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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넓이가 몇천리가 되는 새,대붕(大鵬)
요즘 BTS나 걸그룹 등 한류가 세계 문화계를 강타하고 있어서 참 놀랍습니다. 그런데 BTS의 가사나 개인들의 캐릭터에 세계 청소년들의 마음을 ‘깊이’ 사로잡을 수 있는 ‘세계관’이 입혀져 있다는걸 아시는지요? 요즘 걸그룹들에게도 독특한 세계관을 바탕으로 가치체계 행동양식을 스토리텔링으로 만들어 전파하는 게 대세라는 것도 말이죠.
방탄소년단은 '학교 3부작', '청춘 2부작'에 이어 '러브 유어셀프(LOVE YOURSELF) 3부작'으로 자신들만의 이야기와 메시지를 펼쳐나갔습니다. 글로벌차원의 공감대를 이끌 수 있는 보편적 메시지를 설정하여 치밀한 스토리텔링과 음악의 색깔 구성원의 캐릭터 설정들에 대한 ‘계획’이 있다는 게 많은 이들의 주목을 받고 있습니다.
그렇습니다. 음악 뿐이 아닙니다. 세계적으로 양극화가 심화되고 인구문제, 식량문제, 기후문제, 전염병문제가 복합적으로 동시다발적으로 인류를 위협하는 현 시대는 분명 문명의 큰 전환기입니다. 코로나 바이러스의 팬데믹(pandemic,세계적 대유행) 과 경제적 패닉(panic,대공황)조짐은 그 서막에 불과하다고 볼 수 있습니다.
그런 점에서 지난 인류사의 세계관적 전환을 '메타포' (비유, 유사한 논법)삼아 또 '모티브'(동기,계기) 로 활용해보는 것도 유의미하다는 생각입니다.
철학,과학을 포함한 모든 학문은 역사성을 갖습니다. 두가지 면에서 그렇습니다.
첫째는 학문은 시대환경의 산물입니다.
전쟁 혁명이 일어나거나 환경재앙,전염병, 과학기술의 비약적 발전 등, 사회변동이 일어나면 사람들의 삶의 양식과 의식이 바뀌고, 뒤이어 관심사가 바뀌고 해결해야할 문제(아젠다)가 바뀌게 됩니다.마치 이번 코로나바이러스사태가 사람들의 생활과 의식, 관심사, 해결해야할 문제들을 바꾸고 있는 것처럼 말입니다. 코로나사태 이후에도 모든 학문이 많이 바뀌게 될 것입니다. 국제정치학, 생물학, 사회학, 경영학 등 모든 분야의 학문에 큰 변화가 올 것입니다.
둘째는 학문은 역사적으로 축적된 기존학문을 섭취하거나 비판하면서 전개됩니다.
기존학문의 연장선 위에서 기존학문을 계승하기도 하고 종합하기도 하고 부정하기도 하면서발전합니다. 그러다 가끔은 기존의 학문을 근본적으로 부정하고 사유의 높이와 차원을 크게 높이는 전환이 일어나기도 합니다. 새로운 철학, 과학의 전환은 새로운 세계관의 제시로부터 시작합니다.
다시 원래 자리로 돌아가서 그럼 장자는 어떤 면에서 기존의 사유와 근본적으로 다른 전환을 이루어 낸 것일까요? 장자를 들여다보기에 앞서 세계에 대한 다른 사유방식을 몇가지 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먼저 기독교의 세계관을 보도록 하겠습니다. 기독교는 매우 명쾌합니다.
‘세상은 하나님이 무(無)에서 창조한 것이다, 하나님은 전지전능하다, 인간도 하나님이 창조하셨다, 우주 만물, 인간의 생멸과 변화도 모두 하나님이 관장한다, 사람은 하나님의 종으로서 하나님을 절대적으로 믿고 그 가르침을 따라 살아야 한다, 주어진 직업을 통해서 하나님을 섬겨야 한다, 이웃을 돕고, 하나님 나라를 이 땅에 잘 드러내며, 하나님의 영광을 펼쳐야 한다. 그래야 그리스도 안에서 은총으로 주어진 나의 진정한 나됨이 나타나고 실현된다.’는 게 기독교의 세계관이죠.
세계를 절대자가 창조하고 움직이는 창조론(the doctrine of creationism)입니다.
불교는 약간 다르죠. 불교적 사유의 역사성을 살펴보기 위해 고타마 싯다르타가 태어나기전 인도의 정신세계를 먼저 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첫째, ‘신이 세상을 창조했다’고 보는 세계관이 있었습니다.
