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원사 ‘이색’ 캠플스테이(캠핑+템플스테이) 동행 취재기
보원사 캠플스테이 야경. 쏟아지는 별빛 아래 어우러지는 색색의 텐트 조명이 감성을 자극한다.
캠퍼들 사이에선 텐풍(텐트 풍경)으로 인터넷에서 한창 화제가 되기도.
하룻밤 낭만 캠핑 사이트가 된 보원사 전경. 영상=참가자 제공.
선발 거친 청년 백패커 14명 참가
개심사~보원사 11키로 트레킹 후
보원사지 인근 캠프 사이트에서
별빛 낭만 즐기며 불교 알아가기
새벽 예불, 사찰음식 맛보기 비롯
명상 교육 등 자율 참가로 신청 치열
제 몸뚱이 보다 큰 45ℓ, 60ℓ 배낭을 어깨에 짊어지고 한 발 두 발 백암사지를 향해 경사진 산길을 오른다.
10키로 훌쩍 넘는 무게를 지탱하느라 어깨와 두 손에는 긴장 한가득,
자칫 중심을 잃으면 ‘줄줄이 도미노’가 되진 않을까 한껏 집중해 걸음을 내딛다 보면
턱 밑까지 가빠오는 호흡에 가야산 정기고 뭐고 ‘얼마나 남았냐’는 탄식이 절로 나오기 시작할 때 즈음,
‘천천히 즐기면서 갑시다!’ ‘파이팅~!’하는 힘찬 소리에 설핏 웃음부터 난다.
무념 무상으로 걷다 잠시 숨 돌리는 시간은 기대 이상의 자연을 안긴다.
소나무 가지 사이로 부서지는 햇살을 타고 온 몸에 한껏 와닿는 찬 바람은
열기를 식힘과 동시에 가슴에도 한 줄기 시원한 창을 남긴다.
언제 그랬냐는 듯 고생을 즐기기 시작한 일행이 얄궂던 지,
소나기가 한바탕 퍼붓자 비 맞을 준비에 부산하다.
“우중 캠핑도 낭만이죠” “청춘이 밥 먹여 주잖아~!”하며 하하호호 하던 일행들
즐거움에 가속이 붙기 시작할 때 즈음, 저 멀리 보원사지 비경이 눈에 든다.
누가 먼저라 할 것 없이 ‘우와~!’ ‘이런 곳이 있다고?’ 하는 경탄이 연신,
벅찬 순간을 담기 위한 카메라 세례가 쏟아진다.
인터넷을 통해 선발된 청년 백패커들. 나이 성별 연령 제한은 없다.
쉬엄 쉬엄 갑시다.
전문 백패커 민아, 희남 님이 앞에서 이끌고 뒤에서 밀며
처음과 끝을 책임지기 때문에 안전 문제는 걱정 마시라.
우중 트렠밍에도 웃음이 멈추지 않는다.
6시간 산행에 비까지 흠뻑 맞은 참가자를 반갑게 맞는 정경스님.
연잎차와 떡을 준비해 준 보원사 덕에 참가자들 피곤이 금세 내려 않는다.
초면이지만 어느새 동지가 된 참가자들.
비에 흠뻑 젖은 일행을 기다리고 있는 건 시원한 연잎차와 갓 쪄낸 듯 따뜻 말랑한 떡이다.
혹시 모를 비와 바람에 대비해 그늘막 설치에 한창이던 정경스님은
“잘 오셨어요” 한마디 인사를 건네곤 편히 쉬라며 이내 자리를 내준다.
5시간의 고단한 트레킹에도 ‘서산 보원사지 오층석탑’이 선사하는 비경에 눈이 팔려있던 일행들이
‘보물 속 하룻밤 낭만’을 보낼 생각에 들뜬 마음을 가라앉히지 못하자
인솔자인 민아 님이 주의부터 준다. “사적지이기 때문에 화식(불을 피워 요리하는 것)은 안됩니다.
다만, 따뜻한 물은 계속 쓰실 수 있으니 참고하시고요.
보원사는 밥이 진짜 맛있으니 간식은 조금만 드세요.”
비 예보가 있어 더 느긋할 순 없다. 석탑에서 한껏 멀리, 사적지를 훼손하지 않는 선에서
결계를 치고 평평한 곳을 찾아 텐트 칠 자리부터 잡는다.
경사지지 않고 뾰족한 돌이 없는 평평한 곳이라야 안락한 잠자리가 될 터,
저마다 제 자리를 찾아 피칭을 끝낸 일행들 입에서 ‘호화 캠핑’이라는 말이 절로 나온다.
절 마당에 단독으로 텐트를 칠 수 있다는 특권도 특권이지만, 사방이 훤히 트인 자연 풍광을 배경으로
텐트 조명과 밤하늘 별빛이 어우러지며 환상적 낭만을 선사하기 때문이다.
절에서 준비한 연잎밥, 연근 조림 등 건강에 맛까지 더한 비건식과
스님이 직접 알려주는 명상 지도 등은 지루할 틈 없는 이색 경험을 선사한다.
잠자리도 직접 준비한답니다.
보물로 지정된 사지에서 캠핑을 즐긴다는 건 쉬운 기회는 아니다.
