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문학 2020년11월호(2022.3.14.)
사단법인 한국문인협회(2020)
■ 문학관으로 초대합니다_김달진문학관(관장 이성모 문학평론가)
창원시 김달진문과 시인 한학자 승려 교육자
■ 권두언_김홍신 글 속에 피가 흐른다
코로나19 사태는 우리 사회의 가장 약한 곳을 무차별 괴롭히고 있다. 강자는 전염병과 곤궁함
과 거리를 둘 수 있지만 약자는 봉쇄, 빈곤, 낙오, 불평등, 두려움, 막막함을 감수할 수밖에
없다. 언젠가 코로나 사태가 해소되어도 약한 곳은 가장 늦게 회복될 것이다. 문화예술계가
취약계층이자 가장 약한 부분이라는 걸 코로나가 유감없이 증명해 버렸다.
특히 문화예술이 생업인 사람들에게 고질적 취약점이 있다는 게 밝혔진 셈이다. 전업 작가들
을 흔히 일정한 소속이 없는 자유계약으로 일하는 프리랜서라고 통칭하기도 한다. 산업 중심
시대에 작가들은 비생산자 취급받기 일쑤였다. 입바른 소리나 하고 외국에 팔아먹을 만한 걸
만들지도 못하는 조선조의 무노동 선비쯤으로 여기기도 했다.
절대빈곤 시대였기에 국가 성장에 당장 도움이 되는 생산성이 많은 분야만 대우하던 세월이
너무 길었다. 물론 그 덕에 대한민국이 국민소득 3만 달러 돌파, 인구 5천만 명이 된 세계 일
곱 번째 나라가 되었다. 앞선 6개 국가는 모두 식민지를 거느렸거나 강대국이지만 한국만 식
민지였고 빈곤국가요, 강대국들에게 끊임없이 시달렸으며 아직도 철조망에 가로막힌 섬나라
꼴이다.
어쨌거나 경제적 기대치가 커지면서 남보다 잘살고 더 많이 갖고 재미있고 더 건강하게 살기]
를 갈망하는 성장 콤플렉스로 상대적 박탈감이 만연했다. 상대적 박탈감은 모든 분야에 비교
법을 확산시켰다. 비교법은 한국인의 행복도를 세계 143개 국가 중 117등으로 추락시키기도
했다. 그래서 한국 현대사를 관통하는 화두로 기적을 일구었지만 기쁨을 잃어버렸고, 배고픔
은 해결했지만 배 아픔은 해결하지 못했다는 슬픈 교훈이 생겼다.
권력을 쥔 자들은 권력을 유지하기 위한 방법을 찾기 마련인데, 그것이 곧 국민의 삶을 눈에
잘 뜨이는 쪽으로 유도하는 재주를 부리게 됐다. 물가, 주거, 직업 안정에 노후보장, 균형발
전, 치안과 국방에 주력한다. 코로나 사태로 국민들이 경황 없게 되자 더욱 경제적 처방에만
몰두한다.
위기에 사람을 위로하고 연대하며 통합하는 것이 예술의 힘이고 인류 사회에 정신적 회복 탄
력성을 제고하는 명약이라는 걸 생각조차 못한다. 행복과 평화와 자유가 물질보다 정신사에
있다는 걸 간파하지 못하는 응급 처방술에 길들여졌기 때문이다. 예술이 생업인 작가들은 재
난 상황인데도 지원받기 어려울 뿐 아니라 생계수단인 글조차 쓰기 어려운 처지가 되었다. 문
화체육관광부가 최근에 예술인들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 결과에 따르면 예술 활동 취소나 연
기된 것이 무려 87.4%나 된다고 한다. 일방적 계약해지도 50.5%라고 한다.
출판계의 비명 소리는 이미 천둥소리가 되었다. 널리 알려진 얘기지만 경제가 나빠지면 제일
먼저 출판계가 비명을 지르게 되고 경기가 회복될 때는 출판계가 가장 늦게 숨을 쉬게 된다고
한다.
문학밭에서 평생을 한마음으로 글 닦음을 한 원로 문사는 코로나로 시작된 비대면 사회가 미
래의 사회 규범이 될 수 있는데, 문학 행위는 비대면 작업이니 좋은 작품이 생산될 가능성이
많다고 예견했다. 그럼에도 지금처럼 예술이 비생산 품목 취급을 받는 한 재난이 종식되어도
취약 계층으로 존재할 가능성이 많다. 각종 조사에서 평균 소득이 가장 적은 직종이 작가, 수
녀, 신부라고 한다.
이런 조사 결과가 아니더라도 나는 작가가 되고 싶어하는 제자들에게 애정 가득한 쓴소리를
한 적이 있다.
첫째, 글을 써서 경제적 안정을 얻을 수 없다는 걸 알아야 한다. 글 써서 경제적 안정을 유지
하는 작가는 손으로 셀 수 있을 정도다. 둘째, 글을 써서 유명 인사가 되고 싶다면 다른 길을
선택하는 게 좋다. 소수의 유명 작가가 있지만 글밭에서 유명인사가 되는 시대는 이미 지나갔
다고 생각하라. 대신 자신과의 싸움에서 승리자가 되는 길이 곧 작가의 길이니 고달픔도 함께
짊어져야 한다. 셋째, 죽는 날까지 돈벌이가 아니라 영혼을 갈고 닦는 향기 그윽한 인품으로
독자의 마음을 쟁이고 쟁여라.
넷째, 글과 행동을 통해 남을 조금이라도 기쁘게 하고 세상에 보탬이 되게 살 작정을 해야 한
다.
