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은 아름다워(369) - 곳곳에서 풍기는 삶의 향기
적당히 비가 오고 맑은 날이 이어지는 좋은 날씨, 더 없이 아름다운 계절에 하루가 멀다하게 어수선한 일들이 벌어지는 일상이다. 품위와 덕망을 갖추어야 할 정치인들의 입과 행실이 경망스럽고 귀중한 인명을 초개같이 앗아가는 자연재해와 폭력이 끊이지 않는다. 네팔에는 지난달의 강진에 이어 추가 강진이 이어지고 해운대와 내곡동, 북쪽에서는 끔찍한 인명살상의 소식이 불안을 키운다. 그래도 세상은 아름다워라, 곳곳에서 삶의 향기와 활력을 북돋우는 이벤트가 가정의 달에 걸맞는 위로와 기쁨을 안긴다.
1. 서드에이지(ThIrd Age)에서 맞은 어버이날
어린이날과 어버이날이 낀 지난주, 경상남도 창녕에 있는 골드타운 서드에이지를 찾았다. 3년 전에 2박3일간 머물며 좋은 인상을 가졌던 이곳은 한국교직원공제회가 운영하는 노후생활의 보금자리다. 맞는 이나 찾는 이의 연륜이 쌓여서일까 아늑하고 푸근한 기분으로 사흘간의 쾌적한 휴식시간을 가졌다. 서드에이지란 제3의 인생기간을 이르는 말로 퇴직 후의 건강한 생활시기를 의미하는데 영국의 사회철학자 피터 라슬렛(Peter Laslett)은 이를 자아성취의 시기로 정의한다. 신체적, 정신적으로 건강한 상태를 유지하면서 보람된 날을 누리는 취지를 살려서일까, 입주자들의 표정이 밝고 건강한 모습인 것이 보기 좋다. 이른 아침 로비에서 신문을 보다 만난 이는 커피 한 잔 하겠느냐며 호의를 베풀고 아내와 대화를 나눈 여성은 자녀들을 잘 키운 후 홀가분하게 들어와 편안하게 지내는 생활에 만족이란다. 고른 영양의 식단과 다양한 휴식 공간, 댄스와 요가, 붓모임 등 취미활동에 바쁜 나날이 즐겁다는 이들도.
어버이날에도 외롭지 않은 듯, 다른 이들을 위하여 오카리나와 바이올린 연주를 하는 노익장들의 발걸음이 가볍다. 식당을 찾는 어른들에게 일일이 카네이션을 달아주고 마주칠 때마다 상냥한 인사를 건네는 직원들과 입주자들의 친절도 아름답고. 동행한 처제는 아직 입주자격이 없는데 때가 되면 친구들과 어울려 살아보고 싶다네. ‘가정의 달, 사랑愛 사랑합니다. 감사합니다’라는 표어를 내걸고 잔디밭에서 직원들과 함께 청백으로 나누어 펼치는 놀이마당을 지켜본 후 떠나는 가슴이 따뜻하다. 골드타운의 멋을 아는 이들이여, 행복한 삶을 누리시라.
어버이날 잔디밭에서 펼쳐진 놀이마당
2. 청중과 하나 된 오월 음악회
5월 10일 오후 5시, 빛고을시민문화관에서 광주국제교류재단이 주최하는 오월음악회에 참석하였다. 광주국제교류센터는 2003년부터 해마다 오월음악회를 열어 이번이 13회째, 음악을 통하여 세계인과 광주가 하나 되기를 꿈꾸며 광복 70주년을 맞이하여 민족의 얼이 담긴 아리랑을 비롯한 민요와 민주화운동을 대표하는 가요인 임을 위한 행진곡, 슈만과 베르디, 쇼팽의 작품연주B등 국내외 음악을 한 번에 감상할 수 있는 좋은 기회였다. 마지막 무대에서 모든 출연자와 청중이 모두 일어서 함께 부른 임을 위한 행진곡의 열창이 문화관 가득 감동을 안겨주었고.
두 시간여 이어진 음악회는 많은 음악 펜들이 한데 어울려 음악을 통한 감동과 나라사랑의 분위기를 조용히 다지는 즐거운 마당, 주최측은 국제간의 교류증진은 물론 난민지원, 자연재해 피해지원 등의 설립정신을 살려 참석자들에게 네팔지진피해 후원을 요청하기도. 마침 가정의 달 기념 교회윷놀이대회에서 아내와 함께 우승으로 받은 상금을 기쁜 마음으로 내놓았다. 가족사랑, 나라사랑, 이웃사랑의 물결이 넘치기를.
임을 위한 행진곡을 함께 부르는 출연자들
3. 한중 우의를 다진 문화교류행사
오늘(13일) 오전, 빛고을건강타운 공연장에서는 오전 10시부터 두 시간 여 중국 안후이성 동릉시 민간체육대표단과 무용단의 한중문화교류행사가 열렸다. 공연에 앞서 건강타운 측의 환영사에 이어 중국체육대표단장과 무용단장의 인사가 있었다. 중국측 체육대표단장은 '아름다운 계절에 황해바다 건너서 광주를 찾게 되어 기쁘다. 한중 양국은 유구한 역사와 문화를 공유하고 있다. 공연을 통해 동릉시의 건강하고 긍정적인 모습을 보이겠다.'고 다짐하였고 여성인 무용단장은 '한중양국은 바다 사이로 가까운 이웃, 당 나라 이래 지속된 공고한 우의, 친선관계를 지속하고 싶다'며 아름다운 미래구축에 힘을 쏟자고 강조한다.
빛고을건강타운의 풍물패가 신명나는 풍물놀이로 분위기를 띄운 후 남구노인복지관 여셩가무단이 남도민요와 우리 춤을 선보이고 중국 측에서는 체육대표단이 건강체조, 태극권, 소림권법을 선보이고 무용단은 전통무용과 부채춤을 펼치는 등 공연장은 한중양국의 우정과 화기가 넘치는 평화로운 교류의 장이 되었다. 한국고유인줄 알았던 부채춤을 절도 있게 추는 모습이 인상적이고 중국여성들의 능숙한 무술과 춤 솜씨가 남성들을 주눅 들게 하는 것 같다는 여성사회자의 촌평이 웃음을 자아내기도. 이를 지켜보며 한국을 찾는 요우커(중국관광객)의 물결이 급격히 늘어나는데 비해 이를 맞는 관광인프라의 부실이 문제로 떠오르는 터, 빛고을건강타운을 꾸준히 찾는 중국관광객을 따뜻이 맞이하는 관계당국과 시민들의 성숙한 대응을 기대한다.
공연이 끝난 후 기념촬영에 나선 한중 출연자들
* 성서는 '우리는 그리스도의 향기니 생명으로 좇아 생명에 이르는 냄새라'(고린도후서 2장 15~16절)라고 강조한다. 수요예배에서 이를 새기며 '내 생명이 참사랑의 향기로 간데마다 풍겨나게 하소서'라는 찬송을 불렀다. 사망의 음침함을 이겨내는 생명의 냄새, 사랑의 향기가 가 온 누리에 넘치기를. 일본군 위안부 피해 할머니들이 네팔지진피해자를 돕기 위한 성금으로 500만원을 내놨다. '우리도 피해자로서 힘든 여정을 살았지만 보이지 않는 세계인의 도움으로 희망을 갖고 살아가고 있다. 국제사회의 도움을 받았으니 돌려주고 싶다.'며. 우리 교회도 지난주 네팔지진피해자 돕기 성금을 기탁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