늦가을 한낮의 재회
서문곤
늦가을 한낮
낯선 전철역 플랫폼 사람들 사이에
그리움의 익숙한 그림자 같은 너를 본 순간
긴 시간 이별의 응어리가 녹아내렸다.
뻔뻔하지 않은 사람끼리
잃어버린 세월을 건너 다시 마주 앉아서
낮술 한 잔에 얼굴이 물들자
오래간만에 본 네 웃음에 지나간 시간을 보았다.
그 시절 다하지 못했던 말들
그때 못 웃었던 이야기들
같이 어울렸던 친구들과 즐거운 추억
커피잔에 남은 거품처럼 지워지지 않은 흔적들
낯설지 않은 평온함
오래전부터 준비된 재회의 순간처럼
술 한 잔은 지난 청춘의 따스함이 되고
커피 한 잔은 아직도 식지 않은 우정이다.
오늘은 아무 약속도 없이
네 말끝에 묻어 있는 시간의 냄새를 기억하면서
차창에 스치는 늦가을 오후의 햇빛을 보고 있다.
먼 길을 돌아온 후회에 대해 속죄하면서.
첫댓글 세오님
잃어 버린 추억속의 친구를 생각하며
가을에 찾아온 그리움인 것 같아요
아름다운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