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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중국 경제의 디지털 전환과 플랫폼 노동의 확산
최근 글로벌 정치경제 변동의 핵심 이슈 중 하나는 디지털화·네트워크화·지능화로 대표되는 ‘디지털 경제’로의 전환과 ‘플랫폼 노동’의 확산일 것이다. 디지털 경제의 발전을 계속 강조하고 있는 중국에서도 플랫폼 노동과 같은 새로운 유형의 노동관계가 급속도로 확산되고 있다. 이와 관련해 중국 정부는 지난 2021년 3월 제13기 전국인민대표대회 4차 회의에서 <중화인민공화국 국민경제와 사회발전 제14차 5개년 규획과 2035년 장기 목표 요강>을 심의 확정했다. 여기서 특히 주목되는 점은 디지털 인프라 구축을 통한 사회경제적 혁신을 중요한 과제로 상정하고, 이를 통해 지속적이고 안정적인 발전을 견인해 나가겠다는 구체적 목표가 제시되었다는 것이다. 실제로 중국 국가정보센터에서 발간한 <중국 공유경제 발전보고 2021>에 따르면 중국 디지털 경제의 규모는 2005년 약 2조 6,000억 위안에서 2020년 약 39조 2,000억 위안으로 약 20배 성장했으며, 연평균 성장률이 19.8%에 달한다. 이러한 중국 디지털 경제의 성장은 노동영역에도 큰 영향을 미치고 있는데, 특히 기존 고용방식과는 다른 비표준적 형태의 플랫폼 노동자가 급속히 증가하고 있다. 즉, 공유경제 영역의 플랫폼 노동자 규모는 2015년 500만 명에서 2020년 631만 명으로 증가했으며, 코로나의 충격이 가장 컸던 2020년을 제외하고는 매년 고용 규모 증가율이 비교적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2)
디지털 경제의 급속한 발전은 중국 경제성장의 원동력이 되고 있으며, 중국 정부도 플랫폼 노동과 같은 새로운 일자리 창출을 통해 고용 및 민생 안정이라는 거시적 정책 목표를 실현하겠다고 강조하고 있다. 그러나 플랫폼에 기반해 창출된 고용은 전통적인 노동관계와는 다른 비표준적 노동인 경우가 대부분이다. 실제로 2021년 중국의 비표준적 유연 고용 노동자는 약 2억 명에 달하는데, 이는 총 취업인구의 26.7%에 해당하는 규모이다.3) 그중에서 약 7,800만 명이 온라인 플랫폼을 통해 생계를 유지하는 플랫폼 노동자이다.
2. 중국 플랫폼 노동의 주요 특성과 노동관계 쟁점
중국 국가정보센터(国家信息中心)는 디지털 플랫폼 기반 공유경제를 교통이동, 공유숙박, 지식기능, 생활서비스, 공유의료, 공유사무실, 생산능력 등 7개 분야로 세분화해서 발전현황 및 노동시장 상황을 매년 발표하고 있다. 이에 따르면 플랫폼 기반 ‘교통이동 산업’과 배달을 주요 서비스로 하는 ‘생활서비스 산업’의 시장 규모가 가장 크고, 고용 창출 효과도 가장 큰 것으로 나타나 중국 디지털 플랫폼 경제의 양대 축으로 자리 잡았음을 알 수 있다.4) 실제로 중국에서 플랫폼을 통해 생계를 유지하는 노동자의 대부분이 온라인 배달(음식, 택배 등)과 배차(택시, 대리운전 등) 업종에 종사하고 있는데, 이들의 사회인구적 특성을 보면 연령대는 주로 20~30대이고 80% 이상이 농촌 출신의 농민공이며, 90% 정도가 남성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플랫폼 노동시장의 진입장벽이 낮고, 노동시간의 유연성, 상대적으로 높은 수입 등으로 인해 젊은 남성 농민공이 요식업과 제조업 부문에서 많이 유입되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플랫폼 노동시장의 진입이 쉽다는 것은 노동자의 유동성과도 연결되는데, 실제로 온라인 배달플랫폼 기업인 ‘어러머’의 경우 매월 30% 정도의 배달노동자가 이직하며 6개월 이상 근무하는 노동자의 비율이 10%를 넘지 않는다.5)
플랫폼 노동의 또 다른 특징은 장시간 불규칙 노동이 일상화되어 있다는 것이다. ‘메이퇀’과 ‘어러머’의 자체 통계자료에 의하면 배달노동자의 일평균 노동시간은 약 12시간이며, 배송 업무의 확대와 소비자 수요의 다양화로 인해 밤낮이 바뀌는 등 근무 시간대가 상당히 불규칙하다. 한편 배달플랫폼 노동자의 월평균 소득은 4,000~8,000위안 정도로 제조업(4,096위안)이나 건축업(4,699위안)에 종사하는 농민공의 월평균 소득보다는 높은 편이다.6) 그러나 배달플랫폼 노동자의 수입은 대체로 건당 수수료 형태로 지급되기에 소득이 불안정하고, 더 많은 소득을 얻기 위해서는 장시간 노동과 교통사고 등의 위험을 감수해야만 한다.
