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교수, 대학생, 영화감독, 종교인 이후 전교조 교사들까지 18일 이명박 정부의 국정 기조를 비판하는 시국선언문을 발표하자 교과부가 ‘징계’의 칼날을 빼들었다. 징계의 주요 근거는 시국선언이 ‘정치활동 금지’를 규정한 교원노조법 위반이자 공무원의 ‘품위’를 손상하는 집단행위에 해당한다는 것이다.
▲ 민주주의의 후퇴를 우려하는 시국선언이 전국 각계각층으로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18일 오전 서울 덕수궁 대한문 앞에서 전국교직원노동조합 회원들이 시국선언 기자회견을 열고 이명박 정부의 국정 운영 변화와 민주주의 회복을 촉구하며 구호를 외치고 있다. ⓒ오마이뉴스 유성호 기자
그렇다면, 시국선언에 참여했던 국립대학교 교수들의 경우는 어떨까? 서울대 교수 124명은 지난 3일 이명박 정부의 국정기조를 비판하는 시국선언을 발표했고 이후 강원대, 부산대, 충남대, 충북대, 전남대 등 국립대 교수의 시국선언도 이어졌다.
하지만 교과부는 같은 교육공무원인 국립대 교수들에 대해서는 아무런 말이 없다. 그 이유는 현행 정당법에 교사와 달리 교수의 정치활동이 허용돼있기 때문이다.
2004년 3월25일 헌법재판소는 ‘교사의 정당가입이나 선거운동이 금지돼 정치적 기본권을 침해받고 있다’며 중학교 교사 윤아무개씨 등 2명이 낸 헌법소원에서 전원일치 의견으로 기각 결정을 내리며 “현행 교육관련법에는 학문연구를 전담할 수도 있는 대학 교원과 달리 초·중등 교사는 기초지식 전달 등 학생 교육만 가능하도록 양쪽의 직무를 달리 규정하고 있다. 양쪽의 직무 본질과 근무형태, 자격기준 등이 다른 점을 고려할때 대학교원(전임강사 이상)에게만 정치활동을 허용한 것은 합리적 차별”이라고 밝힌 바 있다.
이처럼 교수-교사에 대한 정치활동 차별이 ‘합리적’인 것으로 받아들여지게 된 이유는 무엇일까?
▲ 18일자 동아일보 1면
이는 심지연 경남대 정외과 교수가 2004년 3월 30일 조선일보에 기고한 <교수와 교사, 법앞에 불평등> 칼럼에서 확인할 수 있다. 심 교수에 따르면, 교사와 달리 교수의 정치활동이 허용된 것은 1980년 신군부가 대학교수들을 동원해 그들의 집권을 합리화하기 위한 것이었다.
심 교수는 해당 글에서 헌재 결정에 대해 “신군부의 의도대로 개정된 정당법이 그대로 남아 교사의 정치활동을 제한하고 있다. 헌재의 이러한 결정은 12·12사태를 일으켰던 신군부의 논리를 그대로 수용한 것이어서 적지 않은 아쉬움이 남는다”며 “이제야말로 원점에서 이를 재검토할 때가 됐다”고 주
장했다.
심 교수는 “1980년 12월 1일 신군부는 공정성과 중립성을 이유로 교사의 정당가입을 금지시켰으면서도, 교수는 이 조항에서 제외한다는 예외규정을 둔 정당법 시행령을 공포했다. 이들은 교사의 정당가입은 중립성 면에서 문제가 생길 수 있지만, 대부분의 피교육자가 20세에 달하는 학생으로 구성된 대학의 교수는 별 문제가 없다는 논리를 폈다”며“일정 기간이 지나, 민도(民度)가 향상되면 고등학교 교사까지도 (정당가입 등을) 허용하는 방식으로 신축성 있게 운영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며, 단계적으로 확대할 방침이라고 밝혔다”고 설명했다.
심 교수는 “그러나 교사의 정치활동 허용 논의는 더이상 진전되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신군부가 주도하는 정당에 상당수의 교수들이 참여한 것을 보면 이는 교수를 동원하기 위한 의도에서 나온 것임을 알 수 있다”며 “헌재의 결정은 사회적 신분에 따른 정치적 차별을 그대로 두는, 일반의 상식으로는 이해하기 어려운 결정이라는 느낌을 떨칠 수 없다”고 주장했다.
결국, 신군부의 독재를 합리화하기 위해 만들어진 교사-교수에 대한 차별적 정치활동 허용이 30년 가까운 세월이 흐른 지금까지도 교사들의 목을 죄고 있다는 얘기다.
경기도의 한 중학교 교사 박모씨는 “현행 정당법에서 교사들의 정치활동을 금지하고 있긴 하지만 헌법에 따르면, 모든 국민에게는 표현의 자유가 있지 않느냐. 하위법에 대해 상위법이 우선하듯이 교사들의 표현의 자유도 존중받아야 한다고 본다”며 “시국선언에 참여했다고 해서 교사의 품위가 손상됐다는 것은 터무니없는 주장이다. 학교에서 학생들에게는 적극적으로 사회에 대해 발언하고 참여하라고 가르치는데 정작 교사는 그 정도의 정치적 의사도 표현해선 안 된다는 것인지 이해가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한 사회에서 살아가는 개인이 온전한 정치적 중립을 유지하는 것이 과연 가능하며, 옳은 것이라 할 수 있을까. 게다가 시민으로서 정치적 의사 표현 정도에 불과한 시국선언 참여를 ‘정치활동’으로 보는 것도 무리가 있다.
과연 교과부가 원하는 ‘품위’있는 교사상은 어떤 것인가. 세상사에 담을 쌓고, 교과부가 정해준 교육과정대로만 학생들을 가르치는 로봇? 공안정국이 이어져도 그저 침묵만 지키는 비겁자?
2006년 8월 한겨레21 기사 <국가공무원법을 정말 해쳤을까>(김진 변호사)에 따르면, 교육공무원에게 요구되는 ‘품위’란 “국민에 대한 교육자로서의 직책을 맡아 수행해나가기에 손색이 없는 인품”(대법원 2000년 6월9일 선고 98두16613판결 등)을 의미한다.
시국선언 교사들에게서 이같은 ‘품위’를 읽어내지 못하는 건 정작 품위가 뭔지조차 알지 못 하는 교육 당국밖엔 없는 게 아닐까.
첫댓글 아침뉴스에.. 시국선언한 88명 교사들 해임조치 한다고 하던데.. .. ㅠㅠ 맘이 너무 아픕니다.
벙어리 .눈봉사 .귀먹어리. 지금은 초장이지만 3년반이면 진짜 눈봉사입니다,
정말 심하네요.. 성희롱, 성폭력 교사는 해임조치되지 않았는데 시국선언했다고 해임조치라니요.. 정말 기가 막힙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