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면面에서 자라는 것들 3 / 최병호 시인
대화역에서 열차에 올라타지 못하는 사람들은 주말 플랫폼을 어지럽히고 있다 웅성거림은 불규칙한 선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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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면面에서 자라는 것들 3 / 최병호 시인|작성자 시산맥
대화역에서 열차에 올라타지 못하는 사람들은
주말 플랫폼을 어지럽히고 있다
웅성거림은 불규칙한 선에서 시작하는지
데시벨에 비례해서 마음들을 실어 나르는데
어느 순간 사람들은 보이지 않네
이상하다
주말이라 사람들은 갈 길을 접고
잠시 카페에 들르고 싶었던 게로군
주말은 왜 이렇게 여분처럼 아름다운 것일까
열차도 버리고 다른 길로 빠져드는 사람들
토요일만 가능한 일이지
반대편 플랫폼 빼곡히 자리를 차지한 사람들
말해주지 말아야지
누군가 멍청하게 건너편에서 허탕을 치고 있다면
아까 펼쳤던 시집의 페이지가 어디였더라
'전주'였나 '부고'*였나
때마침 열차는 출발하고
다시 시집을 펼치면 되겠지
어느 틈에 지상 구간을 달리는 열차에서
암호 같은 말들을 내뱉던 소녀들은 자꾸 표정이 밝아지고
다시 시집을 펼치지 못하네
창릉천에서 작은 꽃들의 풀냄새를 맡으며 맞을 일인데
시속 80km의 속도 위에서 잠시 봄은 지나가고
오늘 종각역에서 읽기로 한 시가 뭐였더라
이렇게 맞아도 될까
봄은
*최지은 『봄밤이 끝나가요 때마침 시는 너무 짧고요』
-최병호 시인
2021년 열린시학 등단. 『웹진시산맥』 편집장.
첫댓글 아유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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