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 NBA 팬들 가운데, '과연 마이클 조던이 역대 최고인가?' 라는 질문처럼 수많은 논쟁과 상호 비방을 낳았던 것도 없으리라 생각합니다.
제 대답은 이 것입니다. '솔직히 잘 모르겠다.'
조던이 역사적으로 인정받는 이유는 두 번의 NBA 3연속 우승, 적어도 그의 시대 안에서는 라이벌이 있을 수 없었던 무한처럼 느껴지는 그의 득점력, 그럼에도 불구하고 단지 득점만 할 줄 아는 선수가 아니었다라는 점, 다시 말해 최고의 수비수이기도 했다는 사실, 그리고 승리에 대한 매우매우 강한 집착와 어마어마한 카리스마로부터 나오는 자신감, 그리고 그로 인한 무수한 클러치 플레이들.
90년대를 지배했던 'Dominant Player' 였다는 사실을 부인할 수 있는 멍청이는 세상에 존재하지 않을 겁니다.
리그 역사를 살펴보면, 'Dominant Player' 는 어느 시대에서나 있어 왔습니다. BAA 시절, 그리고 NBA 초창기 시절의 'George Mikan', 60년대의 영웅 'Bill Russell', 80년대의 'Magic Johnson' 과 'Larry Bird' 등등
조던은 그 'Dominant' 레벨의 계보를 이어 90년대를 지배했던 위대한 선수입니다. 1990년대에 무려 6번의 NBA 타이틀을 거머쥐었고, 그가 야구 생각을 하지 않았던 때, 90년대 NBA 우승은 그가 이끄는 시카고 불스의 몫이었으니까요.
하지만, 우리 NBA 팬들 중에서 '조던이야말로 역대 최고의 선수다.' 라고 주장하는 많은 분들은 왜 그런 생각을 하는 것일까요?
빌 러셀은 프로 스포츠 역사상 전무후무한 리그 8연패라는 위대한 업적을 이루었습니다. 조지 마이칸이라는 '괴물' 의 경기 지배를 견제하기 위해 NCAA 와 NBA 측에서는 각각 한 번 이상의 룰 개정을 시행해야만 했습니다. 매직 존슨은 승리할 줄 아는 진정한 올어라운드 플레이어가 무엇인지를 보여주었고(Cf. 'Oscar Robertson'), '백인의 우상' 래리 버드는 '노력으로 만들어질 수 있는 최고의 레벨을 가진 선수' 라는 찬사를 받으며 80년대 셀틱스를 역대 최고의 팀 중 하나로 만들었습니다.
이는 그들의 단편적인 업적을 소개한 것일 뿐, 속을 들춰 보면 그들이 이룬 업적은 이루 헤아릴 수 없이 많습니다. 마이클 조던의 업적들과 비교해도 꿀리지 않을 정도로 말이죠.
그렇다면 왜 '조던' 입니까?
첫 번째 이유는 90년, NBA 가 한국에 본격적으로 보급되기 시작했을 당시, 우리가 가장 리그 경기를 시청할 수 있었던 그 시기에 우리 눈에 가장 많이 비춰졌던 슈퍼 스타가 바로 마이클 조던이었다는 점.
두 번째 이유는 화려하기 그지 없는, 아름답기까지한 그의 플레이들이 그의 위대함 속에 녹아있었다는 점.
이런 이유들이 아닐까 생각해 봅니다.
가장 결정적인 것은 그의 '코트에서의 화려함 + 승리' 때문 아닐까요?
솔직히 말해 조던의 농구는 굉장히 화려하고 멋있습니다. 이는 SBS 가 열심히 NBA 를 보급할 때, 자주 들먹었던 문구들, '화려한 농구, 차원이 다른 농구, 세계 최고의 농구' 등등은 바로 어쩌면 조던을 위해 존재했던 것이 아니었을까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그는 화려한 플레이에 능했던 선수였습니다.
그 화려함에 많은 농구팬들은 매료될 수 밖에 없었고, 거기에 추가로 그는 패배라는 단어를 몰랐습니다. 말 그대로 우리의 눈에는 마치 '황제' 처럼 비추어질 수 밖에 없었다는 것입니다. 일반적으로 우리가 NBA 를 보는 목적을 가장 만족시켜주는 선수가 바로 조던이었다는 것이지요.