무엇보다 대부분의 플랫폼 기업이 핵심 영역만 직속으로 유지하고 이외의 영역은 모두 외주를 주는 경(輕)자산화 전략을 추진하고 있기에 플랫폼 노동자의 고용 관계가 매우 복잡하며, 이로 인해 노동관계의 불안정과 사회안전망의 결핍이라는 특성이 강하게 나타난다. 구체적으로 중국 플랫폼 노동의 고용 형태는 크게 세 가지로 구분할 수 있다. 첫째는 ‘플랫폼 전속 고용’으로 플랫폼 기업의 핵심적인 관리자 및 기술직이 이에 해당한다. 둘째는 ‘외주 고용’으로 플랫폼 기업이 인력 수급 문제를 저렴하고 편리하게 해결하기 위해 인력 모집과 파견 등의 업무를 외부 배달업체에 외주를 주는 형태이다. 셋째는 ‘크라우드소싱 고용’으로 노동자가 스스로 플랫폼에 가입하기에 개인사업자에 가깝다. 특히 이러한 고용 형태에 따라 노동관계 인정 여부가 달라지는데, 플랫폼 기업의 직접고용보다는 노동관계가 인정되지 않는 외주나 크라우드소싱 고용 형태가 대부분을 차지한다. 그리고 이는 플랫폼 노동자의 노동계약 체결과 사회보험 가입을 어렵게 만드는 요인이 되고 있다.
중국의 <노동계약법>은 “노사관계가 성립되기 위해서는 반드시 서면으로 노동계약을 맺어야 한다”고 규정하는데, 실제 플랫폼 노동시장에서는 외주나 크라우드소싱 등 유연한 고용 관계가 대부분이기에 40.82%에 달하는 배달 및 택배 노동자가 노동계약서를 쓰지 않았거나 자신의 노동계약에 대해 잘 모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7) 그리고 상하이시의 한 조사 결과에 의하면 유연제 노동자들이 사회보험에 가입한 비율은 50% 미달이고, 그중에서 음식 배달노동자와 가사노동자의 사회보험 가입률은 20%에도 못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8) 이처럼 플랫폼 노동자들은 ‘자율적이고 독립적인’ 노동자로 불리지만, 그 이면에는 노동관계가 부정됨으로써 사회적 위기도 개인이 책임져야 하는 상황이다. 따라서 플랫폼 노동자와 같은 새로운 형태의 노동자를 포괄할 수 있는 사회보장 시스템의 설계 및 실행 방안이 요구되고 있다.
3. 중국 플랫폼 노동의 통제구조: 알고리즘에 의한 디지털 통제와 감시
한편 디지털 자본주의 시대에 플랫폼 노동자들은 새로운 노동과정에서의 통제와 감시를 경험하고 있으며, 이는 또 다른 형태로 노동자를 속박하는 굴레가 되고 있다. 플랫폼 노동에서는 노동과정 중 고용주나 관리자에 의한 직접적인 지시나 감독 없이 알고리즘에 의해 통제된다. 이처럼 사용자의 직접적인 업무 지휘나 감독이 없다는 점이 플랫폼 노동의 ‘고용-종속’ 관계를 부정하는 근거가 되기도 하지만, 실제로는 전통적인 노동 관리방식과는 다른 알고리즘에 의한 디지털 노동 통제를 받고 있다.
