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2월 5일 정읍으로 산채를 다녀와서 "오랫만의 산행에서..."라는 제목으로 산채기를 올렸었습니다.
하지만 그 글에서 제가 일부러 전혀 언급하지 않은 내용이 있었습니다.
그 내용을 언급할 경우 십중팔구 비웃음을 받으리라 생각했기 때문이었죠.
흔한 표현으로 산채할 때 차가운 느낌의 형광빛이 있어야 진성황화가 될 수 있다는 말이 있습니다.
그동안 저는 이 표현을 옳지 않다고 생각을 하곤 했었습니다.
왜냐하면 황화라는 개념은 색에 대한 개념이고, 차가운 느낌의 형광빛은 빛에 대한 개념이기 때문이죠.
색과 빛은 삼원색부터가 다르고, 삼원색들이 합쳐진 후의 결과도 다릅니다.
그런데, 12월 5일 산채할 당시에 저는 제 눈을 의심하는 상황이 벌어졌었습니다.
그 이야기를 이제서야 하게 되네요.
전진촉 일부가 감중투로 발전한 대주를 발견했을때 무지촉들 사이로 꽃대가 하나 보였습니다.
(산채기에 올린 꽃사진의 설명에는 부엽에 잘 뭍혀있던 상태라는 표현을 했지만 실제로는 제가 서 있는 상태에서
무지촉 사이로 꽃대가 보였습니다. 부엽에 잘 뭍혀있었다는 표현을 안하면 혹여 제가 이것을 황화라고 판단하고서
채란했을 것이라는 생각들을 하실 것 같아서 의도적으로 표현을 그렇게 했었네요;;;)
일단 꽃부터 까봤습니다.
첫 느낌은 "헐~!!! 이게 뭐야??? 진짜로 차가운 형광빛이 있네???" 였습니다.
하지만 곧바로 저는 애써 그 느낌을 외면하고 무시했습니다.
왜냐하면 지금은 12월 초순밖에 안되었고, 차가운 형광빛이라는 표현 자체를 제가 받아들이지 않고 있었기 때문이죠.
마음으로는 계속 그 느낌을 외면했지만 저의 눈에 들어오는 꽃의 색상은 계속해서 차가운 형광빛이었습니다.
혹시 모르니까 꽃사진은 찍어두자는 생각으로 사진을 찍었고,
전진촉들에서 발전한 감중투를 잠깐 관찰한 후 전진촉만 떼어낸 후
무지의 모촉들은 다시 그곳에 심어두고 하산을 서둘렀습니다.
그당시 정읍에서부터 귀가하려면 시간이 급했기 때문에 서둘렀는데요, 부랴부랴 서둘렀던 것을 지금 계속 후회하고 있습니다.
고속도로를 달리면서 저는 계속 이런 생각을 했습니다
"2~30년 되신 분들도 황화 찾기가 하늘의 별따기라는데 그게 황화였을리가 없어. 황화 아닐꺼야. 지금은 12월 초순이야~"
그러면서도 전진촉을 떼어왔다는게 한편으로는 마음의 위안이 되었습니다.ㅋ
집에 온 후로 현재까지 그 꽃을 봤을때의 그 느낌이 계속 머릿속을 맴돕니다.
그동안 수없이 봤던 부엽속의 노란 꽃봉오리들과 노르스름하게 개화된 꽃들을 볼때와는 분명히 차원이 달랐습니다.
믿기지 않지만 진짜로 차가운 느낌의 형광빛 이었습니다.
황화에 대한 자료들을 날마다 뒤적거리면서 검토를 했습니다.
물론 예전에 다 읽어보고 봤던 자료들인데도 계속 반복해서 읽었습니다.
결국 어제 마눌님이 저한테 한마디 하더군요.
"당신의 난초에 대한 그 학구열은 언제쯤 끝날라나?"
글을 쓰고 있는 지금......
저는 그 꽃이 황화였다고 잠정적인 결론을 내린 상태입니다.
그리고, 그 결론을 도출한 근거들을 몇 가지 설명해 드리겠습니다.
참고로 제가 찍어온 사진에서는 차가운 느낌의 형광빛이 느껴지지를 않습니다.
사진기라는 기계적, 광학적 메커니즘의 한계입니다.
첫번째로
사진을 보시면 아시겠지만 완전차광 상태가 아니었음에도 불구하고 화판에는 녹이 거의 없습니다.
