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근상 신부 2024년 9월 7일 연중 제22주간 (토) 복음 묵상 (루카 6,1-5) (이근상 신부)

[박베드로SJ]

2024년 9월 7일 연중 제22주간 (토) 복음 묵상 (루카 6,1-5) (이근상 신부)

예수님께서 안식일에 밀밭 사이를 가로질러 가시게 되었다. 그런데 그분의 제자들이 밀 이삭을 뜯어 손으로 비벼 먹었다. 바리사이 몇 사람이 말하였다. “당신들은 어째서 안식일에 해서는 안 되는 일을 하오?” 그러자 예수님께서 그들에게 대답하셨다. “다윗과 그 일행이 배가 고팠을 때, 다윗이 한 일을 읽어 본 적이 없느냐? 그가 하느님의 집에 들어가, 사제가 아니면 아무도 먹어서는 안 되는 제사 빵을 집어서 먹고 자기 일행에게도 주지 않았느냐?” 이어서 그들에게 말씀하셨다. “사람의 아들은 안식일의 주인이다.”(루카6,1-5)

옹색하다. 사람의 아들이 안식일의 주인으로 자신을 선포하는 배경이 참으로 너무 옹색하다. 밀 이삭을 뜯어 손으로 비벼 먹었다는 사실을 옹호하느라 그는 안식일의 주인이 되었다. 그러니까 뭐 거창하게 안식일에 성전을 부숴버리고 다시 세우는 기적까지는 아닐지라도 안식일에 해를 두 세 개 띄우는 엄청난 기적으로 압도하는 것까지는 아닐지라도 겨우 배고픈 제자들이 밀 이삭을 비벼먹는 걸 옹호하느라 ... 안식일의 주인이 될 것까지야...

그러나 그의 안식일 선포는 이렇게 분명한 입장, 연대의 위치를 가진다. 그는 밀이삭을 비벼 먹는 이들의 주님, 바로 그들의 안식일을 거룩하게 하는 분이다. 그러니까 밀이삭을 비벼 먹어야 하는 배고픔을 모르는 이에게 예수의 안식일 주인됨은 그저 알 수 없는 도전, 반역, 치기일 뿐.

안식일의 주인이 되신 이유는 벗이 되기 위함이다. 안식일에 밀 이삭을 비벼 먹어야 하는 이들의 벗이 되기 위함. 우리의 배고픔. 모든 배고픔이 이토록 귀하다. 그 분을 맞이할 수 있는 길이고, 안식일을 그리스도와 함께 지킬 수 있는 조건이다.

지금 부유한 자, 배고픔을 모르는 자 참으로 불행하다. 꼴찌가 첫째되고 첫째가 꼴찌되는 날. 안식일이 자꾸 온다.

출처: https://www.facebook.com/simonksyi/posts/pfbid0dxfp7PyMgRhrFBSM8WSiz5DfszQRgpqqZPXnhMKv2u3b5R3p3V3GNfNdwvfynTrLl