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과 기름
서문곤
어쩌다 같이 흘러가면서
누군가는
생을 위해서 녹아야 한다고 하고
누군가는
진실은 부서지지 않는다고 한다.
한 마디 두 마디
무늬 없는 유리잔 속을 감도는 말들이
중력을 거슬러 떠다니다가
빛이 스며들면 서로는 잠시 투명해지지만
결국엔 다시 갈라진다.
끝내 섞이지 못한 신념처럼
서로의 표면을 맞대고 있는 물과 기름
누군가 잔을 흔들면
서로는 잠시 뒤섞이다가
더 진하게 경계를 보이며 갈라진다.
좌익과 우익
진보와 보수처럼
극성인 물과 비극성인 기름
같은 극성끼리는 쉽게 잘 뭉치지만
성질이 다르면 자연적으론 섞이지 않는다.
첫댓글 세오님
너무 시끄럽고
냄새 나는 세상입니다
좋은 날이 올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