부엽을 걷어내고 발견한 꽃망울도 녹이 차 있는 경우가 태반인데,
이 꽃은 제가 서 있는 상태에서 꽃망울을 발견했음에도 녹이 거의 없습니다.
아마도 화판에서는 선천적으로 엽록소 생성능력이 부족한 종자인가 봅니다.
참고로 채란 위치는 계곡지형의 최 하단부로 물이 흐르는 곳 옆이었고,
아침햇살만 잠깐 들어올뿐 낮에는 직사광선을 받을 수 없는 지형입니다.
이렇게 하루종일 그늘이 드리워지는 환경에서는 오히려 녹이 더 차야 하는데 그와는 반대인 경우에 해당되네요.
두번째로
원판사진을 리사이즈하지 않은채 원본크기로 살펴보면 비두 끝부분에 황색 얼룩이 있습니다.
또한 설판의 안쪽에도 황색 얼룩이 존재하고요.
화판의 경우도 미묘한 차이이기는 하지만 그래도 선단부와 가장자리 보다는 화판 중심과 기부쪽으로 황색이 더 강합니다.
봉심에서는 황색이 최고로 강하게 나타나구요.
그리고, 화판 중앙을 확대해서 보면 색이 없는 무색의 공간이 존재하고 있으며,
사진상에서 화맥이 잘 보이지는 않지만 사진을 확대해서 보면 화맥의 중심선에 녹이 차 있지 않습니다.
위 내용들은 진성황화를 발견하신 분들이 각각 말씀하시는 황화의 조건들이고, 대부분 다 해당되네요.
세번째로
아침이슬님께서 가르쳐주신 내용을 바탕으로 설명을 드리자면
감중투라는 것 자체가 중반의 형태에 해당되고, 중반이 나타나는 난초에서는 색화의 가능성이 높다는 것입니다.
또한 색화는 배골 중반이 가장 중요하다고 하시니 제가 발견한 난초도 아마도......
그래서, 인터넷을 계속 뒤적거려보니 실제로 감중투에서 진성황화가 피어난 사례가 여럿 나오더군요.
네번째로
황화 발견이 거의 불가능한 12월 5일에 발견했다는게 문제입니다만 혹시나해서 정읍지역의 과거 날씨를 확인해봤습니다.
10월 중순부터 최저기온이 10도 이하로 계속 떨어졌고, 11월부터는 최저기온이 계속 10도 이하를 유지한채로 영하의 날씨까지
오락가락 했으며 11월 11일부터는 최고기온도 10도 내외를 유지해왔더군요.
더구나 채란지역 자체가 서늘한 계곡지형의 하단부였고, 낮에는 햇볕이 들지않는 지형이었으니 기상청 날씨 자료보다도
더 낮은 온도가 유지되었으리라 생각됩니다.
때문에 황화 판별이 완전히 불가능한 상태의 조건은 아니었다는 생각이 드네요.
다섯번째로
제 눈으로 직접 보고 느낀 사안임에도 불구하고 아직도 이걸 믿어야할지 말아야할지 좀 의문입니다만
실제로 꽃을 까봤을때 이게 바로 차가운 형광빛이구나라는 느낌이 매우 강했다는 것입니다.
란화에서는 제가 처음으로 느꼈던 느낌이었네요. 차가운 느낌의 형광빛.
그런 빛감이 실제로 존재한다는 것도 알게 되었구요.
그렇다면 황화를 피우는 개체가 왜 대주로 자라날때까지 다른 분들에 의해 채란되지 않았는가하는 의문이 생깁니다만
제가 발견한 난초는 완전 대주였기 때문에 산채할때 거의 관심을 두지않는 그런 난초였습니다.
또한 감중투(감호?) 자체가 가까이서 자세히 봐야만 보이는 그런 상태였으며 최근 전진촉들만 감중투로 발전한 상태였구요.
때문에 저도 일부러 가까이 가서 그 난초를 본것이 아니고, 주차한 곳을 향해서 가는 방향에 있었기 때문에 살펴보게 된것입니다.
그리고, 산채기에서 말씀드렸듯이 그곳은 유난히 대주의 민춘란들도 꽃대가 거의 없는 특이한 환경이었습니다.