조던이 없었던 지난 2년간, 우리는 새로운 'Dominant Player' 를 발견했습니다. 바로 'Shaquille O'neal'. 하지만, 조던의 화려한 지배력에 매혹되었던 많은 팬들에게 그의 골밑 중심의 플레이는 그다지 큰 매력처럼 느껴지지 않았나 봅니다. 클러치 능력이 부족하다, 자유투가 형편없다, 팔꿈치 가격을 남발한다 등등 어이없는 주장으로 그를 공격하기에만 바쁩니다.
하지만, 조던이 90년대에 보여준 지배력이나 오닐이 지난 2년간 보여준 지배력에는 별반 다를 바가 없다고 생각합니다. 둘 다 코트에서 막을 방법이 없는 선수이며, 패배라는 단어를 잘 모르는 선수들이기 때문입니다. 물론, 샤크의 지배력보다는 조던의 지배력이 보다 더 높은 평가를 받아야 마땅하지요. 샤크가 지배력을 보였던 건 고작 지난 2년 뿐이니까요.
위의 주장들이 모두 맞는 말이라고 해도 그가 현재의 'Dominant Player' 임에는 이견이 있을 수 없습니다. 올해 PO 에서 접전이 치뤄지는 4쿼터 막판, 레이커스의 공격은 늘 오닐에서부터 시작되었고, 그는 많은 슛을 성공시켰으며, 그에게 함부로 파울 작전을 거는 코치도 없었습니다. 흔히 착각하는 게 50% 확률의 자유투이니 파울을 하는 것이 더 안전한 거 아니냐라고 생각할 수 있을지 모르나, 경기가 벌어지는 48분 내내, 수비의 목표는 모두 상대에게 득점을 허용하지 않는 것입니다. 이는 매우 어려운 일이죠. 하지만, 적어도 접전이 치뤄지는 4쿼터 막판에서만큼은 반드시 이루어져야 하는 일이며, 이는 승리와 직결되는 부분이기도 합니다. 50% 의 자유투 성공률을 보여주는 선수에게 파울을 하여 그를 자유투 라인에 세운다.. 그가 자유투 한 개만 성공시켜도 그 수비가 성공이었다라고 평가하기는 상당히 어렵습니다.
얘기가 길어졌습니다. 제 주장을 간단히 정리해 보자면,
역대 NBA 를 좌지우지했던 'Dominant Player' 들을 놓고 우열을 가리는 문제는 결코 쉬운 것이 아닐 거라 생각한다는 것입니다. 마이칸도 위대했고, 러셀도 위대했고, 존슨, 버드, 조던 모두 위대했습니다. 단지 그 것이면 충분하지 않습니까?
단지 조던이 좀 더 인정받는 이유는 마케팅적인 부분에서, NBA 발전에 어마어마한 이바지를 했기 때문이라고 생각하는데, 머 물론, 이는 인정받아 마땅한 부분이라고 생각합니다.
조던이 은퇴했을 당시, 이런 설문 조사 참 많았습니다.
'역대 최고의 선수는 누구냐?'
물론, 압도적으로 마이클 조던이 차지하고는 했죠. 하지만, 한 가지 반드시 체크해야할 부분이 있습니다. 그 것은 바로 팬들은 자기 시대의 스타를 그 어떤 스타들보다 사랑하고 아끼고자 하는 경향이 있다는 점입니다. 과연 20년 후, 똑같은 질문을 다시 던진다고 가정해 봅시다. 여전히 조던이 No.1 이라고 평가받을 수 있을까요? 솔직히 그럴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하지만, 적어도 지금보다는 그 확률이 낮을 것이라 예상합니다.
