미가 읍어서ㅜㅜ
ㅋㅋ 어릴 때 보던 오리지널의 감동과 정서를 계속 지킬 거라 저도 <외전>을 볼 마음은 없습니다. 어릴 땐 <외전>이라는 게 언제 나오나 기대하고 그랬던 것 같긴 해요. 국내편-세계편-혼세편-말세편으로 이어지는 연속적인 시간에 기록되지 않은 다른 면들을 볼 수 있다는 여지 때문이었던 것 같은데, 요즘은 그냥 '구관이 명관'의 태도로 퇴마록을 기억해두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