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란과 토란은 같은 것일까, 다른 것일까
얼마 전 고향 친구들 모임에서 모란과 토란은 같은 것이다 아니, 다른 것이다, 하는 논란이 있었다. 나는 같은 것 같기도 하고 다른 것 같기도 하여 어느 편도 들지 못했다. 며칠 잊고 있다가 그 일이 생각나서 찾아봤다. 결론은 모란과 토란은 같은 것이기도 하고 다른 것이기도 하다는 것이다. 그런데 같은 것이면 같은 것이고 다른 것이면 다른 것이지 무슨 개가 풀 뜯어 먹는 소리냐고? 사실이 그렇다.
먼저, 모란을 보자. 모란[牡丹]은 ‘작약과에 속한 낙엽 활엽 관목’으로 높이 2미터 정도이며, 꽃은 5월에 피고 열매는 9월에 익는다. 뿌리의 껍질은 두통, 요통, 지혈, 진통제 등의 약재로 쓰인다고 한다. 한자 丹을 ‘붉은 란’ 또는 ‘붉은 단’으로 읽기도 하여 모란을 목단으로 부르기도 한다. 또한, 모란과 꽃이 비슷한 작약이 있는데 작약은 한해살이풀이다. 그러나 모란은 나무라는 점에서 쉽게 구별된다.
토란을 보자. 토란[土卵]은 ‘천남성과에 속한 여러해살이풀’로 잎은 두껍고 넓은 모양이며, 잎자루와 땅속의 알줄기 부분을 먹는다고 한다. 그런데 토란은 오랜 세월 재배하여 개화 습성이 없어진 탓에 꽃이 피지 않는다고 한다. 그러나 가끔 기온이 높은 해의 가을에 꽃이 피기도 한다. 꽃은 잎자루 사이에서 마치 마늘종 같은 꽃대가 올라와서 꽃이 핀다고 한다, 나는 한 번도 토란꽃을 본 적은 없다.
앞의 내용만으로도 모란과 토란은 전혀 다른 종이라는 점을 쉽게 알 수 있다. 즉, 모란은 나무이고 토란은 여러해살이풀이며, 모란은 꽃이 피고 토란은 꽃이 피지 않는다. 또 모란은 뿌리껍질을 약재로 쓰지만, 토란은 뿌리를 식용으로 한다.
그렇다, 모란과 토란은 분명히 다른 종의 식물이다. 그런데 왜 모란과 토란은 같은 것이기도 하고 다른 것이기도 한 것일까?
이름 때문이다. 내 고향은 경남 함양이다. 정확히 어디 어딘지 모르겠지만 서부경남은 물론 경북 등 영남지방 일부에서 토란을 모란이라고 부른다. 방언이라고도 할 수도 없고 언제부터인지 몰라도 그렇게 불리어왔을 것이다. 북한 지방에서 오징어를 꼴뚜기로 부르는 것과 같다.
그러니까 고향 친구들이 말한 논란의 모란이 친구들이 알고 있는 그 먹는 ‘모란’을 말한 것이라면 모란은 곧, 토란이다. 그러니까 모란과 토란은 같은 것이다. 반면, 논란의 고향 친구들이 말한 모란이 관상용 꽃이 피는 ‘모란’을 말한 것이라면 분명 모란과 토란은 다른 것이기에 다른 것이다. 그러므로 모란과 토란은 같은 것이기도 하고 다른 것이기도 하다는 말이다.
그런데 이 글을 쓰면서 영남의 일부 지방에서 토란을 모란이라고 부른다는 기록은 어디에서도 찾아볼 수 없었다. 분명 내가 잘못 알고 있는 것은 아닌데 마치 혼돈에 빠져 나만 잘못 알고 있는 것처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