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날 한국인이 처한 철학적 제문제를 문답식으로 구성한 이 책에서, 1장부터 4장까지는 대선을 겨냥하고 쓰인 진단이라 봐도 과언이 아니다. 김 교수는 20일 <한겨레>와의 인터뷰에서 "(올해) 대선 결과에 따라 민족사에 비약과 비극이 엇갈릴 수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 <사랑하지 말자>(도올 김용옥 지음, 통나무 펴냄). c통나무
{#8982641254#}
대선의 핵으로 거론되는 두 주요 인물에 대한 반응은 극명하게 엇갈린다. 안철수 원장에 대해서는 "이 시점에 한민족에게 내려주신 하느님의 축복" "우리 민중의 진실 표출의 상징"이라고까지 평가했다.
김 교수는 "스펙이 좋다거나 컴퓨터 백신을 개발해서 무상으로 나누어주었다든가, 또 청춘콘서트에서 말을 잘한다든가 하는 따위의 인기나 진실이 대통령 권좌와 곧바로 연결된다는 것은 도무지 인류사에서 유례가 없는 기현상"이라면서도 그가 "국민에 의하여 추대됐다"고 강조했다. "(국민들이) 근원적으로 정치를 잘 한다고 하는 사람이 아닌 사람에게 권좌를 부여해보고 싶은 새로운 갈망에 사로잡히게 되"었다는 것이다.
안철수 현상이 근거가 없는 갈망일 뿐 아니냐는 지적에 대해서는, "국민의 신뢰감 속에는 매우 구체적인 근거가 있다"며 안 원장이 "새 시대의 네트워크 속에서 컴퓨터 백신이라는 뚜렷한 공익사업을 창출"한 점을 들었다. 또 안 원장의 정치 경험 부족에 대해서는 "(정치력은) 투철한 인물들을 얼마나 잘 쓰느냐 하는 용인술에 있을 뿐이지 정치적 경험이나 행정 경험은 논리적 전제가 될 수 없다"고 답했다.
한편 박근혜 후보에 대해서는 "그녀의 정치적 치적이라는 것은 오직 선거 유세판을 돌며 미소를 뿌린 것뿐 (…) 아무 일도 하지 않았다"며 비판했다. "박근혜의 발언 하나만으로도 4대강 정비 사업은 포기될 수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권좌에 있는 기나긴 기간 동안에도 오직 침묵으로 일관"했다는 것이 그 이유다.
또 "국가의 대계에 관한 한 공익의 기능을 소홀히 하지 않았다"는 점 등을 들어 박정희 전 대통령을 긍정적으로 평가하면서도, 박 후보는 "이러한 아버지의 정신세계를 하나도 제대로 배우지 못했다"고 일갈했다.
김 교수는 박근혜 후보가 '확고한 오늘의 승자'이지만, 지난 총선과 같은 "별 내용도 없는 승리가 지나치게 되면 반드시 패배로 향한다"고 말했다. "지난 총선에서 반드시 이명박의 실정에 대한 심판이 이뤄졌어야" 했지만 심판 시점이 대선으로 미뤄지면서 박 후보가 "이명박 정권의 모든 죄악을 떠안을 수밖에 없다"는 것.
그는 "올해만은 야당 정치인들이 완벽하게 무아(無我)를 실천해야 한다"며 야권의 결집과 단일 후보 선출을 주문하기도 했다. 누가 단일 후보가 되어야 하는지에 대해서는 별다른 언급을 하지 않았다.
'청춘' '역사' '조국' '대선' '우주' '천지' '종교' '사랑' '음식' 등 아홉 개의 장을 젊은 학동(學童)과의 문답 형식으로 풀어낸 이 책의 제목은, '사랑'이란 단어로 압축되는 서구적 가치를 거부한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그는 "사랑이라는 말은 개화기 기독교와 더불어 한국인의 심령을 갉아먹기 시작한 매우 이질적인 말"이라며 그 외래적 용어가 우리의 일상적 가치를 왜곡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첫댓글 사랑이란 말이 이질적인 말이라고요?
어렵네요.
안철수와 박근혜 얘긴 막힌 부분을 뚫어주는듯 했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