다섯째, 스승은 도처에 있다. 스승은 찾아오지 않는다. 내가 찾아나서야 한다. 책 한 권을 잘
읽으면 글쓴이가 곧 스승이니 적어도 1000권의 책을 읽어 1000명의 스승을 모셔라. 꽃 한송
이를 보고 기뻐할 줄 알면 내가 행복해지듯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게 내 스승이라고 생각하는
너른 마음을 가지면 천하를 얻는 것과 같다.
여섯째, 문학밭에서 이름난 사람에게 엄중한 문학비평을 하되 시샘과 질투로 비난하는 어리석
은 짓을 하지 말라. 현자는 타인의 성공에 질투하지 않고 실수를 도닥여 준다. 문사는 모두
우리 세상의 보물 같은 존재다.
일곱째, 문학 모임이나 문학 잡지에 애정을 갖고 참여해서 뭐든 거들고 돕는 사람이 되어야
한다. 그 바닥에 이런저런 입씨름이 있기 마련인데, 나는 옳고 너는 그르다는 것은 편견이다.
틀렸다가 아니라 다르다는 걸 인정하는 존중을 결코 잊지 말라.
여덟째, 실패 없는 인생이 어디 있겠는가. 글이든 삶이든 실패 없는 인생은 진화할 수 없는
돌멩이와 다를 바 없으니 실패를 두려워 말라.
아홉째, 선비다운 선비가 되어야 한다. 참선비가 되려면 사리에 밝고 도량이 넓으며 어질고
남을 먼저 세우는 자비심을 가져야 한다. 선비정신으로 살면 몸도 마음도 건강해진다. 작가는
현대판 선비라는 걸 명심하라.
열째, 자기 이름을 지켜라. 내 이름을 고귀하게 만드는 것은 남의 몫이 아니다. 남이 내 이름
을 부르는 게 기쁨이 되게 하기 위해서 자신을 지극히 사랑해야 한다. 내가 소중하고 귀한 만
큼 타인을 소중하게 여겨라.
이렇게 강조하는 것은 내가 그리 잘 챙기며 살지 못했고 모자라게 살아온 반성과 후회를 고백
함이요, 후학들이 세상에 기쁨이 되기를 갈망하기 때문이다. 그나마 문학도들의 마음을 다독
일 수 있는 얘기가 남아 있어 다행이다. 그것은 바로 인공지능 시대가 되어 수많은 직종이 사
라지더라도 예술은 더 꼿꼿하게 역할을 수행하여 세상을 기쁘게 한다는
걸 잊지 말라는 것이다.
■ 특별기획_소설가 추식 탄생 100주년 기념
아버지, 오 나의 아버지_추호경
나의 처녀작_秋湜(추식)
소설가 추식 연보
목동살롱_추식 선생님 회고_서석규
■ 이달의 시
김혜숙 _흐르는 곳
정재석_ 들깨
정하선_ 삐삐문구점의 고래밥
편세환_ 축제의 길
조성림_ 보자기
천창우_네가 있어 기대어 설 수 있음에
이 샘_집밥
황정옥_ 사랑의 강가에서
정재황_ 관음죽
조찬구_ 엔젤 트럼펫
천동암_ 밥의 힘
최병극_ 그림자
탁명원_ 현해탄을 건너다
서명옥_ 흐린 하늘에 편지를 써
전진표_ 쓰러진 꿈 이후 낮달
이병희_ 그녀의 속마음
손형섭_ 1% 마저도
이혜정_ 소철나무
오성옥_ 공은 그런 겁니다
김재준_ 시민의 섬
남궁정숙_ 어미 새
우제봉_모란꽃
강태구_종소리
박종욱_목포항 부둣가
정훈섭_지고천
설대명_유골함
조경화_새날이 오면
최연희_마지막 밤의 대화
임정희_어탁
지현경_풍수해
박주용_별똥별이 성호를 긋다
심재중_숨겨진 사랑
김덕영_아버지, 잘 지내시지요?
임희선_푸른 영혼으로
하헌석_사모
■ 이달의 시조
김선국_북소리
최숙영_위험수위
이재만_노년과 부음
이근구_아침 찬가
조명환_너였어!
임정의_물안개
■ 이 시대 창장의 산실_김정희 시조시인
창작 산실_ 대자연의 품속에서
나의 작품 어디까지 왔나_멀고도 먼 문학의 길
대표작_세한도 속에는 외 4편
■ 나의 등단 이야기
남이와 엿장수를 읽고_강준희
■ 가상인터뷰_수필 중흥의 견인차 강석호_강병욱
■ 이달의 소설
김성금_첫 경험 노트
최문영_끈끈이귀개
최병탁_사탄을 찾아서
■ 이달의 수필
최기식_제4의 인생 설계도
황로사_역병의 시간 속에서
신노우_은행나무의 반란
최정순_빨간 머리 병아리
최기춘_박사골 옛날 쌀엿
서영애_출판인의 사초와 자긍심
최효정_손톱
양영욱_모든 생명은 고귀하다
정유현_가슴으로 보는 가을꽃
차계자_화려한 다비식
신정호_내 안의 나
향천당_뚝배기
송인관_여름밤의 단상
가기천_뜸잠
함정은_코로나에 태풍이 휘몰아치지만
■ 이달의 동시
김사비나_참새알
류지안_늙지 않는 이야기를 낳고 싶거든
신현미_한글날
신정아_저 아래에는
■ 이달의 동화
임인진_현우와 흰둥이
박명정_진주의 눈물
■ 이달의 평론
김봉군_김후란의 실명시, 가슴에 심은 천체 미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