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잠들어 있는 동안에도 그들은 부지런히 일했으며 내가 망설이며 주춤거리는 동안에도 올바른 모습을 보였다. 내가 멈춰 한눈을 파는 동안 그들은 앞으로 나아갔다. 내가 잣대질에 제자리걸음 할 때 그들은 과감하게 재단을 했다. 내가 잡념에 빠져 있는 동안 그들은 올곧게 행동했으며, 내가 빙빙 돌아다니는 동안 앞질러 갔으며, 내가 좌절하며 허덕일 때 그들은 일어섰다. 내가 출발할 때 그들은 마무리했다. 내가 고민에 빠져 우울할 때 땀방울을 거두면서 즐거워했다. 나보다 한발 앞선 생각을 하면서 한발 앞에 가는 것이 눈물겨울 일만은 아니다. 그들도 같은 길을 걸어가며 그려 본 쌍곡선이다. 조그만 씨앗이 어떻게 그런 험악한 곳에 처박힌 것일까. 빗물에 휩쓸려 떠내려가다 멈췄다. 기진맥진하다 눈을 뜨고 빛줄기 따라 겨우 머리를 비집고 내밀었다. 낯선 험악한 곳에 갇혀 있다가 정신을 되찾았을 때는 탈옥수 같은 기분이었을 것이다. 또는 평범하게 잘 지내고 있는데 돌이 굴러가다 멈추며 뒤덮었지 싶다. 갑작스러운 짓눌림에 살려달라고 큰소리를 쳐봐도 들어주는 이 없어 고통이 극심했을 것이다. 자유를 누리다 통제를 받을 때는 단순한 반항이나 반발은 더 비참하게 했을 것이다. 보이지 않는 힘으로 노란 새싹에서 점점 초록빛 감돌며 짓누름을 겨우 벗어나서 자유를 되찾은 거다. 오뉴월 산야에 수없이 널브러졌어도 누구 하나 눈여겨보는 이 없는 하찮은 망초라지만 소박하게 꽃을 피운다. 꽃으로서 품위가 없는 흔하고 흔한 것이라고 너무 측은해 마라. 삭막하지 싶어도 때가 묻지 않은 순수의 눈빛에 잠시 발길을 멈추며 들여다본다. 벌 나비가 찾아들고 온몸을 간질이는 바람과 시시덕거리며 구김살이 없다. 갑자기 다가와 다독여 주는 생각지 않은 손길에 눈길도 있다. 이만하면 살아볼 만하다. 망초꽃 같은 사람아, 분수 넘치는 욕심으로 자신을 얽어매지 마라. 산다는 것이 남에게 보여주기 위한 것이 아니다. 튼튼한 몸에 만족을 찾아가며 즐거우면 되지 무엇을 더 바라겠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