제가 발견한 난초도 그렇게 큰 대주임에도 불구하고 꽃대는 달랑 한 개 였구요.
아마로 이런 이유들 때문에 그동안 다른 사람들에게 발견이 안되었던 모양입니다.
어쩌면 이 난초가 대주가 되어 세력이 강해지면서 황화의 기질을 나타내기 시작했을지도 모르겠네요.
조만간 채란지역에 다시 찾아가서 두고온 무지의 모촉들을 가져와야겠습니다.
세력이 강한 모촉들로 하루빨리 재개화를 해봐야 결론이 나오겠지요.
다행히 그날 산행지역의 최하단부이며 주차했던 곳과 매우 가까운 곳이었기 때문에 그 위치를 제가 정확히 기억하고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사람은 특이한 능력을 가지고 있습니다.
정보를 내가 좋아하는 것만 골라서 받아들이는 특이한 능력(?)이죠.ㅋㅋㅋㅋㅋㅋㅋ
부동산을 구입했거나, 어떤 종목의 주식을 매수했을때는 항상 좋은 정보들만을 옳은 정보라고 믿고 받아들이잖아요.
매입 전에는 장점과 단점을 다 따지면서도 정작 매입을 한 후에는 장점이 되는 정보들만 쏙쏙 골라서 보게되는ㅋㅋㅋㅋㅋㅋ
아마 지금 저도 그런 상태로 정보를 취합했을지도 모릅니다;;;;;;
설령 진짜로 황화를 피우는 개체를 발견한 것이라고 해도 그 황화의 색감과 농도 자체가 진성황화로 인정받을만한
좋은 수준인지 아닌지는 세월이 흘러봐야 알겠지요.
지금까지 제가 기록한 내용들이 얼토당토 않은 허깨비라고 해도
그냥 눈에 꽁깍지 씌워진 초보려니 하고 이해해 주세요*^^*
아래 사진은 산채기에 올린 리사이징 사진이고요,,,,,
다음 사진은 원판 사진을 크롭한 것입니다.
실제 원판사진 크기 그대로 볼 수 있습니다.
참고로 원판사진을 보니 황색이 더 강하게 보이기는 하는데요...
하지만 제가 산에서 눈으로 직접 목격했던 차가운 형광빛의 그 오묘한 느낌은 아닙니다;;;
아래 원판을 보시면 비두끝의 황색 얼룩과 설판 안쪽의 황색과 화판의 무색공간이 보이실겁니다.
첫댓글 산채기 재미있게 잘 읽었습니다.
초보의 눈에는 색감이 보이는데
황화자체가 워낙 변색이 심해 재개화를 해보셔야 할 것 같습니다.
차갑게 느겨진다라는 말은 녹이 탈색이끝났을때
즉 황색이 백색과녹색이 어우러져 백녹이없어져갈때 나오는 느낌적 색입니다
색과 빛은 단어만 틀리지 형상은 같은것으로 보면됩니다
빛속에 색이 있으니
글구 감투에서 황화가 나올려면 차가운형광색이 아니라 약간 붉은색이 휘도는 노랑이여만 개화후 선이든후던 황화가 나옵니다
다만 산반이 짙으면 주금으로도 오인할수가 있음을 경험이 많으신분들은 알고있는 사항 입니다
다른 생각은 접어두고 진성황화는 꽃망울이 형성되어 밤과낯 온도차가 5~10도차가 되고 이기간이
10일이상 유지될때 황색이 발현되다고 봅니다
그레서 산지별 장소별로 황화가 일찍 발견되는곳이
있다고 보아집니다.그레서 일찍발견된다고 해서
?황화의색을 의심 하는것은 무리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이글은 어디까지나 개인적인 생각입니다.
확신을 가지고 배양하싶시요...될것 입니다.
정읍 어디에서 산채 했는지는 모르지만 정읍에는 황화가 나온곳이 몇군데 있습니다.
작년에도 어느 높지 않은 산에서 멋진 황화를 지인께서 산채 했습니다
좋은 꽃 보시길 바랍니다
솔찍히 말씀드리면....저는 이런 색감에서 황화가 된적은 한번도 없었는데...
선생님은 좋은 결과가 있길 바랍니다.
저 역시 매일행복 선배님 의견에
한 표... 아니... 여러 표 더합니다.
꼬끄리끄 님, 언젠간 진정한 진성황화를 만나실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