브라만교의 세계관은 신적 세계관으로, 백인들인 아리아인이 인도를 점령한 이후 브라만(성직자), 크샤트리아(왕과 귀족),바이샤(상인),수드라 (일반백성과 천민)의 신분적 차이를 만들고 자신들의 계급지배를 정당화하는 무기로 사용되었습니다.
브라만교는 세상을 신 중심으로, 신이 만들고 움직이는 것으로 바라보았습니다. 그리고 절대신(Brahmanism, 梵, 절대영혼)인 브라만과 이로부터 분리된 개인(Ātman, 我, 자아)을 설정한 다음, 개인이 행복해지기 위해서는, 그 분리를 극복하고 신인합일, 즉 범아일여(梵我一如)를 이루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는게 중심 이론이이었습니다. 또,기초개념으로 윤회(輪廻)와 달마(達磨) 업(業) 해탈(解脫)을 제시했습니다. 이런 교리는 힌두교에도 영향을 주고 불교에도 영향을 줍니다.
둘째, 원자,물질 중심의 세계관이 있었습니다.
석가모니가 태어났을때 유행하던 자이나교는 싯다르나와 동시대의 인물인 바르다마나의 가르침을 따르는 종교입니다. 그는 고행을 버리고 깨달음을 얻은 석가모니와 달리, 12년간 극단적인 고행을 통해 깨달음을 얻었습니다. 이 종교는 극단적인 금욕과 고행, 절제로 유명합니다. 바르다마나는 단식을 하며 굶다가 눈을 감았다고 합니다. 이 종교에도 윤회, 업, 해탈 무소유, 불살생 그리고 금욕 등의 교리를 갖고 있습니다.
자이나교의 세계관은 ‘세계는 영혼과 물질로 이루어지는데 물질은 가장 작은 단위의 물질인 원자와 원자가 모여 만든 물질들고 이루어져 있다. 육체는 물론이고 호흡과 마음(manas)도 원자가 결합하여 이루어진 물질이다. 카르마(業)는 영혼과 물질을 연결하는 고리인데 카르마도 접착제 역할을 하는 물질로 구성되어 있다”는 것입니다.
많은 작은 입자들이 모여 세계의 다양한 현상계를 구성하다보니 다원론적이면서도 유물론적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처럼 고대 인도에는 불교 이전부터 업(業,카르마)과 윤회, 해탈, 인과응보 등의 사유와 불살생, 고행 등의 종교문화가 있었습니다.
석가모니의 불교도 고대 인도의 종교문화나 교리, 사유를 계승하면서 발생합니다. 그래서 많은 종교학자들은 브라만, 자이나, 불교, 힌두교를 뿌리가 같은 종교로 해석합니다.
석가모니의 ‘관계론(Relationalism)’ 세계관과 ‘공(空)’사상
고타마 싯다르타도 사람들이 겪는 생로병사의 고통의 원인을 알고자 했습니다. 원인을 알아야 해결책이 있다고 믿었습니다. 그도 브라만교의 영향을 받았지만 브라만교가 사람들을 고통에서 구해주지 못하고 있는 현실을 보고, 새로운 길을 찾아 떠나게 됩니다. 그는 당시 인도수행자들처럼 ‘출가’했고 ‘고행’했습니다. 29세에 출가하서 6년을 고행했습니다.그리고 보리수 밑에서 깨달음을 얻었습니다. 그 깨달음은 당시로서는 혁명적인 것이었습니다.
‘우주는 신이 창조하고 운행하는 것도 아니고, 신분이나 계급도 신이 창조한 것이 아니고, 이 세상이란 것이 고정불변한 것이 아니고 헛것(空)’이라는 것이었습니다.
이것이 있으면 저것이 있고
이것이 일어나면 저것이 일어난다
이것이 없으면 저것이 없고
이것이 소멸하면 저것이 소멸한다
이 세상은 신이 창조한 실재하는 물질들이나 현상도 아닐뿐 아니라 어떤 계기와 조건, 이것과 저것과의 관계에 의해 일시적, 조건적으로 있다가 지나가는 ‘속이 비어있는 헛것(공,空)이라는 깨달음에 도달한 것입니다. 고통이란 것이 이런 실상을 모르고(무명,無名)업(業)을 짓는 데서 온다는 것입니다.