중국에서도 플랫폼 노동자의 인격종속성과 경제종속성이 노동관계 인정 여부의 중요한 근거로 작용한다. 이에 대해 창카이(常凯)는 플랫폼 노동은 형식적으로는 독립적이고 자주적인 고용형태라고 할 수 있지만, 실질적으로 경제적, 인격적 종속성이 강하게 나타난다고 주장한다.9) 먼저 플랫폼 노동자는 대부분 농촌 출신이며(약 80%), 저학력 저기능 노동력이기에 대체 가능성이 크다는 점에서 경제적으로 약한 지위와 불평등한 종속관계에 있다는 것이다. 즉 플랫폼 노동자들은 생존과 생활을 위해 업무에 더 많은 시간과 노력을 쏟을 수밖에 없으며, 일자리를 유지하기 위해 노동조건, 노동시간, 임금수준 등의 결정에서 기업의 권한이 매우 강하게 나타난다(경제적 종속성). 그리고 플랫폼 노동자들은 노동 장소와 시간이 자유롭다고 인식되지만, 실제로는 알고리즘에 의한 디지털 노동통제와 고객평가에 따른 감정노동 등 더욱 엄격한 인격적 속박 구조에 놓여 있다(인격적 종속성).
특히 ‘일하고 싶을 때 자유롭게 일하고, 일한 만큼 수입을 보장’ 받는다고 선전되는 배달플랫폼 노동자들은 디지털 기술의 발전에 따른 알고리즘 통제 기제의 전면화로 인해 점점 더 불안정하고 위험한 노동으로 전락하고 있다. 실제로 중국 배달플랫폼 시장의 양대 산맥으로 불리는 ‘메이퇀’과 ‘어러머’의 경우 각각 ‘초뇌’(超脑)와 ‘방주’(方舟)로 불리는 ‘실시간 스마트 배달 시스템’을 통해 배달노동자의 노동시간, 노동과정, 노동평가가 실시간으로 통제된다. 먼저 노동시간의 측면에서 보면 배달플랫폼 노동자들은 알고리즘 시스템의 통제에 따라 배송 제한 시간이 계속 짧아지고 있으며(메이퇀의 경우 3km 거리의 배달 소요 시간을 2016년 1시간에서 2020년 28분으로 단축함), 1일 배송 건수(약 30~50건)를 채우기 위해 장시간 노동과 교통사고 등의 위험을 감수한 ‘죽음의 질주’를 감내할 수밖에 없다. 더구나 주문(call)을 받기까지 기다려야 하는 대기시간과 이동시간은 어디에서도 보상받지 못하는 그림자 노동(shadow labor), 즉 보이지 않는 노동으로 취급된다.
노동과정과 노동평가의 측면에서도 엄격한 통제가 이루어지고 있다. 구체적으로 메이퇀과 어러머의 경우 약간의 차이는 있지만, 기본적으로 고객만족도, 시간엄수율, 주문율을 기준으로 상벌제를 시행하는 등 엄격한 노동과정 통제와 평가가 시행된다. 즉, 고객만족도(별점)에 따라 배달노동자의 등급이 매겨지는데, 등급이 높을수록 알고리즘 시스템에 의해 할당받는 주문도 많아지고 기본 수수료도 인상된다. 그리고 고객만족도가 좋으면 상점과 1~2위안 정도의 현금이 추가로 지급된다. 반대로 나쁜 평가를 받으면 벌점과 함께 수수료에서 10~20위안이 차감된다. 그리고 배달 제한 시간을 지키지 못해 벌점이 쌓이면 매달 소득에서 일정 금액이 공제되고, 주문접수율이 떨어지면 시스템에 의해 페널티가 부과되어 마음대로 주문을 거부할 수도 없다.