보원사에서 준비한 연꽃 등을 보며 연잎차를 마시며 서로의 삶, 생각, 고민에 대해 이야기하는 참가자들.
소원지도 만들어 달았다.
풍경 만들기.
나만 알고 싶은 ‘캠핑 성지’로 꼽히는 보원사 캠플스테이에 유독 젊은층 수요가 몰리는 건
‘편의는 최대한 제공하되 간섭은 최소화한다’는 원칙 때문이기도 하다.
쫄딱 비를 맞고도 제대로 씻지 못해 혹시 불편하진 않을까 걱정하던 보원사 운영위원장 정경스님은
만면에 웃음 가득인 참가자들을 보며 “백패킹이나 캠핑을 하는 사람들의 특성상
고생스럽다는 것을 기본으로 생각하고 와서인지 너무들 좋아 해준다”며
“절에서도 그 어떤 세대보다 자유롭고 개방적인 이들을
존중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는 점을 새삼 느낀다”고 했다.
템플스테이 하면 보통 지도 스님이 배정돼 처음부터 끝까지 단체 생활을 책임지지만
보원사 캠플스테이는 전문 백패커인 민아, 희남 2명의 인솔자 주도로
프로그램이 진행되는 점도 특징이다.
‘일일 캠핑장’이 된 보원사의 역사 문화를 소개하며 고려시대 왕사와 국사를 지냈던
탄문스님 이야기를 전하면서도 연잎밥, 연꽃차, 연잎차, 연심차 등을 먹고 마시며
‘진흙에 물들지 않고 피어나는 연꽃’의 의미도 전한다.
일상에서 손쉽게 할 수 있는 명상 수행법 지도와 함께 ‘궁금한 점이 있으면
무엇이든 물어 보라’는 스님의 친절에 물 흐르듯 고민 상담이 이어진다.
저녁 공양 후 차 한잔과 함께 하는 소감 나누기 시간. 이 프로그램에 참여하기 위해
지난해부터 2025년만 기다렸다는 한송이 씨도, 벌써 3번째 참가라는 정세현 씨도
‘잊지 못할 경험을 했다’는 지인들의 강력한 권유가 있었다고.
종교가 따로 있진 않지만, 지난번 캠플스테이 참가 후 스트레스를 받을 때마다
유튜브로 독송을 즐겨 듣게 됐다는 정세현 씨는 “직장 생활을 하다보면
멘탈이 무너지는 경우가 많은데 스스로를 릴렉스하는 법을 배워 간다”며
“다른 분들도 아침 일찍 6시 예불에 참석해 그 신묘한 느낌을 가져보길 적극 권한다”고 했다.
대부분의 캠핑장이 밤 10시 이후를 ‘매너 타임’으로 정하고 있지만
보원사 캠플스테이는 그런 규정이 없다.
작은 찻집에 옹기종기 모여 비슷한 취미를 나누다 보면 인생사까지 이야기가 흐른다.
오전6시 예불 참석 또한 자율. 그러나 새벽부터 법당을 가득 메운 참가자들을 보면
‘표현할 수 없을 만큼의 값진 시간’이라는 후기들이 이해되기도.
캠플스테이 마지막은 클린 하이킹이다. 보원사에서 개심사까지 출발지로 다시 돌아가는 길 내내
산 곳곳에 버려진 쓰레기를 주워가며 흔적을 남기지 않고 제자리로 돌아가는 길,
커다란 배낭을 메고 산길을 오르면서도 꺄르르 웃으며 즐겁게 쓰레기를 줍는
백패커들 가방에 달린 연꽃등을 본 등산객들이 기분 좋은 인사를 던진다.
“아이고 예뻐라. 절에 들렸다 오나 보네. 인생의 봄날이네요. 한창 좋을 때다.”
보원사 캠플스테이는...
가야산 인근 4개 시군을 아우르는 장거리 도보 여행길 ‘내포문화숲길’의 활동가였던 황민아,
김희남 씨가 보원사와 인연을 맺으며
내포문화사업단장이었던 정범스님의 적극적 지원 아래 개발한 프로그램.
개심사 주차장에서 전망대, 백암사지, 보원사까지 약11키로 산행에 5시간 소요.
‘고생은 사서 한다’는 백패커, 캠퍼들 답게 먹는 것부터 잠자는 것까지
가방 하나에 전부 짊어지고 하룻밤을 보낸다.
1박2일 간 발생한 쓰레기도 가져온 봉투에 담아 그대로 집으로 가져가기 때문에
사찰도 부담없이 방문객을 맞는다.
24시간 개방하는 화장실과 찻집이 있으며 샤워는 어려워도 간단한 양치질과 세수는 가능하다.
흔적을 남기지 않고 깔끔하게 뒷정리하는 것까지가 캠플스테이의 완성이다.
수덕사 템플스테이 담당 스님이 직접 명상 지도를 하고 있다.
새벽 예불 참석은 자율이지만 다수가 일찍 일어나 예불하며 경건함으로 하루를 시작한다.
절에서 만든 연꽃등을 배낭에 달고 쓰레기를 줍는 클린 하이킹을 하며 귀가하는 참가자들.
보원사를 떠나기 전 마중나온 정경스님.
정경스님과 함께.
첫댓글 너무잼있어겠었어요 나무아미타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