불교는 전통 인도철학처럼 윤회나 업(카르마), 해탈 등의 이론을 수용하거나 응용했습니다. 하지만 세계관에 있어 근본적으로 달랐습니다.
불교의 세계관은 창조론(creationism)이나 본질론(Essentialism)이 아니고 관계론 (Relationalism)입니다.
창조론이란 신의 작품이란 뜻이고 본질론이란 ‘어떤 것을 다른것과 근본적으로 다르게 하는 성질로 근본적으로 변하지 않는 어떤 것’이 있다는 생각을 말하는 것입니다. 종종 성(性)’이라고 하죠. 그런데 불교에선 ‘그런 것이 본래 없다’는 뜻의 본무자성(本無自性,The original non-self-nature)이란 표현을 씁니다. 이런 세계관은 인도의 다른 세계관과는 근본적으로 다른 획기적인 것입니다.
이는 공(空)사상으로 이어집니다.이것도 공(空)이고 저것도 공(空)이고, 있는것처럼 보이는 것은 환상이다(幻有),마음도 본디 본질적 성질이 없고 경계가 있기 때문에 생기는 것이다(心本無性因境有), 나(我, 나라는 절대 영혼)도 없다(無我). 심지어는 ‘공이다’라는 것도 공이다.(空空)
이걸 깨달으면 무명에서 벗어난다, 그리고 업을 짓지 않고 중생과 함께 고통에서 벗어나기 위해 부단히 정진하고 노력하면(菩薩道) 해탈에 이르게 된다는 논리로 발전합니다. 불교의 세계관과 논리체계는 동서양을 막론하고 가히 가장 치밀하고 논리적이고 심원한 것 같습니다.
지나가는 이야기지만 참 불가사의한 일입니다.
사실, 물이 물이 얼면 얼음이 되고, 뜨거운 기운을 만나면 수증기가 되고 수증기가 하늘에 올라가면 구름이 되고 구름이 비가되고, 비가내려 흐르면 강이 되고 강이 모이면 바다가 되고 바다가 뜨거워지면 다시 수증기가 되듯, 어떤 실체도 원래 고정적인게 없이 일시적이고 조건적인 것입니다.
현대에 와서 양자물리학이 밝힌 사실입니다만, 물은 수소와 산소가 결합되어 있는 '일시적', '조건적'인 실재(實在)이고 산소와 수소 분자를 미시적으로 들어가 보면 양자와 전자가 나오고, 전자를 더 자세히 들여다보면 여기저기로 불규칙적으로 움직이고, 나타났다 없어지는(불확정성의 원리),있는것도 아니고 없는것도 아닌 존재입니다. 이런 물질세계의 실상을 석가모니는 어떻게 깨달은 것일까?
사람의 마음이나 감정, 기분이나 성격, 의식같은 것도 뇌세포 뉴런을 구성하고 있는 DNA의 (기억과 같은) 데이터의 연산처리에 의해 생기거나, 뇌 호르몬 분비에 따라 수시로 달라지는 생화학적인 (Biochemical) 메카니즘의 결과이므로, 명상이나 화학요법에 의해 변화를 주면 얼마든지 바꿀 수 있는 환상 같은 거라고 하는, 생리학이나 심리학이 20세기,21세기에 와서야 밝혀가고 있는 것을 석가모니는 어떻게 깨우친 것일까?
늘 생각해오던 것입니다만, 책 보고 얘기듣고 명상하고 관찰하고 생각해서 알아낸 것일까? 천재라서? 아님 하늘의 계시라도? 전 이런게 참 불가사의하고 미스테리합니다.
첫댓글 마지막의 문구를 읽고 나름 생각이 있어서 댓글을 달아봅니다^^
우리 인간의 육체를 생각하면 어느 하나라도 별개의 독립적인 부위(세포)란 없습니다. 모든 것은 연결되어 서로 반응을 하거든요.
마찬가지로 우주의 메카니즘도 이렇게 연결되어 있겠지요. 왜냐하면 같은 우주속의 세상이고 생명체들이니까요.
우주 심연의 높고 심오한 파동에 연결되면 계시처럼 느끼고 깨닫게 되겠지요. 불가사의하고 미스테리 처럼 서로 공감하고 공유하게 되는 우주의 지혜이겠지요.
종교에서 미신처럼 느껴지는 부분들은 전래되면서 보태지고 와전된 것들이 아닐까요. 왜냐하면 우주와 채널이 맞아서 문득 들려온 메시지라면 과학적이고 진리이겠기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