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 1월 5일(화)
어제 중부 지방 폭설로 교통대란이 일어난 상황을 눈여겨 지켜본다. 우리는 무궁화 기차를 예매해 놓았기에 큰 걱정은 없다. 하루 전에 서울로 올라가서 여유가 있다.
포항 날씨는 기온은 그리 낮지 않지만 바람에 세차 체감온도는 낮은 편이다. 여행 복장 코드는 실용이다. 무거운 겨울 한복은 벗는다.
해맞이콜에 연락을 하니 이번에는 3-4분 안에 도착한다고 한다. 총알같이 내려가서 택시를 기다린다. 포항역까지 10여분 만에 도착. 7,900원. 티머니로 결재. 태은이랑 세오녀는 신기해 한다. 포항역에 너무 빨리 왔다. 아직 40여분이나 남았다.
포항역 앞 새벽시장을 돌아본다. 날이 추워서 벌써 파장 분위기다. 한적하다. 불친절한 구멍가게에서 포항막걸리를 하나 사다. 1,000원. 10원짜리, 50원짜리, 100원짜리 동전으로 계산해서 그런가? 좀 친절했으면 두개쯤 샀을텐데. 구멍가게엔 잔돈이 더 필요할텐데. 세오녀가 검정 비닐 봉투를 얻으려니 30원을 달라고 한다.
우리 자리는 2-21,25,26이지만, 4호차 동반석을 차지했다. 서로 마주보고 가운데 탁자가 있어 도시락을 먹기에 좋다. 평일 낮에 포항-동대구 무궁화 호는 사람이 별로 없다. 승무원들도 다른 자리로 이동하는 걸 그다지 개의치 않는다.
대합실에서 벌써 캔맥주를 땄고, 기차에 올라타서는 막걸리를 개봉했다. 세오녀가 싼 김주먹밥은 주식, 무나물과 김치는 반찬. 막걸리를 맛있게 비운다. 안주로 피데기 오징어도 두 마리 구워왔다. 열차카페가 있기는 하지만 술이나 도시락은 없어서 조금만 미리 준비하면 기차여행이 한결 재밌다. 건너쪽 자리에 앉은 할아버지에게 음식을 권했지만 방금 점심을 드신 후라 사양하신다.
떡도 있고 감도 후식으로 먹는다. 차창으로 따뜻한 햇살이 들어와 행복감을 더해준다.
건천 여근곡 보이는 산을 지나면서 얼핏 잠이 들었다. 영천역에서 두루마기 입은 노인 한 분이 기차에 올라탔다. 그런데 포항으로 가야 하는데 동대구행을 선택한 것이다. 문은 이미 자동으로 닫히고, 할아버지는 어쩔줄 몰라한다. 기차는 서서히 출발한다. 세오녀가 잽싸게 기관실로 뛰어간다. 기차를 멈추게 했다. 그리고 할아버지를 내려드렸다. 기차 여행을 그렇게 했어도 기차를 세운 적은 이번이 처음이다.
하양 지나면서 아름다운 금호강변이 나온다. 청둥오리떼가 얼음 위에서 놀고 있다.
첫댓글 기차 안에서 진수성찬으로 드셨네요.
기차 세우기는 세오녀만이 할 수 있지 않을까요?
저도 세오녀의 기운을 받아 적극적으로 2010년은 적극적인 영애의 원년으로 삼아야겠어요.
타인을 위해 기차도 세우는 정신.
세오녀! 사랑해요. 고백하지 않을 수 없네요.
밖에서 음식 사먹는 걸 싫어합니다. 여행을 떠날 땐 어쩔 수 없이 외식을 하지만요. 집에서 만든 밥을 밖에 가지고 가서 먹어보면 정말 맛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