또 한 가지, 조던만한 선수는 절대로 나올 수 없다라고 주장하시는 분들이 많습니다. 이건 사실 맞는 말이라고 생각합니다. 절대로 그런 선수는 다시 보기 힘들 거라고 저 역시 그렇게 생각합니다. 다만, 조던과 같은 'Dominant Player' 는 계속 나옵니다. 지금까지 그래왔고, 앞으로도 그럴 것입니다. 흔히 얘기하는 'Post Jordan' 후보로 거론되는 빈스 카터, 코비 브라이언트, 앨런 아이버슨 등등.. 제 생각에는 이거 모두 말도 안되는 소리에 불과합니다. 진정한 'Post Jordan' 은 조던이 보여줬던 지배력의 바톤을 이어받는 선수의 몫이 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적어도 지금까지를 놓고 봤을 때, 현재의 'Post Jordan' 은 바로 샤킬 오닐이라는 얘기지요.
정리하자면, 조던에게 진정으로 어울리는 말은 '역대 최고' 라는 찬사보다는 '리그를 지배했던 선수들의 마지막 계보' 라는 말이 더 적당하다고 개인적으로 주장한다는 겁니다. 물론, 그 '마지막' 이라 함은 And 라는 의미를 듬뿍 담고 있는 End 일 것입니다.
그런 면에서 조던의 지난 두 번째 은퇴와 이번 복귀에 대해 다소 아쉬웠던 부분도 있습니다. 조던이 없어도 그의 뒤를 있는 지배력을 갖춘 선수는 언젠가 반드시 등장하며, 이미 등장했을지도 모릅니다. 그러나, '조던이 없으면 안된다.' , 아래 글 내용 안의 예처럼 '조던없는 NBA 는 재미없어서 안봐.' 라는 등의 얘기를 들을 때마다, '이건 아닌데..' 라는 생각이 절로 들곤 합니다.
'역대 최고의 선수는 누구인가?' 라는 질문을 듣게 된다면, 전 이렇게 대답할 겁니다.
'매직 존슨'
지금까지의 제 견해와 모순되는 점이 있습니다만, 매직 존슨이야말로 제가 NBA 를 보기 시작한 이유, 아니 농구라는 스포츠에 빠져들게 한 이유이기 때문입니다. 마이클 조던이 게임 위닝 버저 비터를 성공시킨다 해도, 빈스 카터가 역방향 360도 윈드밀 덩크를 작렬시킨다 해도, 아이버슨이 매우 특이하고 빠른 동작으로 화려한 드라이브 인을 성공시킨다 해도, 그 누구도 매직 존슨이 제게 주었던 강렬한 임팩트를 느끼게 해주지 못하기 때문입니다.
지금까지의 장황했던 주장에 비하면 이번에는 조금 억지스러운 부분이 있지요? 하지만, 전 그게 옳다고 생각합니다. 딱 한 마디만 추가하면 객관적 논리이고 머 이런 거 다 필요없으니까요.
'적어도 나에게 있어서만큼은'
만약 '그렇다면 객관적으로 봤을 때, 역대 최고는 누구라고 생각하느냐! 조던? 존슨?' 이라고 묻는다면..
'잘 모르겠는데..' 라고 대답하겠다는 생각에는 변함이 없습니다. 굳이 하나를 꼽으라면, 프로 스포츠에서 다시는 있을 수 없을 법한 업적을 세운 빌 러셀 정도?
새벽에 쓰느라 앞 뒤 문맥이 흐뜨러졌을지도 모르겠다는 우려감이 듭니다. 제가 하고 싶은 말이 잘 전달되었으면 좋겠네요. 역시 새벽에 눈 비벼 가면서 글을 쓴다는 건 --;;
아 그리고 마지막으로 결국 코트로 복귀하겠다는 힘든 결심을 굳힌 그의 결단력에 무한한 찬사를 보내고 싶습니다. 다만 조던이 현역 시절일 때, 조던의 팬이 아니었고 안티에 가까웠기 때문에 뭐랄까 이번 복귀에 대해 특별한 감정같은 건 생기지 않네요. 그러나 무엇을 해도 열심히 하고자 하고, 나이같은 거에 부담을 느끼지 않으며 즐기고 도전하기를 원하는 스포츠 선수들처럼 매력적인 것도 없다는 생각, 농구 외 온갖 스포츠 포함해서 제가 갖고 있는 공통된 생각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