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양라면 전중윤 사장과 꿀꿀이죽
제일생명 6대 사장으로 취임한 지 얼마 지나지 않은 어느 날, 전중윤은 제일생명 본사 빌딩 바로 앞에 있는 남대문 시장으로 나갔다. 시장 곳곳을 구경하고 있는데, 어느 가게 한쪽에서 커다란 솥에 무언가를 끓이고 있고 차례로 대접에 담아 사람들에게 건네주는 모습을 목격했다.
가격은 5원이라고 적혀 있었다. 행렬을 따라가보니 사람들이 100미터 정도 줄을 서서 순서를 기다리고 있었다. 전중윤도 맨 뒤에 서서 차례를 기다려 보았다. 당시 고급 담배가 한 갑에 50원, 버스 요금이 8원이었으니 한 끼 식비 치고는 꽤 싼 편이었다.
20분 정도 기다려서 그가 받아든 것은 하도 오래 끓여서 건더기 형체마저 사라진 잡탕 같은 것이었다. 돼지고기인지 소고기인지 잘 모르겠지만 고기 냄새도 나는 것 같았다. 한 숟가락 떠서 입에 넣으니 이 사이에 뭔가가 낀다. 꺼내 보니 깨진 단추 조각처럼 생겼다. 숟가락으로 대접을 휘 저어보았다. 세상에나, 담배꽁초까지 나왔다.
사람들이 줄을 서가며 사 먹고 있던 것은 미국 기지에서 잔반으로 버린 음식을 가져다가 다시 끓인 것이었다. 사람들이 꿀꿀이죽이라고 부르는 데에는 돼지 사료라는 의미도 포함되어 있는 것 같았다. 그 순간 왈칵 눈물이 솟구치나 싶더니 이내 땅바닥에 주저않아 통곡을 하고 말았다.
‘국민들은 이런 것도 음식이라고 줄까지 서가며 허기를 채우려고 하는데, 대체 보험 따위가 무슨 의미가 있단 말이야…….’
삼양라면의 숨겨진 사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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