이처럼 배달플랫폼 노동자들은 고용주가 아닌 인공지능 알고리즘에 의해 출퇴근 시간 및 휴식시간, 대기지역, 배송시간, 근무태도, 고객만족도 등이 실시간으로 전송되는 ‘디지털 판옵티콘’에 갇혀있다. 그리고 이 자료가 빅데이터로 저장되어 점수화되기 때문에, 배달노동자들은 호출 배제나 감소, 벌금 등의 각종 불이익을 받지 않기 위해 비가시화된 착취구조와 노동과정에서의 통제 및 규율에 잠식되고 있다. 또 플랫폼 업체들은 노동 생산성과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 노동과정을 게임화(gamification, 업무 실적의 점수화)해 직무 등급제나 인센티브 지급에 반영함으로써 노동자 간의 경쟁을 가속화하고 있다. 이에 따라 최근에는 플랫폼 기업의 알고리즘 노동통제의 적용 범위나 방식에 대한 명확한 기준을 마련해 플랫폼 노동자의 기본적 권익을 보호할 필요도 제기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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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제목: 이 글은 성균중국연구소에서 발간하는 <중국 사회과학논총> 제4권 2호(2022.08)에 게재된 “중국 플랫폼 노동의 특성과 노동통제 구조 분석”이라는 필자의 논문 일부를 일반 독자들이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수정 보완한 것임을 밝혀둔다.
2) 中国国家信息中心, “中国共享经济发展报告 2021”, http://www.sic.gov.cn/archiver/SIC/UpFile/Files/Default/20210219091740015763.pdf.
3) 李嘉娜, “平台用工劳动关系的现状, 挑战与应对”, 《工会理论研究》 第1期(2022), p.21.
4) 中国人民大学劳动人事学院课题组, 《数字经济发展对劳动关系领域的影响及对策分析》, 2019年10月
5) 李嘉娜, “平台用工劳动关系的现状, 挑战与应对”, 《工会理论研究》 2022年 第1期, 16p
6) 美团研究院, 《新时代新青年:2018年外卖骑手群体研究报告》, https://max.book118.com/html/2018/1003/7035122106001151.shtm, 饿了么, 《2018外卖骑手群体洞察骑手报告》, https://www.sohu.com/a/285591384_170557
7) 澎湃(2020.9.12.), “走出系統之困 專訪鄭廣懷: 核心是勞資問題, 算法應以人為本”, https://www.thepaper.cn/newsDetail_forward_9127954
8) 新浪网. (2021). “28部门发文! 推进平台从业人员职业伤害保障试点”, http://k.sina.com.cn/article_5328858693_13d9fee45020015azt.html
9) 常凯, 郑小静, “雇佣关系还是合作关系: 互联网经济中用工关系性质辨析”, 《中国人民大学学报》, 2019年 第2期, p.82-83.
[참고문헌]
정규식, “중국 플랫폼 노동의 특성과 노동통제 구조 분석”, 『중국사회과학논총』 제4권 2호, 2022.
常凯, 郑小静. “雇佣关系还是合作关系: 互联网经济中用工关系性质辨析”, 《中国人民大学学报》, 2019年 第2期.
饿了么. 《2018外卖骑手群体洞察骑手报告》, (검색일: 2022.03.25.),
https://www.sohu.com/a/285591384_170557
李嘉娜. “平台用工劳动关系的现状, 挑战与应对”. 《工会理论研究》 第1期, 2022.
美团研究院. “新时代新青年:2018年外卖骑手群体研究报告”, (검색일: 2022.03.25.)
https://max.book118.com/html/2018/1003/7035122106001151.shtm
澎湃, “走出系統之困 專訪鄭廣懷: 核心是勞資問題, 算法應以人為本”, (검색일: 2022.03.27.)
https://www.thepaper.cn/newsDetail_forward_9127954
新浪网. “28部门发文! 推进平台从业人员职业伤害保障试点”, (검색일: 2022.03.25.)
http://k.sina.com.cn/article_5328858693_13d9fee45020015azt.html
中国人民大学劳动人事学院课题组, 《数字经济发展对劳动关系领域的影响及对策分析》, 2019年10月
中国国家信息中心. “中国共享经济发展报告 2021” (검색일: 2022.03.25.) http://www.sic.gov.cn/archiver/SIC/UpFile/Files/Default/20210219091740015763.pd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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