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쟁이 나에게서 빼앗아간 것은
박 영 춘
엿가락이 고인돌에서 꿀벌을 기다리고
소달구지가 졸면서 까치고개를 넘는
닭이 알을 품은 것 같은 나의 고향산천
드넓은 수수밭이랑 끝 돌무더기에서
수많은 새떼의 유희를 바라보며
콧노래를 부르고 있을 때
전쟁이 나에게서 빼앗아 간 것은
바람 도망가는 반대쪽으로 날아간 새떼이었다
수수모가지 타고 앉아 동요를 부르던
수많은 새떼의
날개 짓과 자유와 평화와 희망이었다
잠자리가 겹겹의 눈동자를 휘휘 둥글리며
새떼를 그리워하던 그 수수밭 고랑에서
전쟁이 나에게서 빼앗아 간 것은
나의 유년도 친구도 강아지도 새떼도 아니다
할아버지 등에 업힌 내 유년이
휑하니 한 바퀴 나들이 다니던 밭두렁논두렁
감나무 아래 모닥불 메뚜기 익는 고소한 냄새
내 유년의 잔뼈가 굵어가던
봄 여름 가을 겨울 아름다운 고향산천이다
진정, 전쟁이 나에게서 빼앗아 간 것은
따뜻하고 편안한 내 할아버지의 등허리다
첫댓글 고향땅의
어린시절이 그리움으로
오늘도 찾아 왔어요
젊어 바쁘게 살 때보다
조용한 지금이
그리움은 더 크게 다가 오게 되지요
잘보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